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이 있어 대흥동을 찾는 일이 부지기수인 요즘, 남는 시간을 쪼개어 골목 이곳 저곳을 누비게 되는데요. 정처없이 걷다가도 자연스레 혼잡한 술집이나 식당가를 벗어나 조용한 쪽으로 발길이 옮겨지곤 합니다.
비교적 조용한 어느 골목에 들어서니 회색빛 건물이 골목에 줄을 선 모습. 그 끝자락에 달려 있던 빨갛고 아기자기한 간판이 절로 몸을 당겼습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원룸촌의 풍경에 사라진 여백의 미. 그 꽉 막힌 숨통을 틔워줄 골목의 오아시스는, 급한 걸음으로 다가선 빨간간판 아래 호젓하게 오후를 나고 있었습니다.
대흥동 평생학습관을 왼쪽으로 끼고 돌면 나타나는 작은 골목에 자리한 카페 '모모제인'은 꽉 막힌 도시의 여유입니다.
▲ 대흥동 카페 '모모제인' - 오후의 작은 여유
▲ 대흥동 카페 '모모제인' - 드라이플라워와 자연물엽서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벽면을 드라이플라워와 자연물이 그려진 엽서를 통해 따스함을 가미한 카페 인테리어. 취향이 느껴지는 작은 인테리어는, 답답한 골목에 작은 생기를 불어넣은 카페 '모모제인'을 처음 마주한 느낌과 유사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 대흥동 카페 '모모제인' - 공간 너머 공간
반짝이는 작은 등이 각기 다른 형태로 곳곳에서 따스한 빛을 발하는 실내는 자연물인테리어와 더불어 편안함을 자아냅니다. 뚫려있는 디자인의 원목책장에 한가로이 누워있는 많지 않은 책들. 그 공간 너머 또 다른 공간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바리스타. 하나의 세계 너머 또 다른 세계가 있는 듯, 시공간 분리의 착각이 드는 실제 공간의 구성입니다.
▲ 대흥동 카페 '모모제인' - 꽃과 나무
과하게 꾸미지 않은 인테리어의 끝판왕이죠. '순백의 생화'가 우툴두툴한 원목의자에 수줍게 자리했구요.
▲ 대흥동 카페 '모모제인' - 창을 통해 교차하는 안과 밖
창을 열어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를 머금은 초록 잎사귀들이 바깥 골목의 일상적 풍경과 익숙하게 마주합니다.
▲ 대흥동 카페 '모모제인' - 때론 깊숙하게
화장실로 향하는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가 바라본 카페의 공간엔 빛과 어둠이 혼재하여 또 다른 순간을 선물합니다.
▲ 대흥동 카페 '모모제인' - 공간 속에 설핏 흐른 초록생명체의 찰나
▲ 대흥동 카페 '모모제인' - 공간을 바라보는 초점 잃은 두 눈을 연상시키는 커피잔커플
▲ 대흥동 카페 '모모제인' - 골목거리와 어여쁘게 마주하는 통창, 카페의 환한 얼굴
▲ 대흥동 카페 '모모제인' - simple menu
간단한 메뉴가 빈티지하게 수 놓은 바깥 콘크리트 벽 한 쪽. 예쁘게 낙서한 어느 집 담을 보는 듯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
▲ 대흥동 카페 '모모제인' - 커다란 창으로 인해 외부로부터의 분리 개념이 모호한 느낌을 주는 공간
▲ 대흥동 카페 '모모제인' 모(某):아무 모(某):아무 제(諸):여러 인(人):사람
누구나 편안하게 와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다가오는 카페 명 '모모제인'은 테이블마다 놓여진 모든 메뉴판의 커버페이지에 친절하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 대흥동 카페 '모모제인' - '황제라떼'
오후 2시가 되니 제법 북적해진 카페의 공기. 바쁜 틈을 가로질러 사장님께 여쭤 본 카페의 인기메뉴는 망설임 없이 선택된 황제라떼. 레시피의 혼합재료가 제법 상세히 메뉴 옆에 기재되어 있었는데요. 음료명만 듣고 궁금해 할 저와 같은 고객들을 위해 배려한 씀씀이겠죠?
▲ 대흥동 카페 '모모제인' - 황제라떼와 디저트
바닐라아이스크림이 동그랗게 떠 있는 섬같은 황제라떼의 시원하고 달콤한 풍미. 그리고 주말에는 더욱 다양한 종류로 즐길 수 있다는 디저트, 딸기 케잌 한 조각. 모모제인을 대표하는 디저트세트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걸요?
좁은 골목의 한 귀퉁이 속에 들어가 또 그 귀퉁이의 언저리에 앉아 달달한 여유를 맞본 짧았던 오후. 대흥동이 갖는 도심 속 여운, 그 보따리에 넣을 보물 리스트에 추가된 카페 '모모제인' 이었습니다.
momojein
open: 12시
close: 23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