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에 운행 개시한 경부선 ITX청춘열차 노선은 기차로 떠나는 대전 여행의 새로운 흥미유발제로 활약 중입니다.
ITX-청춘은 우리나라 최초의 2층 열차란 점이 사람들의 호기심 유발에 크게 이바지하는데요. ITX청춘열차 2층 좌석은 4·5호차에 마련되어 있으니 코레일톡+ 어플 발권 때 좌석 구조를 2층석으로 설정하셔서 2층 열차의 독특한 느낌을 꼭 만끽해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경부선 ITX청춘열차 노선 중엔 지하철 환승이 용이하도록 노량진역(1·9호선), 신도림역(1·2호선)에도 정차하니 굳이 바쁜 시간 쪼개가며 용산역까지 갈 필요 없는 게 정말 매력적인 부분이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당일치기 내일로 여행코스로도 의미 있을만한 아날로그 감성 한껏 깃든 대전 가볼만한곳들 소개해드릴게요.
동서 방향으로 구성된 대전역 광장 중 유동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서광장, 우린 이곳을 통해 도시철도 대전역과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로 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고개를 우선 왼쪽으로 향해볼까요? 그리고 멀리서 보기에도 시끌벅적한 느낌이 역력한 역전시장길을 따라 원동사거리라 쓰여있는 표지판까지 쭉 걸어봅시다.
길폭이 좁은 역전시장은 몹시 어수선하면서도 동시에 생동감 넘치는 삶의 현장으로 다가올 것이에요. 그렇게 시장의 영역이 끝날 즈음부턴 옛 성공회교회로 쓰였던 근대건축물이 우선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펼쳐진 소규모 공장 건물들 역시 오랜 세월을 머금고 있어 아날로그 감성이 유난히 짙죠.
앞서 소개 드린 역전시장과 소규모 공장 거리는 매일 같이 시끌벅적하지만 원동네거리 너머부터 시작되는 인동시장은 그와 정반대로 아주 차분합니다.
먼저 인동시장엔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98호로 지정된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이 위치하는데요. 현재는 집에서 빠질 수 없는 타일, 보일러 가게가 위치하며 본래 활동 분야인 주택과 묘한 인연을 지닙니다. 한편 이 건물은 1922년에 설립되어 조만간 100년의 역사를 가지게 됨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본 상태는 아주 좋은 편에 속했습니다.
하지만 다소 아쉽던 부분은 큼지막한 나무에 가려져 측면을 통해 바라봐야 했던 점이에요. 더불어 차분하면서도 짙은 아날로그 감성이라 표현한 인동시장은 미곡을 주로 취급하던 곳으로 현재에도 미곡상회들이 여럿 남아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포 수가 꾸준히 감소 중이라 언젠간 목척시장같이 변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엿보입니다.
대전역과 으능정이 문화의거리 사이를 잇는 목척교 직전에 위치한 대전중앙시장은 각 골목을 역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 둘째, 넷째 금요일엔 전통시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중앙아트공예난장이 플리마켓 형식으로 열립니다.
이 공간엔 다른 이름을 부여해 중앙철도시장이라 명시하며 <메가한복역~주단역~원단역~홈커텐역>으로 각 지점을 표시했습니다.
각양각색의 빛나는 손재주들이 만들어낸 여러 생활공예 상품들은 그냥 지나치기 아쉬울 정도로 그 수준이 높은 편에 속하며, 무엇보다 눈에 띈 부분은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경제활동 체험 및 창업 학습을 진행하고 있던 점입니다. 하지만 카드 결제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아 수중에 현금이 없으면 맘에 쏙 드는 상품도 아쉽게 지나칠 수밖에 없는 불편함이 발생되기도 합니다.
대전역 인근에 위치한 근대건축물은 공적인 목적을 가진 공간들이 대부분입니다. 현재 다비치안경 대전역점으로 쓰이는 구 산업은행 대전지점 역시 이런 맥락인데요. 1937년에 조선식산은행으로 그 역사가 시작되어 광복 이후부터 1997년까진 산업은행으로 활용되었어요. 화강석으로 기단을 쌓았는데 이는 만주와 독일에서 수입된 것입니다.
