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콘텐츠는 월간 이츠대전 6월호 기사<자원과 재능을 공유하는 행복공동체 어은동>입니다.
▲어은동 공유마을 주민들과 청년고리 청년들이 어은로 51번길에 모였다
공유(公有), 청년과 마을을 세우다
유성구 어은동은 요즘 주변 카이스트와 충남대의 국내외 학생들로 인해 젊고 이국적인 동네로 다가오는 가운에 공유라는 가치가 더해져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동네가 되었다.
공유란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방식이다.‘소비만능 의식을 던져버리고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삶’이 공유의 가치다. 공유와 청년과의 만남, 그리고 새로운 경제활 동의 중심이 어은동이다.
왜 어은동이었을까?
지난 2014년 공유네트워크 사업을 시작으로 공유 가치 확산 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대전시는 지난해와 올해 유성구 어 은동을 공유마을로 지정했다. 공유마을 지정은 주민간 관계망을 형성하고 자원과 재능을 공유함으로써 풍요롭고 행 복한 대전을 가꾼다는 취지다. 유성구 어은동은 이런 취지에 가장 부합한 동네로 2년 연속 공유마을 지정이라는 영광 을 갖게 됐다. 그런데 왜 어은동이었을까?
공유마을로 지정되기 전부터 어은동에는 다른 동에 없는 몇 가지가 있었다. 바로 대전 최초의 청년 공유공간인 벌집, 벌집에서 창업한 공유서가 유어왓츄리드, 청년셰어하우스 꿈꿀통, 목공방 우디 등이다. 다른 이들보다 공유의 개념에 일 찍 눈뜬 지역 청년들이 어은동에 둥지를 틀기 시작하면서 어은동에 공유마을 씨앗이 뿌려졌다.
어은동에만 있는 공유장소 네 곳
벌집
지난 2011년 대전 첫번째,국내 네번째 코워킹(co- working) 공간으로 출발했다. 세 번의 이사 끝에 지금 현재의 장소(유성구 대학로 195-1)에 자리를 잡았다. 벌집에서는 회의실, 사무용품, 조리용 미니바 등을 나눠 쓸 수 있다. 공간을 나누다보니 서로의 경험과 지식 아이디어도 자연스레 공유된다.
이러는 과정에서 청년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용기를 얻어 창업으로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영상제작회 사케첩, 목공방 우디, 유어왓츄리드 등 10여 곳이 모두 벌집에서 출발했다. 벌집은 멤버십에 가입한 후 세 시간·하루·한달 이용료를 내면 누구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유성구 대학로 195-1, 문의 349-1020
▲대전셰어하우스 꿈꿀통 1호점
꿈꿀통
2015년 대전에서 첫 선을 보인 셰어하우스다. 셰어하우스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주거공간으로 방은 각자 그밖의 공간은 같이 사용함으로써 1인. 청년가구의 불안정한 주거문화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형태다. 대전시는 셰어하우스 꿈꿀통을 공유네트워크 공모사업에 선정해 꿈꿀통 개소에 힘을 보탰다.
현재 어은동에는 꿈꿀통 2호점까지 운영되고 있고 3호점도 준비 중이다. 이곳에 입주한 청년들은 답답하고 외로운 원 룸에서 혼자 살 때보다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밝힌다. 보증금은 100만 원,월 사용료는 1인 1실 25만 원, 2인 1실 20 만 원이다.
▲공유서가 유어왓츄리드
유어왓츄리드(You are what you read)
벌집 바로 옆 건물 에 지난 2015년 문을 열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김송희씨가 문을 연 서점과 공유서가를 겸한 공간이다. 가게의 앞쪽에는 인문학 중심의 일반책과 독립출판물을 비치해 판매를 하고 같이 비치된 잡지는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뒤쪽 공간은 오롯이 공유서가로 활용된다. 공유서가에는 기증받은 책들이 꽂혀 있다. 자신이 읽고 감동 받은. 책, 누군가와 함께 읽고 싶은 책들이다. 1인당 딱 스무 권씩 기증받는다. 서점의 책을 산 사람, 하루 이용권 (6,000원) 또는 한 달 이용권(5만 원)을 구입한 사람, 책을 기증한 사람 등이 이 서가를 이용할 수있다.
북 서브스크립션(book subscription)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점 주인 송희 씨가 책을 구입하고자 하는 고객의 취향과 지향점에 맞춰 책을 골라 배달해 주는 것이다. 한 달에 한 권 또는 두 달에 한 권을 선택할 수 있다. 1년 6권 기준 10만9,000원. 그밖에 이곳에서는 책을 매개로한 모임과 공연 및 강연이 열린다. 오후 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고 매주 화요일 쉰다.
