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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원도심이야기

도시재생을 말하다(2)부산 원도심 여행(초량 이바구길 ~아미동 비석마을~최민식갤러리)

대전시는 광역지자체간 도시브랜드 상호 홍보를 위해 10월 28일 부산시를 방문하는 교차팸투어를 실시했습니다. 대전시소셜미디어기자단이 직접 보고 느낀 부산의 도시재생 이야기를 들어보며 대전의 도시재생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거리마다 낙엽이 곱게 내려앉는 계절. 한그루 한그루 오색으로 물드는 가을날의 신비로움이 단풍으로 드러날 즈음. '숨은 대한민국 찾기-2016 가을여행주간(10월24~11월6일)'을 맞아 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단은 부산의 원도심 일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추우가 내리는 10월의 마지막 주말은 새벽부터 가랑비가 여행길을 재촉했지만, 차분하게 차에 올라 자욱한 새벽안개 가르며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대전시 소셜미디어기자단 두 번째 교차 팸투어로 항구도시 부산의 원도심을 둘러보고, 대전의 도시재생에 벤치마킹을 해 보자는 깊은 의미가 함축된 여행으로 약간의 긴장도 필요했습니다.

 


 초량이바구길에서 바라본 부산앞바다. 앞에 보이는 섬이 영도다

 

한국 제1의 무역항인 부산은 한국전쟁 1123일 동안 우리 대한민국의 수도였던 곳으로 국제적인 항구도시이자 우리나라 제2의 도시입니다. 거칠고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는 인정이 넘치고 구수하면서 은근히 매력 넘치는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푸른 바다. 은빛 모래, 거센 파도, 갈매기, 생각만 해도 멋지단 생각이 절로 드는 도시 부산. 고층 빌딩이 운집한 지역도 많지만, 낡고 오래된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구불구불한 가파른 산복도로를 이용해야하는 부산은 대전의 낮은 분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산동네가 많은 도시입니다.

푸른 바다가 눈앞에 쫘~악 펼쳐진 풍광이 끝내주는 산동네에는 슬픈 사연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장 먼저 도착한 부산 송도 바닷가. 시원한 대구탕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 부산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산여행 특공대의 손 민수 대표와 부산의 원도심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시인 유치환의 우체통

 

 

사랑하는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휜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옆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중략)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나는 행복하였네라~

시인 청마 유치환의 예술과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부산항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초량이바구길에 빨간 우체통을 설치하고 멋진 신사복 옆구리에 책 한 권을 끼고 서 있는 유치환 기념관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부산의 관광명소로 산복도로 조망9경으로 휴대폰을 이용해 QR코드나 NFC코드를 찍으면 스탬프가 획득되는 코스로 2층 건물에 전망대선 부산의 원도심과 부산항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습니다.


요즘처럼 빠른 세상에 비해 유치환 우체통은 1년 정도 느린데요. 이곳에서 편지를 쓰면 1년 뒤에 도착된다고 합니다. 타임캡슐처럼 10년 20년은 아니지만, 1년 뒤에 자신이 쓴 편지를 본인 가족 또는 연인이 받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참 의미 있는 우체통입니다. 이 순간 저는 국립대전현충원의 하늘나라 우체통이 생각났습니다.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쓴 편지가 비에 젖는 안타까움에 고안했다는 하늘나라 우체통. 1년에 한 번씩 꺼내 편지사연을 전시하고 있지요. 곧 국립대전현충원 주변에도 곧 나라사랑길이 조성된다지요.

 


유치환 기념관내에 있는 시인의 방

 

부산 출신의 유치환 시인을 기억하고자 이곳에 우체통을 설치한 것이 관광명소가 되었다니 참 깜찍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치환의 우체통이 있는 옥상에서 한 층 밑으로 내려가면 시인의 방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편지를 쓰는데요. 엽서는 무료로 제공 되고, 우표 값 270원만 내면 됩니다. 느낌 있는 카페처럼 쿠키와 차도 판매하며 아늑한 분위기에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앉아 편지를 쓰다보면 사연이 절로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 통유리를 통해 바라본 초량이바구길

 

부산의 원도심을 배경으로 제작된 엽서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으며 통유리를 통해 바라보는 부산항은 빗방울이 맺혀선지 더욱 운치 가득했습니다. 관광특구인 차이나타운이 있는 부산 초량에 이런 숨은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 있다니... 초량이바구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옛정이 느껴지는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초량이바구길에는 2013년 안전행정부 주관 '우리 마을 향토자원 경연대회'에서 Best 30선으로 선정됨을 인증하는 인증서도 걸려 있었으며, 부산 동구의 옛 모습과 초량의 역사, 동구를 이어온 사람들, 한류스타, 등 사진과 함께 설명이 더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60~70년대 가수 나훈아, 이경규 MC등이 이곳 초량초등학교 출신이라고 하네요.

