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이 그리움으로 변해 봄으로 피어났습니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온 봄. 두근두근 맘 설레는 봄 여행 어디로 떠나 볼까? 따사로운 봄 햇살 받아 노란 수선화 활짝 핀 대전 한밭수목원 어떠세요?
천연 비타민을 흠뻑 받을 수 있는 본격적인 봄. 제일 먼저 봄소식을 전해 온 노란 산수유에 황홀함을 만끽해 보기도 전 곳곳에 매화가 만발하고 볕 좋은 곳엔 목련도 활짝 폈습니다.
따스한 봄기운에 너도나도 봄바람이 그리운 모양입니다. 요맘때쯤이면 계절을 잊지 않고 피어나는 수선화가 궁금하여 필자는 콩닥거리는 맘으로 수목원을 찾았습니다. 완연한 봄날 오후 넓은 엑스포시민광장엔 봄을 즐기려는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짝을 이뤄 자전거 타기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한밭수목원 서원으로 들어서니 화분에 담긴 꽃들이 시야에 가득 들어옵니다. 일명 팬지로 불리는 삼색제비꽃이 제일 먼저 반겨 주네요.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겨우내 존재감을 잃었던 식물들이 봄볕에 촉을 틔워 파릇해진 약용식물원을 지나 분홍빛 매화가 활짝 핀 속삭임길로 들어섭니다.
여러 갈래의 오솔길이 미로처럼 이어져 걷는 재미를 더해주는 한밭수목원. 활엽수가 많은 서원에는 숲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감각정원이 있어 가을날 조용히 걷다 보면 나뭇잎 스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곳입니다.
무던히도 덥던 지난여름 시원한 그늘을 선사해준 키 큰 수양버드나무도 연둣빛 촉을 틔우고 시민들을 반깁니다. 버드나무 아래선 연인들이 짝을 이뤄 봄의 교향악을 들으며 쉼을 하는 모습 또한 겨울을 보낸 후 새봄의 모습입니다.
『가장 먼저 예쁜 봄꽃을 만날 수 있는 곳』한밭수목원 서원 속삭임 길
지난 여름 노란 어리연이 물 위에 펴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던 작은 호숫가를 시작으로 속삭임 길 일부 구간은 수선화의 물결로 장관을 이룹니다.
나뭇잎이 우거지기 전 이른 봄부터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봄꽃들. 한밭수목원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복수초, 노루귀, 수선화, 벚나무, 영춘화, 진달래 등이 바로 그런 봄꽃들입니다.
활짝 모습을 드러낸 수선화의 물결에 놀라고, 독특한 생김새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한 기분에 맘까지 덩달아 설레는 것 같습니다.
자기애, 자기주의, 고결, 자존심 등의 꽃말을 가진 수선화는 약용으로도 이용되고, 생으로 부스럼과 풍을 제거하는데도 사용했다고 합니다. 연못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그것을 잡으려다 물속에 빠져 죽고 말았다는 수선화. 그래서 붙은 꽃말이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활짝 핀 수선화가 가득한 한밭수목원 속삭임 길에선 웨딩촬영까지 이뤄지네요. 연둣빛 자연 속에서 하얀 웨딩드레스가 더욱 눈부시게 빛납니다.
노란 산수유와 붉은 매화가 제2의 인생을 출발하는 신혼부부에게 화사한 추억을 선사합니다. 웨딩촬영 명소로도 주목받는 한밭수목원 봄 숲 사이로 자연스러운 장면이 연출되는 시간. 따사로운 햇살이 살짝 드리울 땐 소품이 필요 없는 멋진 배경이 됩니다.
평일 낮 고요한 숲 속. 산책 나온 시민들 역시 너도 나도 고결한 수선화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담기 바쁩니다. 멋진 소나무와 어울려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나는 한밭수목원은 사계절 멋진 사진을 연출할 수 있는 배경이 되어 줍니다.
봄바람이 불면 수목원 소나무 숲 아래에서 제일 먼저 복수초가 피어나고, 곳곳에 깔린 다양한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수목원입니다.
고고한 자태로 노랗게 수놓은 수선화가 바람에 흔들리며 인사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오래도록 들여다 보다 결국 자신의 세계에 갇혀버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수선화(나르시스). 흔한 유채꽃 물결은 수없이 봐 왔지만, 이렇게 고고한 수선화의 물결은 보기 드문 광경입니다.
순차적으로 피어날 수 있게 군데군데 심어 놓은 수선화는 더운 여름까지 피고 지고를 반복합니다. 한밭수목원 동원의 너른 호숫가 주변에서도 노랑, 하얀 빛깔로 여름 내내 수선화가 피어납니다. 아름다운 꽃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는 말. 제대로 실감나는 날입니다.
‘오사카주키'라 불리는 장미과의 매화가 화려한 자태를 감추고 잎에게 양보할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춘삼월 잎보다 먼저 환상적인 분홍빛으로 수목원 속삭임길을 수놓는 매화. 봄 풍경으로 이만한 선물이 어디 또 있을까요? 한밭수목원 봄 여행은 3월부터 쭈~욱 이어집니다.
화사한 봄날. 붉은 매화가 어우러진 꽃밭은 아주 훌륭한 배경이 됩니다. 톡톡 튀는 팝콘 모양의 벚꽃과 하얀 조팝꽃이 수놓은 수목원 일대는 짙은 꽃향기로 가득합니다. 연둣빛 향연이 점점 짙어지고, 허브와 야생화가 한데 어우러져 수목원은 한 폭의 수채화로 완성되는 계절입니다.
따스한 봄처럼 마음을 치유해주는 숲.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수선화의 노란 물결 보러 한밭수목원으로 오세요!
활짝 핀 봄꽃들로 설레는 날들이지만, 몸과 마음을 다잡고 봄이 선사하는 선물을 두 눈과 마음에 가득 가득 담아 가세요.
-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2016/04/19 - [대전여행명소/공원ㆍ마을] - 대전가볼만한곳 한밭수목원 봄빛으로 물들다
2016/05/30 - [대전여행명소/공원ㆍ마을] - 대전가볼만한곳 한밭수목원 향기로운 장미꽃 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