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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맛집/대전카페탐방

[대전카페탐방]카페조각구름의 첫사랑 대동 아이들

 

 

대전 지하철 대동역 6번 출구로 나와 100여m 남짓을 걸어 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상가와 주택들이 눈에 훤히 보입니다. 주소상으로는 대동이지만 자양동과도 가까워 그 경계선상에 있는 이 곳을 찾은 이유. 골목 중간쯤에서 바람을 탄 하얀 구름이 손짓하는 듯 자리한 그 곳을 향해 저절로 몸이 이끌어집니다. 가까이 다가서자 겨울햇살을 받고 빛에 물결 이는 흰 건물이 골목식구들 사이에서 예쁘게 웃어줍니다. 

 

정겹고 수줍게 마주한 새하얀 건물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뒤따라 오던 택시의 경적 소리에 정신이 퍼뜩 듭니다. 황급히 비껴선 길 위에 환히 열려있는 속살을 내보이고 있는 하얀 건물 마당에 들어서면 그곳에서부터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대동 카페조각구름

▲카페조각구름 마당을 지나 입구로 가는 길 ⓒ 사진 권순지


카페조각구름 마당엔 정감있는 공기가 듬뿍 ⓒ 사진 권순지


 

하늘과 나무와 건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사람을 맞이하는 곳. 대동에 자리한, 숨겨진 골목의 낙원, '카페조각구름' 입니다. 지하철역이 있는 대동오거리의 줄기를 타고 돌면 나타나는, 이 골목의 초입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카페조각구름'은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까페입니다. 


대동에 이런 느낌의 카페를 만들고 싶어서 4개월 정도를 장소만 찾아 다녔다는 '카페조각구름'의 총괄디렉터 백호익 씨. 느낌이 오는 곳을 찾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의 장소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고 하네요. 폐가처럼 버려져 있던 원래의 주택은 주인이 간단한 리모델링을 하려다 어찌할 수 없어 손을 놓아 버린 곳. 그렇게 버려질뻔한 곳이 감각 좋은 백호익 씨 눈에는 좋은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그림으로 보였습니다.


'카페조각구름'이 입고 있는 화이트 톤의 전체적인 색감은 여백의 미를 살려 좁은 느낌을 줄여줍니다.주택의 부분적인 느낌은 살려 옛스러움이 과하지 않게 묻어나는 디테일을 통해 답답함은 날려버립니다. 아기자기하지만 공간의 확 트인 분위기를 놓치지 않는 앞마당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곳에 진짜 살고 싶은 마음마저 듭니다. 햇살 좋은 따뜻한 봄날이면 의자에 앉아 언제까지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싶게 만드는 마당의 힘. 

 

공간의 마력은 전체와 부분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완성됩니다. 소중한 디테일을 취합해 조화로운 공간으로 승화시키려는 까페의 시각적 분위기는 처음 이 곳을 기획한 의미와도 닿습니다. '대동을 알고 싶었고', '대동의 의미있는 공간'으로 태어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던 조각구름의 첫 사랑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동 카페조각구름

카페조각구름 내부 ⓒ 사진 권순지


대동 카페조각구름

'조각구름' 이미지와 걸맞는 귀여운 메뉴 '구름사탕' ⓒ 사진 권순지


첫사랑, 대동 아이들


대전의 대동은 역사적으로 궁핍과 불안의 그늘이 있는 곳이죠. 6.25전쟁의 여파가 밀려들었던 곳 대동. 전쟁 당시 이곳에 피난 온 이들은 형편이 어려운 피난민들 이었다고 합니다. 유쾌하지 않은 역사적 사연을 가지고 살아온 대동의 세월은 변화를 맞이했지만, 그 주변엔 부족한 사랑으로 여전히 소외된 아이들이 남았습니다. 


4년전, 우연히 듣게 된 대동 아이들의 그러한 소식은 백호익 씨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개발정책으로 인해 거주환경과 생활수준도 그전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여전히 서글프고 소외된 아이들이 많은 동네 대동. 대동초등학교에는 아직도 10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생활보호대상자로 등록되어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는 백호익 씨. 안으로 바깥으로 소외된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해주기 위해 그 때 처음 이곳 대동에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선물 전해줬던 아이들을 모아서 방학 때 같이 놀아주기도 했는데,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며 백호익 씨 일행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고 하네요.


"우리 매주 만나볼래?"


주말에도 심심하고 외롭던 아이들에게 그 말 한마디는 얼마나 반갑게 와 닿았을까요? 너무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유성에서 대동까지 토요일마다 계속 놀러왔다는 백호익 씨를 비롯한 조각구름 식구들. 정든 아이들과 뚜렷한 장소 없이 학교 강당, 운동장, 근처 공원에서 놀다가 마을 아이들을 위한 작지만 의미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자 계획 했습니다.