 


초량당산.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곳

초량 당산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신(할아버지신 & 할머니신)에게 마을의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 지역공동체인 의례로 극심한 사회변화 속에서도 잘 보존된 우리의 문화유산입니다. 일제 때 말살정책의 일환으로서 박해도 많이 받았으며 1970년대 새마을운동시에는 낡은 미개한 문화라하여 배척당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보존되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지역의 구의원들이 참여하는 마을의 행사로 발전하였으며, 이 당산제가 올려 지는 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덕담을 나누는 등 친목을 다지고, 당산제가 거행되지 않는 날에는 무당들이 찾아와 제사를 올리거나 자녀의 진학을 기원하는 등 축원을 부탁하는 마을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168계단에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관광명소가 되었다

 

168계단 모노레일과 예술가방 168

45도 경사진 계단에 설치한 모노레일. 168계단 중간 중간엔 포토존이 있으며 아트샵과 전망대, 체험공방과 한식요리 체험실도 있었습니다. 모노레일 종점에 위치한 카페는 창 너머로 부산역 뒤 바다가 훤히 보였으며 하부와 상부 정거장 사이 중간 지점에 정거장을 하나 만들어 모노레일 운행 중에 하차할 수 있게 설계하였으며 1950∼1970년대 추억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전시공간도 있었습니다. 

 


168계단에서 내려다 본 초량이바구길


초량이바구길에서 만난 게스트하우스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와 가파른 계단을 천천히 오르며 둘러 봤는데요. 모노레일이 시작되는 제일 아래 우물터에서 물을 길어 이 계단을 오르내렸다고 합니다. 모노레일에 탑승하면 탁 트인 부산항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산동네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산복도로 특유의 풍경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길가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는 초량이바구길에서의 추억을 간직하기에 괜찮은 숙소로 보였습니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_ 피난민들의 삶의 터전

일본인들의 묘지위에 집을 짓고 살았던 동네로 아미동 비석마을은 워낙이 높은 고지대인데다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기 때문에 골목은 우산도 못 펼 만큼 좁습니다. 한사람 겨우 다닐 정도인 전형적인 산동네로 좁은 계단이 골목골목으로 이어지는데요.


판자집을 지을 때 건물벽, 계단 사이사이에 묘지석으로 쌍았다.

 

이 골목을 들여다보면 다른 동네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점들이 발견됩니다. 건물 벽, 가스통받침대, 골목계단 사이사이에 반듯한 대리석들이 섞여 있었는데 거기엔 알만한 한문에 그림도 그려져 있었습니다. 서산가지묘(西山家之墓)라고 글씨가 쓰인 돌이 담장으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돌들이 우리나라 묘지에서 더러 볼 수 있는 상석과 비석들입니다. 그래서 비석마을이라 불린답니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 공동묘지가 있던 곳으로 1945년 광복 후 일본인들이 달아나면서 미처 수습해 가지 못한 묘지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1950년 6.25전쟁 후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몰려들어 받은 표 한 장으로 터전을 잡은 곳이 바로 이 아미동 산19번지라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 죽음의 공간이었던 아미동 산19번지는 그렇게 산 사람의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대전시소셜미디어기자단이 아미동 비석마을을 둘러 보고 있다.

 

비만 피할 수 있게 살고 봐야했던 사람들은 묘지 위에다 천막을 치고 집을 짓게 되면서 반듯한 묘지석들은 단연 최고의 건축자재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천막과 나무판자가 덕지덕지 붙은 자리엔 시멘트와 슬레이트가 덧대어진 낮고 좁은 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의 비석들이 지금까지 그 모습을 유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덤위에 판자로 집을 지은 아미동 산 19번지는 한 사람이 제대로 누울 수도 없을 듯한 공간 안에 많은 식구들이 살았다고 합니다. 아미동 사람들의 말도 못할 어려웠던 시절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시설조차 없었던 시절 가장 큰 문제는 물과 화장실이었다고 합니다. 부엌이 있을리 만무하고 다리 뻗을 공간 조차 하나 없는 곳에 화장실이 있을리 만무했습니다. 그때 말뚝을 박고 천막을 쳐서 만든 것이 바로 공동화장실이었다고 합니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의 모습

6.25전쟁 후 피난민이 몰려든 부산 원도심에는 군데군데 달동네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나라가 어수선하고 넉넉지 못했던 시절. 가진 것 없이 삶의 터전을 옮겨와 살아온 아미동 사람들. 지금도 공동화장실이 3개정도 사용되고 있는데 깨끗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과거 주검이 묻혔던 자리에 살고자하는 강한 의지가 만들어낸 역사적 공간이 바로 아미동 비석마을입니다. 부산항 대교와 부산역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초량이바구길은 일제의 침략과 해방, 6.25전쟁의 아픈 근현대사를 간직한 장소로 60만 여명의 피난민의 보금자리이자 생사고락을 함께한 곳입니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에 그려진 벽화

