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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원도심이야기

대흥동 구석구석 공정여행! 사랑스런 대전 원도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사람이든 물건이든 장소이든, 자주 만나고 자세히 보아야 정들고 사랑스럽습니다. 대흥동이 제게 그런 곳입니다.

 

지난 토요일, 저희 가족은 특별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그 이름하여 '시민과 함께하는 대전 원도심 사회경제적 혁신로드'. 실제 저희가 걸어다니며 대흥동에 남긴 발자국만큼, 그 이름도 길지요?

 

사회경제적 혁신로드는 대흥동을 비롯한 '원도심'의 역사와 문화 공간을 탐방하고 '사회적기업'들을 이해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대전광역시와 중구청, 고용노동부가 주최하여 지난 11월부터 두 달 가까이 진행되었답니다.

 

 

 

 

 

다행히 추위가 누그러진 토요일 아침, 저희를 비롯한 스무 명의 대전시민들이 대전평생학습관 마당에 모였습니다. 하루를 함께 할 동행임을 알아챈 아이들은 바로 친해졌습니다.

 

 

[눈으로] 사회적기업을 알아보다 :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

 

 

 

 

탐방의 시작점은, 바로 이 프로그램을 실제 진행하는 '(주)공감만세'였습니다.

 

(주)공감만세는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사회적기업입니다. 2010년 필리핀에서 만난 대학생 동아리가 그 시작이었고요, 지금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지역과 지구를 생각하는 '공정여행'을 기획하고 있답니다. 

 

 

 

 

앗, 여기서 잠깐! 저도 궁금했던 낱말풀이 할게요.

 

'사회적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기업과 비영리 조직(NGO)의 중간 단계라고 합니다.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등을 제공하고, 영업활동으로 창출된 이익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재투자하는 기업이지요.

 

'공정여행'은 여행자가 여행지에서 쓰는 돈이 그 지역과 현지인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여행이라고 합니다. 여행자만이 아니라 현지인도 똑같이, 공평하게 행복한 여행이 바로 공정여행이래요.

 

(주)공감만세 역시, 오랜 역사가 깃든 필리핀의 계단식 논이 여행자들에 의해 파괴되는 것이 안타까워, '여행자들이 망가뜨린 그 곳을 여행자들이 다시 돌려놓자'라는 단순한 의기투합으로 시작되었다네요. 10명의 사람이 여행을 할 때, 현지인 1명도 떠날 수 있는 나눔여행도 제공하고 있대요. 정말 아름다운 여행이죠?

 

 

 

 

 

 

 

아름다운 휴양지 몰디브 이면에는, 땅과 바다를 잃은 몰디브 어부들의 슬픈 이야기가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우리가 잠든 호텔이 누군가의 집을 빼앗은 것이요, 우리가 즐기는 수영장 물이 누군가가 마실 물이었다면, 과연 그것이 편안한 여행일까요?

 

그래서 (주)공감만세는, '대흥동으로 떠나는 공정여행'을 몇 해 전부터 운영하고 있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흥동이 좋아서, 이 동네를 알리고 싶어서'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네요.

 

 

 

 

 

[손으로] 원도심 문화예술 체험을 통해 자존감과 문화감수성 향상하다 : 문화공간 주자 PARKing

 

 

 

 

 

가는 길에 1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대전여중 개잎갈나무를 보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이 곳 학생이었다며 눈물짓는 일본인 할머니께서도 오셨다네요.

 

 

 

 

파랑새가 알록달록 맞아주는 이 곳에서 잠시 머물렀죠. 대흥동민인 두 (주)공감만세 선생님을 따라 '문화공간 주차 PARKing'에 들어섰습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는 이 갤러리는, 실제 모텔 주차장으로 쓰인 곳이었다죠.

 

또한 '박석신은 계속 진행 중(박석신 화백의 성 'Park' + 진행 중이라는 의미의 'ing')'이라는 멋진 뜻도 가지고 있답니다. 15년 전 이곳은 쓰레기가 가득한 곳이었다는데, 지금은 박석신 화백을 비롯한 여러 동료 화가들의 작업공간이자 전시공간이자, 저와 같은 일반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

 

 

 

 

지금 이곳에서는 사진에 수없는 붓터치로 사유의 세계를 표현한 송병집 화가의 'META-REALITY - SECRET GARDEN' 작품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전시공간에서 작품에 대한 소개를 듣고, 저마다의 크리스마스 혹은 새해맞이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어른들은 비밀스런 지하공간에서, 박석신 화백이 전하는 ’대청호에는 been 배가 떠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청호는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규모가 크고 대전시민의 식수원인데, 수질은 부끄럽게도 꼴등이래요. 게다가 대전은 식수원이기 때문에 공장과 축사는 물론 낚시도 규제하고 있는데, 건너편 충청지역에는 이런 오염시설들이 다 있대요. 이 모든 것이 '대전시민이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네요. 저 역시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먹는 물인데, 아무 생각이 없었다니..