대전 지하철 중앙로역 3번 출구 방향엔 1960년대 한국 모더니즘 성당 건축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대흥동성당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하얀색과 각진 느낌은 현대화된 고딕 양식을 나타내는데요. 미사가 있을 때 찾아가면 기둥 없이 구성된 성당 내부까지 속속들이 확인 가능할 것입니다.
대흥동성당 맞은편엔 구 국립농산물품질연구원 충청지원이 대전창작센터란 이름으로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전창작센터는 대전시립미술관의 부설 센터로 근대건축물을 활용한 예술가들의 전시회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데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이점은 많은 유동인구를 확보하게 되니 틈틈이 오가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한편 6.25전쟁 직후 1958년에 대전 지역 건축가 배한구가 설계한 이 건축물은 20세기 중반 서양의 기능주의 건축에 영향을 받은 한국 건축의 경향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377호의 정식 명칭은 <대전 대흥동 일·양 절충식 가옥> 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이 쓰이는 이름은 <대전 대흥동 뾰족집> 인데요. 기존에 소개된 주소대로 찾아가면 만나볼 수 없기에 추가적인 조사가 요구됩니다.
2017년 6월 기준으로 이곳 위치는 <문창로 119-16 맞은편> 이니 아날로그 대전 여행에 활용하고 싶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래요.
한편 1929년에 대전 철도 국장 관사로 쓰인 대전 대흥동 뾰족집은 아파트 건축으로 없어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는데, 현 위치로 복원공사를 진행하여 명맥이 가까스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유화되며 일반인에게 개방은 이뤄지지 않음은 물론 문화재 보존 상태가 아주 위태로운데, 곳곳에 깨진 유리창들로 하여금 지켜주지 못한 짠한 마음까지 들 정도랍니다. 대전을 대표하는 근대건축물로 알려진 존재인만큼 시 차원에서 보살핌이 필요해보입니다.
대전 대흥동 카페 리스트 중 전통스러운 분위기가 꽤 눈에 띄던 '해를담은뜰', 그곳으로 향하는 입구는 비좁은 골목길이지만 그 안을 보면 작게나마 정원까지 갖췄습니다.
또한 이곳 빙수는 팥, 딸기, 과일로 분류되는데 팥에 대한 주인장의 신념이 대단하기에 믿고 먹을 수 있어요. 씹는 느낌 없이 그저 달기만한 보통 팥과 달리 해를담은뜰 빙수에 들어가는 팥엔 고소함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설탕에 절인 단팥이 아닌 팥 본연의 느낌과 만나고 싶다면 이곳으로 향하세요.
대전은 2012년까지 충남도청 소재지였고 옛 도지사들의 생활공간이던 관사 역시 대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충청남도 관사촌은 문화재청 등록문화재에 오른 것만 하더라도 5동에 달할만큼 다른 지역보다 훨씬 대규모란 점이 꽤 특징적인데요.
2017년 6월부터 2018년까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제 막 보수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현수막에 적힌 내용은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바뀐다고 되어 있었는데요. 귀중한 근대건축물인만큼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꼭 필요한 변화만 추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날로그 대전 여행코스의 핵심으로 알려진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은 옛 충남도청을 활용한 공간입니다. 이곳엔 도시재생 관련 부서가 실제로 근무하고 있어 활용도가 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데요. 특히 2층에 위치한 도지사실은 도청 이전 직전까지 사용된 흔적 그대로를 보여줍니다. 도지사실에선 이렇게 도시 전망도 펼쳐지는데 바쁜 도시의 일상을 끊임 없이 왔다갔다 하는 차량들로 하여금 살펴볼 수 있죠.
▲위 글은 '2017 제1회 대전시 블로그 공모전 수상작(장려)'입니다. 원문(대전 가볼만한곳 ITX청춘열차 노선 내일로 대전 여행코스)은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