 

아미동 비석마을엔 옛 모습을 간직한 벽화들이 가득하고 그 벽화들은 대부분이 웃음 띈 얼굴들이 많았습니다. 엄청난 경사에 집을 짓고 산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로 좁은 골목에 경사진 수많은 계단들을 나이 드신 분들이 어떻게 다녔나 싶은 생각에 가슴이 져며 왔습니다.

 


좁은 골목길엔 '치안올레길_셉테드 아미골행복마을'이라 새겨져 있다.

 

역사와 문화 생활상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아미동 문화마을이 최근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부산야행 역사탐방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좁은 골목길엔 '치안올레길_셉테드 아미골행복마을'이라 새겨져 있었습니다.

누리 바라기 쉼터

녹이 슬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표면에 막을 형성하도록 제작되었다고 하는 누리 바라기 쉼터에서는 영도, 남항대교, 태종대, 용두산 공원, 부산타워, 영도대교, 광안대교, 북항대교 등 부산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아름다움을 더하는 "코르텐 스틸"을 사용하여 시간과 멋과 조망을 강조하는 "누리바라기" 이미지가 잘 어울린 쉼터라고 합니다.

 


초량이바구길에 위치한 누리 바라기 쉼터


바다가 강처럼 흐르는 모습. 가장 부산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4개의 다리가 연결된 영도. 앞으로 부산이 보여져야 할 부산만의 이미지와 브랜드는 원도심과 산복도로입니다.

아미문화학습관(최민식갤러리)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으로 만들어진 아미문화학습관은 작은 도서관과 프로그램실이 있고, 방문객을 위한 사진을 상시 전시하고 있는 최민식 작가의 사진 갤러리가 있었습니다. 최민식 사진작가는 우리나라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작품 하나하나에서는 역사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 했으며 대한민국의 가장 낮은 곳의 모습을 필름에 담아내셨다고 합니다. 카페가 있는 상층에는 부산 앞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었습니다.

 


최민식 작가가 글을 쓴 노트가 갤러리에 보관되어 있다.


최민식 갤러리를 감상하는 모습 


초량이바구길에서 바라본 부산의 원도심

 

가난의 상처, 부산의 아픔을 간직한 의미 있는 장소, 못사는 산동네 마을, 부산 사람들에게도 산복도로는 못사는 사람들의 동네로 치부당하고 있는 마을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무한한 노력 덕분에 희망이 피어났고 그 희망 덕분에 부산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처참한 그 시절의 삶. 그분들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산복도로의 가난해 보이는 이 공간이 부산사람들에게는 힘이 되었던 길입니다.

피난시절 역사에 대해 해설을 곁들인 탐방코스를 둘러보니 그때 그 시절의 아픔과 고난과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무엇보다 가슴 짜릿하게 다가오는 무언가가 목젖까지 올라오는 느낌이었습니다.

하루의 일정이 끝나니 종일 내리던 비도 그쳤습니다. 부산 야경의 끝판 왕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며 광안리 해변에서 부산의 밤바다를 즐긴 후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하루가 이렇게 짧게 느껴진 적도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은 감사함을 느낀 여행으로 많은 것들을 품고 오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초량이바구길은 걷는 내내 부산항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는 게 부산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화려함을 벗어난 소박하면서도 정감 가득한 풍경들은 이번 여행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부산 고유의 산복도로라는 지형을 활용한 모노레일 설치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고지대 주민들이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던 불편도 더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본 셈이라고 하겠습니다. 바로 이런한 점들이 도시재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산이 많고 높기로 유명한 부산과는 달리 낮은 분지가 포근히 감싸주는 편안한 내 삶의 터전인 대전은 타지의 사람들에게 보다 신선하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면 좋을까를 고민해야할 때입니다.

우리 대전도 원도심 일대 옛 충남도청과 도지사공관 등 은행동 대흥동 일대를 스토리가 있는 마을로 엮어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명소가 될 그날을 기대하며 가을여행주간에 쌈박하게 다녀온 부산초량이바구길에 온 하루를 동행하며 길손 역할에 힘써주신 부산여행특공대에 무한 감사드립니다.

노란색 빨간색 단풍들이 곱게 내려앉은 가을입니다. 부산의 역사를 알 수 있고, 마을의 스토리텔링이 있는 부산의 원도심으로 역사여행을 떠나 보세요. 또 다른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