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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상/대전사람들

도자기 핸드 페인팅 그림전, 섬세하고 개성있는 작품과 만나요

 

한지에 쓰여진 글과 그림에 멈춰 섰습니다. 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예쁜 그릇들이 아늑한 조명 아래  놓여 있습니다.

 

 

 

 

 

여기는 서구문화원입니다. 내년 1월부터 서구민들을 위한 평생학습관이 개관하여 문화센터를 넘어 평생교육장으로 쓰일 곳이지요.

 

 

 

 

이 곳 1층 전시실에서는 '위드 클레이' 모임의 '도자기 핸드페인팅 그림전'이 열렸습니다. 올 한 해동안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 전시회지요.

 

 

 

 

 

보통 이런 도자기 작품을 볼 때, 흙덩이로 그릇을 빚어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떠올리실 겁니다. 저 역시 그랬거든요. 헌데, '도자기 핸드페인팅'은 초벌된 그릇 위에 다양한 색상과 섬세한 붓 터치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랍니다. 어려운 흙 작업이 생략되었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비롯한 일반인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예술인 거죠. 그래서 같은 그릇이 저마다 다른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거나, 작가가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면 그에 맞게 그릇 형태를 의뢰한다고 하네요.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딱이지요? 이 아기자기한 작품들은 호수돈여중의 동아리 학생들 작품입니다. 똑같은 오뚜기모양 그릇인데, 저마다 개성 넘칩니다. 평일이라 아직 전시장을 찾지 못한 학생들이 애뜻하여, 꼬마 크리스마스 크리와 전구로 예쁘게 꾸며 주셨더군요.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신 김선주 작가의 작품에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명화를 만났습니다.

 

 

 

 

 

'도자기 핸드 페인팅'은 초벌 그릇 위에 표현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작가가 자신만의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적절히 표현할 수 있도록 그릇 형태를 특별히 주문하기도 한대요. 이희숙 작가는 호박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누런 호박이 정겹지요? 작가는 서예가이기도 하여, 저를 이끈 그 멋진 포스터를 직접 그리고 쓰셨답니다.

 

 

 

 

 

'풍경'을 주제로 한 박경숙 작가의 작품들입니다. 둥근 접시마다 사계절이 담기고, 아프리카 초원과 동해의 일출을 볼 수 있습니다.

 

 

 

 

 

'연'을 주제로 한 김명옥 작가의 작품입니다. '도자기 핸드페인팅'은 붓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따라 찍어내기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연한 비취색 그릇이 그런 정성에서 나온 것인데, 전통 다식판에서 영감을 얻었대요. '연' 그릇 사이에 살짝 얼굴 내민 민화 속 호랑이, 찾으셨나요?

 

 

 

 

 

'꽃'을 사랑하는 김경의 작가의 작품입니다. 만약 이 그릇으로 상을 차린다면, 날마다 꽃밭 나들이하는 기분이겠지요. 작품 옆에 살포시 놓인 꽃바구니에 '작은오빠가'라고 적힌 리본이 달려 있었습니다. 나를 응원해주는 든든한 가족이 있어, 우리는 오늘도 더 행복해 집니다.

 

 

 

 

 

'위드 클레이'에서 가장 연장자이신 김 순 작가의 작품입니다. 70대의 작가가 그려낸 '꽃'은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피었습니다. 노년의 작가가 쓰신 '청년'이라는 글귀가 마음에 다가옵니다.

 

 

 

 

 

작은 전시회가 주는 편안함과 생동감을 맛보려, 평일인데도 여러 분들이 찾았습니다. 지난 목요일에는 서구평생학습관 개관 기념 특강을 하러 김봉곤 청학동 훈장님도 들르셨다네요.

 

 

 

 

'위드 클레이'를 이끌고 계신 백경란 선생님 작품입니다. 담쟁이 화병에도 접시에도 하얀 매화가 피었습니다. 대전소셜미디어기자라고 소개하니, 무지무지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하지만 사진찍기를 저만큼이나 쑥스러워하셔서 작품만 소개합니다. 작가 이름표도 작품 뒤에 살짝 숨겨두실 만큼 수줍어 하시네요.

 

 

 

 

 

역시 백경란 작가의 '종'입니다. '만약 이 곳에 바람이 분다면~', 상상만 해도 기분좋은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딱 맞는 작품도 있고, 무지 깜찍하고 재밌는 작품도 있습니다.

 

 

 

 

 

백경란 작가와 성함이 비슷해서 여쭤봤더니, "같은 부모님 밑에서 나고 자랐지만, 별로 안친해요"라는 농담으로 소개하신 백경희 작가입니다. 자매가 같은 취미를 갖고 일을 하며, 같이 나이들어 간다는 것이 참 부럽고 보기 좋았습니다. 고무신과 꽃신, 추억의 교복 패션은 정겹습니다. 매력적인 하이힐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저리 가라네요.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는 따뜻한 차와 나무도마를 주셨답니다. 아름다운 작품도 보고 깜짝 선물까지 받다니,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이 전시회를 마련한 '위드 클레이'는 둔산에 있는 공방이래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작품전시회를 열었는데, 저를 비롯한 많은 관람객들이 서구문화원 수업이냐고 배울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지요.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 그래서 서구문화원에서도 이후에 이 '도자기 핸드페인팅' 수업을 개설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갔답니다. 조만간 제 손 끝에서도,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그릇이 나올 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