곱게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이 아름다운 완연한 가을날입니다. 파란하늘 갈바람에 나부끼는 억새와 갈대가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시작하는 계절. 길가에는 쑥부쟁이 들국화가 가을향기 전해오고, 갖가지 씨앗들이 여행을 떠나는 계절입니다.
2017 마을미술프로젝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조임환 선생이 제자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폐창고였던 옛 원동사무소 1층에 깔끔한 분위기의 전시공간이 새롭게 탄생되었습니다.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13일까지 전시된 조임환 선생 흑백사진전<회상>이 첫 전시로 열렸는데요.
이번 전시는 2017 마을미술프로젝트 공모사업<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첫 번째 전시인데요. 이 사업은 대전역 주변길 10만㎡를 주민과 공공미술이 접목된 생활문화마을로 조성하는 3년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전시를 보기 전 먼저 2017 대전 마을미술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짚어 보고 가야겠죠?
이 프로젝트는 1960년~70년대 옛모습을 간직한 채 생활환경이 매우 낙후된 대전역 주변지역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자 기획됐는데요. 젊은 예술가들이 함께 이곳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 정체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꽃피우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소제동 사람들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엔 흑백사진을 만나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다양한 세월의 변화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평생을 흑백사진만 찍어오신 조임환 선생은 정이 듬뿍 담긴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만을 모아 전시중에 있었는데요.
이번 전시는 조임환 작가가 소장하고 있는 ‘대전역 이야기’, ‘대전원도심 이야기’, ‘추억의 고향’과 같은 원도심의 풍경과 인물 등 옛 대전을 회상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특별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오래된 옛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소제동은 최근 도시 균형 발전을 위한 재생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번 전시에서 소제동 사람들의 소박한 모습 그대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부모님의 따스한 손길과 친구와의 우정이 추억되는 고향이 있으신가요?
마음에 새겨진 고향, 꽃피고 새 울던 고향은 언제부터인지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빽빽한 회색빛 빌딩의 모습들으로 가득찼습니다. '구 소제동 사람들'이란 제목이 붙은 사진엔 2016 대전 기네스에 오른 대창이용원의 모습을 비롯해 소박하고 정이 많았던 사람들의 풍경이 담겨있습니다.
대전 동구 소제동은 1920년~30년대에 지은 철도관사촌, 허름한 주택가, 좁은 벽화골목,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 모여있는 동네입니다.
20세기의 옛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현재는 '솔랑시울길'이라는 이름을 달고 지역 예술가와 해외 작가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며 예술마을의 꿈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선지 타지의 여행자들에겐 볼거리가 많은 골목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동 방석집 골목
당시 중앙상인들이 가게 문을 닫은 저녁에 드물게 인동 방석집에 가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고 합니다. 남부럽지 않은 안주에 한잔씩 술을 걸치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겠죠?
으능정이 시계탑
약속이 있는 날이면 으례히 만남의 장소였던 옛 으능정이 시계탑. 대전역이 아닌 으능정이 한가운데에도 시계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나요?
2013년부터 으능정이거리엔 초대형 LED영상 아케이드 구조물인 '스카이로드'가 설치돼 밤마다 화려한 영상을 볼 있습니다. 최근 원도심 활성화의 노력으로 문화가 더해져 '문화의 거리'라 불리는 대전의 대표 골목입니다.
연탄 불에 의존하던 시대 & 중앙시장 경비원
한겨울 시장 골목 찬바람에 꽁꽁 언 몸을 데워주던 따스한 연탄불. 중앙시장 상인들의 몸을 데워주던 유일한 1등공신이었죠. 북적이던 낮시간의 중앙시장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골목을 순회하는 책임감 가득한 경비원 아저씨의 뒷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은행동 터줏대감 &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
예나 지금이나 대전에서 가장 번화한 은행동은 대전의 원도심이라 불리며 도심지 내 최대의 번화가입니다. 지금도 저런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을까요?
홍명상가와 맞은편에 자리했던 중앙데파트
80년대까지 대전 상권의 중심역할을 해 왔던 중앙데파트. 1974년에 준공된 중앙데파트는 대전 목척교를 가운데로 두고 대전천 복개 위에 세워진 대전 최초의 백화점으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전사람들에겐 많은 추억을 선사했던 공간입니다.
대전천을 덮고 그 위에 지은 중앙데파트는 홍명상가와 마주며 대전 발전의 상징으로 수많은 청춘들에게 추억의 장소로 기억되어 온 곳입니다.
중앙데파트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
2008년 10월 8일. 대전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갑천, 대전천, 유등천 등 3대 하천의 생태를 복원하고자 8층짜리 중앙데파트는 36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사라졌습니다.
<대전역 앞 육교>
<떡장수와 과일장수(上), 엄마, 빨리와(下)>
대전역 보도육교. 대전역과 중앙시장을 잇는 통로로 대전시민이라면 누구나 여러 차례 이용했을 정도로 친숙했었던 보도육교. 30년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건너다닌 육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보도육교 위 아래는 생필품과 농산물 좌판이 성행했던 시절이죠.
대전역 광장
대전역을 배경으로 이별의 아픔을 그린 노래 '대전블루스'. '잘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영시 오십분' 동구 정동 1번지. 1905년 1월 1일 영업을 시작한 대전역에 얽힌 사연은 참 많습니다.
대전역 광장은 다른 지역의 기차역 광장보다 넓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대전역 광장엔 비둘기도 많았습니다. 봇짐을 지고 대합실로 들어가는 할아버지, 역광장 벤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할아버지. 그 옆의 할머니는 왜 얼굴을 가렸을까요? 당시 대전역을 지나던 행인들은 많이 봤을 광경이라고 합니다.
소나무는 대전시의 '시목'입니다
나무중에 으뜸인 소나무는 대전광역시의 시목입니다. 운무 가득한 소나무 군락지 풍경은 마치 성스럽기까지 합니다.
제28회 대전광역시 문화상 수상자이신 조임환 선생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고 하죠. 흑백사진은 또 다른 깊이가 있는 아름다움으로 남다른 울림을 줍니다. 필름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 창작해낸 '대전역 이야기', '대전 원도심 이야기', '추억의 고향' 등 조임환 선생의 다양한 작품들을 보며 그옛날의 대전 원도심에 대한 추억을 되돌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대전광역시 동구 창조2길 8 (원동 102-26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