 

 

 

 

또 아이를 학업과 경쟁에서 벗어나 제대로 키우고 싶어서 대청호로 이사간 사연을 이야기하며, 마을 어르신들과 어울리며 사는 이야기, 17개 통 주민들이 함께 대청호 예술제를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청호 억새밭을 소개하며, 여행주간을 통해 이 곳을 찾은 사람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즐거웠던 이야기까지 말이지요. '대청호의 스토리'는 지금부터 시작이네요.

 

 

 

 

또 '내이름은 꽃이요'라는 행복한 마음치유 체험을 했습니다. 먼저 여행자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떠오르는 문구를 이야기하라세요. 저는 새해를 맞이하며 초심을 지키며 살고 싶어서 "처음처럼이요"라고 했더니, '가슴에 품고 가자'라고 써 주셨어요. 아기 새들을 이끌고 떠다니는 엄마 고니를 닮은 제 이름을 보며, 처음의 마음을 늘 품고 가자 다짐했습니다.

 

 

 

 

이렇게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어른들이 행복한 선물 하나씩 가슴에 안고 왔답니다.

 

 

 

 

매주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영화보기는 이제 그만! 대흥동 토스트 콘서트는 앞으로도 쭈~~욱 계속 된답니다.

 

 

 

 

[입으로] 오래된 식당에서 대전의 역사를 만나다 : 진로집

 

 

 

 

칼국수가 우리 대전의 향토음식이란 걸 아시나요? 미국에서 원조물자로 온 밀가루가 당시 철도요충지였던 대전역 근처로 모였다지요. 또 대규모 간척사업을 진행하던 1960~1970년대에 나랏돈이 부족하다보니 근로자에게 임금 대신 밀가루를 지급했고, 그 과정에서 대전이 밀가루 유통의 거점이 됐대요.

 

당시 분식장려운동 등과 맞물려 대전역 주변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칼국수 식당이 생겼다네요. 이렇듯 칼국수는 대전의 역사가 서려있는 대표적인 향토음식이네요.

 

이곳 진로집의 칼국수는 저희 가족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았는데요, 특히나 제 배우자가 감격스러워 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그 맛 그대로라면서요. 이 여행에서 저희 가족만의 이야기가 담긴 식당을 발견한 셈이죠.

 

 

 

 

 

또 진로집은, 대전을 대표하는 또다른 향토음식 두부두루치기의 원조라고 합니다. 두루치기는 미리 양념하지 않고, 바로 양념해서 볶거나 끓인 음식을 말하는데요, '두부두루치기'라는 이름은 46년 전통의 진로집이 처음 썼다고 하니, 더욱 의미있는 한 끼였답니다.

 

 

 

 

[눈으로] 옛 충남도청에서 대전의 역사와 근대문화유산을 돌아보다 :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

 

 

 

 

등록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된 옛 충남도청입니다. 1932년부터 이 자리에서 중앙로를 바라보며 대전의 역사를 고스란히 봤겠네요. 옛 충남도청에 들어서면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최근 개관한 이 곳에서는 우리 '대전'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발전했는지 그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답니다. 게다가 대전의 산증인이신 도슨트 어르신들께서 각 코너마다 재밌게 설명해주셔서 귀에 쏙쏙 들어온답니다. 

 

 

 

 

지금의 대전역 자리는 대전천이 수시로 범람하여 억새만 무성한 곳이었답니다. 이 땅을 일제가 싼값에 사들여 제방공사를 했고, 경부선 철도를 놓기 위해 188명의 철도 기술자가 이곳에 머물렀답니다. 그것이 바로 '대전'의 시작이었대요. 이후 대전역을 중심으로 여러 기관과 건물이 들어섰고, 1925년까지 2500여 명의 일본인이 거주하게 되었대요.

 

아, 그리고 진미간장 같은 유명한 간장회사도 대전에 있었는데요, 그 이유가 대전천이 범람하는 그 늪지에서 자라는 콩이 그렇게 맛있었다네요. 일본인 쓰지 만타로가 세운 후지츄 간장공장에서 일한 분들이 광복 이후에 간장회사를 차렸다는 사실.

 

 

 

 

당시 조선인보다 일본인들이 훨씬 많았기에, 일본인을 위한 학교와 문학동인지, 신문사 등이 발빠르게 생겼다네요. 일본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다보니,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본적인, 일본다운 거리였대요. 비록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건물이 파괴되었지만, 바로 이 곳 옛 충남도청에서 그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공주에 있는 충남도청을 84년 전 대전으로 이전한 것이, 작은 '읍'이었던 이 땅이 우리나라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도시로 성장하는 발판이었대요. 충남도청이 이전하면서 보상 격으로 지어준 공주사범대학이 있어, 공주는 작지만 대표적인 교육도시로 불리게 되었다네요.

 

 

 

 

광복 이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대전형무소에 얽힌 두 번의 대참사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6천 여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이념 때문에 서로 죽고 죽였던 이야기는은 정말 무서웠습니다. 또 현충원에 있는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와 대전블루스의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박사의 절반이 일했다는 대덕연구개발 특구와 1993년 엑스포, 또 지금까지 대전의 모든 것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이곳은 언제나 무료로 개방합니다. 지인들과 함께 들러보세요. 도슨트 어르신들께서 방문객들을 위해 늘 대기하고 계시답니다.