유성구 대학로 195-1, 문의 070-8126-1979
목공방 우디
2016년 11월 이동협 씨(27)가 문을 열었다. 전자과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청년 이동협 씨는 우연한 기회에 목공과 만나면서 인생의 진로를 바꿨다. 벌집을 통해 청년지원사업을 알게. 됐고 1년을 준비한 끝에 문을 열었다. 셰어하우스 꿈꿀통을 리모델링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동네 한가운데에 있는 보기드문 목공방인 우디는 깔끔한 인테리어 덕분에 흡사 카페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우디는 회원자격을 얻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3개월 과정의 초급과정, 6개월 과정의 중급 과정을 배우고 있거나 마친 이들에게 회원자격이 주어져 목공방의 장비를 이용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어은동 공유 마을에서 발견할 수 있는‘안녕가게 비스토어' 표지판은 모두 우디에서 제작한 것이다.
유성구 어은로51번길 39, 문의 010-6575-8701
▲목공방 우디 이동협 대표
비스토어와 대안화폐로 마을 순환경제 시도
지난 1년 공유마을로 변신한 어은동에는 색다른 시도와 변화들이 있었다. 공유마을 청년들은 어은로 51번길 마을 주민들과 관계를 트면서 공유마을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 갔다. 그동안 어은동과 궁동의 중간쯤에 위치한 애매한 입지로 인해 어궁동이라고 부르며 좀처럼 나아 지지 않는 매출을 걱정하던 주민들은 청년들이 제안하는 공유마을에 매력을 느꼈다.
청년들은 우선 마을 브랜딩 작업을 시도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브랜드가‘안녕가게 비스토어(Bee store)’다. 손님의 안녕, 가게의 안녕, 일상의 안녕을 추구하는, 믿고 소비할 수 있는 가게들이다. 그렇게 탄생한 비스토어 는 모두 15곳. 동네슈퍼인 ‘베리베리굿마트’, 호텔 주방장 출신의 주인장이 만드는 족발집‘김씨아저씨 족발’, 김치 맛이 환상적이라고 소문난‘장터’등이 공유마을 비스토어다.
브랜딩 작업은 비스토어 소개 책자·앞치마·표지판· 마을지도 제작 등으로 이어졌다. 청년들과 마을 주민들은 슈퍼 앞에서, 벌집에서, 셰어하우스 옥상에서 수시로 만나 마을의제를 발굴해 나갔다. 마을 가게 앞 데크와 어닝 설치도 변화라면 변화였다. 이러한 변화는 환경개선 효과와 함께 마을커뮤니티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한 계기가 됐다.
가까워진 주민들과 청년들은 지난 가을 어은중학교 운동장에서 운동회도 열었다. 주민들이 만들어 온 음식을 나누며 신발던지기, 카드 뒤집기, 종이컵 쌓기, 발야구 등을 하며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전한다.
어은동 공유마을에서 또 하나 새롭게 시도된 것이 지역 화폐다. 마을에서 얻은 수익을 마을로 환원시키자는 취지로 마을화폐‘꿀’을 탄생시킨 것이다. 마을화폐 꿀은 현재 1,000원·5,000원·1만원권이 있다. 어은동 화폐인 꿀은 월1회 마지막 주 월요일 열리는 중고시장 로열젤리 마켓에서 지급된다. 이 꿀이 마을의 비스토어로 통용되는 방식이다.
아직 초보단계이지만 2년차로 접어드는 올해는 더욱 활발하게 유통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어은동 공유마을에서 발굴된 또 하나의 가능성은 유료 투어 프로그램 개발이다. 어느 사이 전국적으로 소문난 어은동에는 심심치 않게 투어 문의가 들어온다. 공유마을은 이를 유료화하고 프로그램으로 개발했다. 강의와 마을 투어로 진행된 투어프로그램은 20인 기준 70만 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어은동은 대전시의 2차 공유마을 지정과 함께‘공 유, 청년과 마을을 세우다’라는 사업 제목으로 행정자치부 국민디자인단 서비스 디자이너 지원과제로 선정됐다. 앞으로 서비스 디자이너가 파견돼 온라인 지역화폐 유통, 포인트적립시스템도입 등 IT 플랫폼 개발과제, 공유마을 여행상품 개발 등이 수행되고 행자부의 심사 를 거쳐 최종적으로 특별교부세 지원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