 

동 펜타뷰아파트 앞에 위치한 '조각구름'은 대동의 아이들이 언제나 제한 없이 올 수 있도록 열어두는 공간입니다. 그 쉼터 안에서 아이들을 계속 만나게 되었다는 조각구름 식구들은, 마을 아이들과의 첫 사랑과도 같은 그 공간에 현재 새로운 테마를 입히고 있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그림책과 인디서적으로 채워질 '구름책방'은 대동 아이들과 새롭게 만날 채비를 늦은 봄까지 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대동 카페조각구름

카페 내부의 네모진 창은 액자처럼 바깥마당의 빈티지한 풍경을 담아낸다 ⓒ 사진 권순지


외로운 청소년들을 위하여


대동 조각구름 프로젝트의 두 번째 타자는 마을의 또 다른 의미있는 공간인 바로 이곳 '카페조각구름' 입니다. 


"여기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바리스타 교육을 시켜 줘요. 공부를 해서 바리스타의 자격이 주어지면 직접 고용하여 아르바이트까지 할 수 있게 도와주죠."


백호익씨가 망설임 없이 꺼내는 이야기엔 대동 아이들을 위한 관심이 듬뿍 묻어납니다. 카페의 수입이 모아지면 구름책방에 기증한다는 형태의 취지로 운영된다고 하네요. 조각 구름이 대동의 외로운 청소년들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이곳은 언제든 안전하고 즐거울 거라고 말이죠.

 


카페조각구름 사진전


카페조각구름 사진전

카페조각구름 이상호작가의 사진전 ⓒ 사진 권순지



공간개념의 확장


카페라는 곳이 차를 마시고 대화를 하고 앉아서 어떤 일을 하는 등의 역할로 일반화 되어 있지만, 공간은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습니다. 소통을 위하여 다양한 장르 연출을 공간안에 펼칠 수 있는 것이죠. 

 

'카페조각구름'을 찾아갔을 때에는 1월 26일까지 한 아이아빠이자 평범한 직장인, 그리고 사진작가이기도 한 이상호씨의 사진전이 열리는 중이었습니다. 딸 아이의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이상호씨 가족이 선택한 기념적인 행사는, 아이 돌을 축하하는 보통의 행사와는 조금 다른 방법입니다.


"원래 보통의 돌잔치는 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죠. 그러다 주변 지인들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서 간단히 이벤트를 하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이 공간도 알릴 겸 사진전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사진작가 이상호 씨는 백호익씨가 기획한 조각구름 프로젝트의 열렬한 지지자 입니다. 아내와 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낸 1년을 사진이라는 작품을 통해 기록한 흔적은 아주 일상적이지만 아름답고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이상호씨 가족의 무수히 많은 시간들이 카페 곳곳에 녹아 들었습니다. 이곳에 오는 손님들 모두가 이상호 작가 딸의 돌을 마음에서 입으로 터뜨립니다. 


"저희가 다음에도 전시를 기획하게 된다면, 진짜 일상적이면서도 평범한 느낌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싶어요. 이번 이상호 작가의 사진전도 여러 번의 미팅을 통해서 카페가 가져야 할 정감 어린 분위기에 맞게 톤이나 느낌을 맞춘 거죠."


카페조각구름 달력


카페조각구름 카드만들기

카페조각구름 이벤트 ⓒ 사진 권순지


 

전시뿐만이 아닙니다. 카페 입구 한 쪽에는 색다른 공간이 자리합니다. '봄이와' 육아웹툰 작가의 2017년 달력을 음료 쿠폰 10개가 모아지면 선물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또한 2000원으로 직접 만드는 카드도 있구요. 멋진 카드를 추첨하여 선물을 제공하고 수익금은 대동어린이마을도서관을 위해 사용된다고 하니 그 취지가 남다릅니다. 

 


카페조각구름 판매물품

대동을 담은 피아노 연주곡 판매중 '카페조각구름' ⓒ 사진 권순지


 

한편, 카페의 공기를 채우는 음악들 역시 흘러가는게 아쉬울 정도로 특별합니다. 짧고 좁은 복도로 나뉘어진 아기자기한 카페의 공간. 카페 내부 한 쪽에서는 '인디음악'이 흐르고, 다른 한 쪽은 '클래식' 음악이 흐릅니다. 인디음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카페조각구름이 더욱 애정있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같은 장르의 음악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이곳에 와 일상을 보내는 것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요?


아직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동네와 골목. 그 동네의 아이들을 사랑해서 이곳에 온 조각구름 식구들. 그들이 창조해 내는 공간엔 소통과 어울림이 있어 따뜻합니다. 


▶카페조각구름

-대전광역시 동구 계족로 194-21

-042 624 3842

-open 10:00 am

-close 10:00 pm

-last order 9:3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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