 

 

 

 

[열정으로]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사회적기업가들의 열정을 탐구하다 : 사회적 경제 협동의 집

 

 

 

 

우리 대전의 대표적인 서점, 계룡문고를 지나 그 건물 2층으로 향했습니다. 따뜻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흐르는 '대전광역시 NGO 지원센터'에서, '원도심 레츠'와 '숲으로'의 대표님들을 만났습니다.

 

 

 

 

'원도심 레츠(LETS : 지역교환거래체계)'는 1999년 '한밭레츠'로 시작되어 지역품앗이운동을 펼쳐오다가 2012년 문화예술의 거리 대흥동과 함께 하고자 '원도심 레츠'로 재탄생 했답니다. 2007년 '그것이 알고 싶다'의 특집 '돈'에서도 언급이 되었는데요,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먼저 생각하는 좋은 사례로 소개되었습니다. 이런 지역공동체가 20년 가까이 잘 운영되고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원도심 레츠의 화폐는 '두루두루 쓰인다' 해서 '두루'인데도, 내가 만든 물건이나 중고품을 팔아서 혹은 내 재능을 기부해서 벌고 다른 회원들의 물건과 재능을 사는데 쓸 수 있대요. 일반적인 화폐와 다른 점은, 이자가 없어서 회원들 사이에서 돌고 돈 두레의 총합은 결국 0원이 된대요. 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라 에누리도 되고, 덤도 있답니다.

 

 

 

 

두번째로 만난 사회적기업인은 '숲으로'의 강경희 대표님이었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인연이 깊은데요, 한밭수목원 생태공작실에서 처음 뵈었지요. 이후 큰 아이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3학기 들으면서 환경전문기자의 꿈을 키웠고요, 올해는 '숲으로'가 운영한 아티언스 캠프까지 참여했답니다. '숲으로'는 대전의 숲과 산에서 아이들이 자연을 만나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해 주시는데요, 아이들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십니다.

 

 

 

 

"나는 강의하지 않을 거에요. 이 시간에는 재밌는 거만 만들 거예요."

 

은행알로 무당벌레 뺏지 만들기를 진행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무당벌레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을 먹는지, 누구랑 친하고 안친한지 술술술술  생태이야기를 풀어내셨답니다.

 

 

 

 

[눈으로] 대흥동 구석구석에 숨은 그림을 찾다 : 골목 곳곳의 그림찾기

 

 

 

 

마직막 장소로 가는 길에 대흥동 골목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그림들을 찾아 보았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산호여인숙 입구의 티셔츠는 원래 있던 벽의 태극기 낙서까지 살린 거랍니다. 티셔츠 모양이 되도록 연초록 바탕을 그린 것이지요.

 

 

 

 

산호다방 티셔츠를 그린 작가는 "대전은 입던 옷과 새 옷이 공존하는 공간인 세탁소와 같다."고 했다네요.

 

 

 

 

몇 해전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흥동민을 비롯한 대전시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파랑새를 만들었대요. 그 사이 빛바래거나 낡기도 했는데, 바로 그런 '틈새'를 공략한 작가가 등장했대요. 수줍은 팬더 보이시나요?

 

 

 

 

시멘트가 떨어져나간 자리에 북어 한 마리 있고요.

 

 

 

 

페인트 칠이 벗겨진 곳에 연무를 날리며 기차가 달립니다.

 

 

 

 

마감이 잘못되어 튀어나온 벽이 개구리가 되었네요. 대흥동에서는 눈을 크게 뜨고 다녀야겠지요?

 

 

 

 

 

[액션러닝] 대전의 다양한 사회적기업과 자본 생태계를 경험해 보다 : 카페 도시여행자

 

 

 

 

중구청 맞은편 골목에 있는 '카페 도시여행자'는 독립출판서점이자 출판사, 여행라운지, 여행도서관, 여행정보센터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두 주인장들은 백두산에서 만나 지리산에서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낭만파들로, 여 주인장은 예술과 문화를, 남 주인장은 축구와 여행을 사랑한답니다.휴학 10학기째인 남 주인장님은 처음에 연극영화를 전공했는데, 장애를 가진 형이 있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게 되었대요.

 

 

 

 

본인이 한 달씩 가서 살아보고 싶은 도시를 정하고 그 곳의 사회적 협동조합 등을 경험한 이야기며, 대전이라는 우리 도시에서 함께 어울리는 문화축제를 열게 된 이야기, 우리 지역의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청년문화기업으로서 성장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누구나 꿈꾸지만, 감히 실행하기는 어려운 삶. 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분들을 만나면서 제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대전 원도심 사회경제적 혁신로드' 졸업식을 함께 했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으로 대흥동이라는 곳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았다면, 중학교 1학년인 큰 아이는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삶과 직업이 있다는 걸 배웠다네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추고 싶을 때, 골목 담벼락에 숨은 팬더곰이 궁금할 때, 대흥동으로 오세요. 그 곳에서 여러분의 삶을 재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