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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젊은사진집단 도래샘 展을 다녀왔습니다!

 

수요일마다 대전시민대학으로 향합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건강해지고 싶어서 기천문이라는 수련을 하고 있거든요.

조금 늦어서 열심히 달려가다가 문득, 멈춰섰습니다. 대전평생교육진흥원 대문에 걸린 현수막을 발견했거든요.

 

 

 

 

'도래샘?'

 

이 단어가 무슨 뜻일까 싶어, 수련 내내 되내이다 끝나자마자 찾아봤습니다. '빙 돌아서 흐르는 샘물', 품은 뜻도 예쁘고 가만히 소리내어 읊어도 좋은 순우리말을 또 알았습니다.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식장산관 전시실에서 지난주부터 딱 일주일동안 만날 수 있는 사진전이었습니다. '젊은' 사진집단이라 그런가요? 초대의 글에는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라는 우보 민태원님의 <청춘예찬>이라는 수필의 첫 구절도 함께 합니다.

 

 

 

 

드디어 전시실 앞, 네 번째 사진전을 축하하는 화분도 보입니다.

 

 

 

 

 

주인장들은 잠시 자리를 비운 듯한데, 저보다 먼저 오신 일행들께서 품평을 주고 받으십니다. 이날도 '찾아가는 대전학' 답사를 다녀오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 아쉬워 들르셨대요. 하루를 정말 알차게 보내시는 분들이죠?

 

 

 

 

먼저 전시장을 한 번 둘러보았습니다. 하얀 벽면에 가지런히 걸린 사진 액자가 멋스럽습니다.

 

 

 

첫번째 작품은 어린 아기의 첫돌잔치입니다. 3D 입체안경이 준비되어 있다면, 아기의 웃는 얼굴이 더 잘 보일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작가에 대한 선물인가 했는데, 네 컷의 사진과 함께 막걸리병까지도 작품이겠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파전을 먹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나 봅니다.

 

 

 

 

박문규 작가는 청량음료와 햄버거를 사랑하는 자녀의 일상을 표현한 듯 합니다. 총천연색 사진들 사이에 있어 눈길을 끈 흑백사진 연작입니다. 시장통에서 만나뵐 수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파전에는 막걸리가, 꽁치구이에는 소주가 짝꿍인가요? 저는 주부인지라 소금이 솔솔 뿌려진 꽁치구이는 밥 반찬인데, 누구에게는 하루의 피로를 날려주는 술 안주겠죠?

 

 

 

 

다른 작품과 달리 액자가 아닌, 캔버스에 표현된 작품입니다. 가장 왼쪽의 캔버스는 연두빛 점만이 찍혀있어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됩니다. 그리고 두번째, 세번째 작품을 다 보고서야 알았네요. 우리의 풍요로운 식생활 뒤에는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도 많다는 것을.

 

 

 

 

사진에서 보이시나요? 밥솥 바닥에 말라붙은 밥, 비어있는 도시락 너머 주름진 손과 발, 그리고 숟가락이 담긴 밥 한 그릇. 나이들어 외롭게 사는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유봉훈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졌던 들판이 빽빽하게 들어찬 배추밭이 되었습니다. 흉년이 닥쳐도 풍년이 들어도 저 논바닥처럼 농민들 시름은 깊다는데, 올 한해 농사의 대가가 온전히 돌아가기를 희망합니다.

 

 

 

 

첫 작품이 아기의 돌잔치였는데, 전시장을 한바퀴 돌고나니 꽃상여가 나갑니다.

 

 

 

 

작품마다 제목이나 설명없이 작가의 이름만 있어, 사진 하나하나에 담긴 뜻을 헤아리고자 노력했는데 어렴풋이 알겠습니다. 이번 전시회 주제가 바로 '식(食)'이었네요. 먹는다는 것, 먹게 된다는 것은 바로 살아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요?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식', 먹는다는 것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의식이니까요.

 

 

 

 

찾아보니 '젊은사진집단 도래샘展'은 가을마다 이 곳에서 열린다네요. 내년에는 어떤 주제로 찾아올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