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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옛 충남도청사, 대전의 1950~70년대 풍경을 품다

 

대전을 대표하는 3대 건축물은? 계족산성, 동춘당 그리고 옛 충남도청.

 

여러분 마음 속의 정답이 아니라고요? 허나, 나름 자신있게 말씀드립니다. '대전의 문화유산해설사?'하면 첫번째로 꼽히는 안여종 대표로부터 들은 이야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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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기네스북(7)대전 토박이 안여종 대표의 문화유산 사랑 http://daejeonstory.com/7670

 

옛 충남도청사는 1932년 공주에서 이전한 이래로 2012년까지, 80년동안 충청남도의 행정이 구현되는 공간이었습니다. 봄볕 좋은 날 이 곳을 찾아, 옛 도지사실에서 중앙로를 바라봅니다. 지금이야 빌딩 숲에 가렸지만, 그 옛날에는 대전역의 시계탑이 보였다지요.

 

 


9개월 만에 지어진ㄷ자 모양의 2층 벽돌 건물은, 한국전쟁 발발 당시에 임시 정부청사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1960년에는 업무 공간이 부족해서 3층이 증축되기도 했지만, 거의 그모습 그대로 남아 있답니다.

 

건물 중앙출입구에는 높은 분이 자동차를 탄 채로 오를 수 있는 '포치'라는 독특한 구조물이 있고(사진에서 노란색 동그라미 참조), 2층 계단을 바라보는 중문에는 일반적인 경첩이 달려있지 않아서 180도로 열 수 있습니다. 앞뒤로 꼭 열어보세요! (사진에서 하늘색 동그라미 참조)

 

한때 일제의 잔재라 하여 사라질 위기도 겪었다는데, 이제는 대전 100년의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문화재청 등록문화재 18호)이자 전시체험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

 

 

 

1층 입구 왼편에 대전의 어제와 오늘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이 있는 건 아시지요? 할머니께 옛이야기를 듣듯 늘 상주하는 도슨트의 해설을 듣다보면, 대전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됩니다.

 

 

 

 

1919년 3·1 만세운동으로 서울 서대전형무소의 수용 공간이 모자랐답니다.

 

얼마나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잡아넣었으면, 아니 얼마나 많은 분들이 독립운동에 뛰어드셨으면 그랬을까요. 그래서 서대전형무소와 쌍둥이처럼 생긴 대전감옥소(1923년 대전형무소로 개칭)를 지었다지요.

 

몽양 여운형, 심산 김창숙 선생 등 일제에 항거한 수많은 애국지사 뿐만 아니라 해방 이후에는 조영래 변호사와 신영복 교수 등  민주화운동 인사들, 동백림 사건에 억울하게 연루된 이응로 화백이 이 곳에 수감되었답니다.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서는도산 안창호 선생께서 사랑하는 부인에게 보낸 친필편지를 볼 수 있습니다.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을 둘러보고 나오면 근사한 복도가 나옵니다. 85년 된 창문으로 비춰드는 햇빛을 받으며, 이 복도를 따라 걷다보면 또 하나의 전시실에 이르게 됩니다.

 

 


상설 2전시실
, 이 곳에서는 지난 겨울부터 대전의 1950년대부터 1970년대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시대의 표정 : 추억> 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모든 것이 사라진 이 땅에서, 묵묵히 살아내야 했던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답니다.

 

 

전시실은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뉩니다.

 

#1 중앙로의 기억

 

일제강점기에는 '춘일정통'으로 불렸고 광복 이후에 '중앙로'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답니다. 1970년대의 중앙로와 목척교를 보며, 중앙로의 변화가 바로 대전의 발전사로구나 실감합니다.

 

1962년 제17주년 광복절 행사 사진 속에는 '양복지는 골덴텍스 털실은 장미표'라는 OO모직 광고판도 보입니다.  '상기하자 8·15 빛내자 5·16'이라는 입간판 밑으로, 태극기와 유엔기를 든 대전공고학생들의 행진을 볼 수 있습니다.  빛내자 5·16이라니! 얼마 전 국민의 염원을 밝힌 촛불의 물결이 떠오릅니다. 역사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2 시가와 시장

 

지금은 없는 것 없는 대형할인매장이 동네마다 있는 세상이지만, 클릭 한 번이면 집 안에서 장보기가 해결되는 세상이지만, 제가 어릴 적만해도 시장에 가곤 했습니다. 할머니 치맛자락 잡고 따라다니면 떡이랑 순대같은 주전부리도 얻고, 강아지며 병아리 구경도 실컷 했습니다.

 

대전 토박이들에게는 중앙시장과 인동시장이 그런 추억의 장소겠지요. 은행교 옆에 있던 고광상회, 한영상회는 아직도 남아있을까요?

 

저도 기억 못하는 십전, 오십전, 백원 지폐들도 볼 수 있구요, 지금은 초등학교에서 '슬기로운 생활'로 배우는 국민학교 시절 '자연'과 '산수' 공책도 만날 수 있습니다.

 

 

 

 

#3 사람, 그리고 삶의 풍경들

 

1961년 충남대학교 졸업식에서 사진을 남긴 이 가족들은 지금도 다복하게 잘 지내시겠죠? 지금은 소아비만이 문제인데, 그 때는 우량아로 선발되는 것이 자랑스러울 때였습니다.

 

거문도에 침투한 간첩선이 전국에 순회전시되는 사진을 보며, 6월마다 열렸던 반공 포스터며 웅변, 글짓기 대회가 떠오릅니다. 이제 마흔 둘인 제게도 아련한 시절인데, 젊은 청년들과 어린 아이들은 정말 딴 세상 이야기 같겠지요.

 

 

 

 

저는 1976년에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중앙로의 '뉴서울사장'도 중앙시장의 '시민정육점'도 기억할 수 없고, 대전천에서 물놀이를 한 적도 없습니다. 그래도 오랜 시간이 지나 우연히 꺼내든 사진첩을 보며 추억하듯, 대전의 옛모습에 사람냄새 물씬 나는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참, 언제 어떻게 볼 수 있는지 궁금하시지요?

 

대전근현대사전시관 / 상설 2전시실

 

위치 :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 101, 옛 충남도청사 (선화동)

안내문의 : 대전광역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과 042)270-6300 ~ 3

개관시간 : 10:00 ~ 18: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추석 당일 및 전후일

관람료 : 무료

 

 

'50~70년대 한국전쟁이 끝나고 어려운 시절을 겪고 이겨낸 우리의 부모님 세대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라는 전시 안내글처럼, 어르신이시라면 추억을 더듬고 젊은이라면 역사를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