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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대전역사박물관 전시-한국의 명가 안동 권씨와 양반의 역사

대전역사박물관에서는 작년 하반기에 개관3주년 특별전으로 한국의 명가 광산 김씨(光山 金氏) 전시를 열었고,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의 명가 두 번째 시리즈로 안동 권씨 특별전을 열었습니다.

 

 

11월1일 오후3시에는 대전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앞에서 개막전 특별 행사가 있었습니다. 개막식에 앞서 금정예술단의 짦은 축하공연이 있은 후 개막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명가를 알리는 두 번째 전시인데, 혹시 '왜 우리 가문이 먼저가 아니냐?'고 반발하실 분도 있을 지 모르겠네요. 사실 전시에 소개된 성씨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의 유명한 성씨도 많으니까요. 

 

 

그러나 한국의 명가 전시는 조선시대 양반의 사회문화사를 보여주는 것이 전시의 목표이므로 조선 시대 유력한 성씨와 유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처음 시작한 발걸음이니 앞으로도 시리즈로 계속 소개가 되겠죠.  

 

전시의 내용은 대전의 세거성씨인 안동 권씨의역사와 가계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양반의 사회문화사를 보여주는 유물 100여 건인데요. 전시의 주제는 사시지문(四始之門)입니다. 

조선시대 용어는 사극을 통해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이건 무슨 소리일까 싶은 한자 용어가 더 많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사시지문이라고 주제를 정한 이유가 전시 포스터에 나와 있네요.

 

안동 권씨는 조선시대 사족 중 처음이 된 네 가지(四始)를 가진 문중이다. 

최초로 기로소에 들어간 인물 중의 하나인 동고 권중화, 첫 문형을 지낸 양촌 권근, 처음으로 호당에 들어간 권채, 그리고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족보인 안동권씨 성화보가 그것이다.

 


 

 

전시물을 보니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조선시대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도설은 권근(1352-1409)이 쓴 것으로,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과 과정,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 있다. 천문학과 역법의 수준은 물론, 그들이 왕조의 통치철학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설명하고있다." 

 

 

안동권씨는 우리나라 인구 중에 열한 번째를 차지하는 성씨로 현재 전국에 약 70만 명이 있습니다. 또한 조선시대 대전 지역으리 대표적인 사족 중의 하나인데, 현재까지도 서구 탄방동과 중구 무수동이 안동권씨 집성촌이 남아 있습니다. 

 

 

안동권 씨는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권문세족으로 고려 왕건에게 권씨 성(시조 권행)을 하사받고 처음 생겼는데요. 그 이후 조선왕조 개창 이후도 왕가의 성(姓)인 전주이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문과 급제자를 배출하며, 거의 800년간 두 왕조에 걸쳐 명문가의 지위를 누린 흔치않은 성씨이기도 합니다.

 

광해군2년(1610) 식년문과에서 장원급제를 한 만회 권득기(1570-1622) 문집으로 증손자인 유회당 권이진이 간행하였다.

탄옹집: 1669년에 대전에 정착한, 탄옹 권시(1604-1672)의 저술을 모아 편찬한 문집으로 손자인 유회당 권이진이 간행하였다.

 

권시의 차첩은, 1636년에 탄옹 권시(1604-1672)를 대군사부(大君師傅)로 임명한다는 이조의 사령장이라고 합니다. 대군사부는 대군의 스승을 맡는 관직으로 1636년이면 그 해 12월에 병자호란이 일어난 어지러운 해입니다. 중앙의 벼슬길로 나오라고 했는데, 어쨌든 벼슬을 준다고 해도 나아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탄옹 권시(1604-1672)의 차첩(1636)

 

그런데 임명장에 연호가 명 마지막 황제인 숭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명(明)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는 북으로 청나라가 강해지면서 내부로는 이자성의 난으로 북경까지 함락되자 1644년에 목을 매어 자살한 황제입니다. 그를 마지막으로 명나라가 망했습니다.

권시는 우암 송시열과 사돈 간으로 회덕의 은진 송씨 집안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으므로 송준길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해예송(1659년) 때 권시가, 송시열과 대립하던 윤선도와 윤휴를 지지하는 상소를 올려 관계가 멀어졌지만 1688년(숙종 14년) 송준길은 "권시가 나이가 들수록 임금에 대한 사랑과 나라에 대한 걱정이 더욱 돈독해지니 버릴 수 없다"라고 하며 다시 한 번 권시를 한성부좌윤으로 추천하였다고 합니다.

1688년은 장숙정이 왕자(경종)를 낳고 희빈으로 품계가 올라간 해입니다. 장희빈의 뒤에는 남인 세력이 있었다고 하지요? 왕자도 낳고 희빈으로 올라갔으니 남인들이 힘을 얻긴 하였겠네요. 

그런데 탄옹 권시는 1672년까지 살았다고 하는데 어떻게 1688년에 추천을 하였는지? 설명문에 좀 착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유회당 권이진(1668-1734)의 시권

 

위의 커다란 종이는 거의 전지 크기인데, 당시의 과거시험 답안지인 시권이 저렇게 컸나봐요.

이 시권은 1694년(숙종20년) 유회당 권이진(1668-1734)이 별시문과에 응시해 병과 2위로 급제했을 때 쓴 시권인 대책문입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은 최종적으로 단 33명만 뽑을 정도로 어려웠다고 하지요. 보통 30세를 넘도록 공부하여야 과거시험에 급제하였다고 합니다. 유회당 권이진은 27세에 차석으로 급제하였군요.  

*대책문: 과거 시험에서 임금이 내는 '논술 주제'인 '대책'에 논술답안을 쓴 것이 '대책문'입니다.

 

 

대전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은 그냥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그와 관련된 그 시절의 역사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차근차근 볼수록 재미납니다.^^

전시물의 내용과 사연을 알지 못하고 전시물만 훑고 나온다면 전시를 보는 의미가 거의 없습니다. 한국의 명가 전시는 한자로 된 자료가 많으므로 반드시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실 것을 권합니다. 

대전역사박물관에서는 전문자원봉사자, 박물관 직원으로부터 전시유물 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요. 단체로 오는 경우에는 전시해설사 1명 당 예약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한다고 합니다. 30명 이상 단체인 경우에는 별도로 예약하여 안내를 받아야 합니다.(한국의 명가 전시 해설 문의 042-270-8606~10)

전시장 밖에는 다양한 주제의 대책이 걸려 있습니다.

사회학, 정치학 등에 관심이 있는 학생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여기에 있는 12가지를 주제로 하여 자신의 생각을 써봐도 좋겠네요.

조광조, 강희맹, 율곡 이이, 김일손, 송시열, 양사언, 권벌 등의 대책문도 당시에는 남의나라 글인 한문으로 썼겠지만 여기에는 한글 번역본으로 실려있는데, 이거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그 분들이 몇살에 급제를 하였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인간의 기본 도리 면에서는 살아가는 모습이 크게 다를리 없으니 더 재미있습니다.

  

대전역사박물관 뒤로 가면 갑천에서 만나는 진잠천이 흐르는데, 그 주변에 갈대가 가을가을~~~ 하며 손짓합니다. 

이번 가을은 어쩐지 아쉬움을 남기고 금방 갈 것 같아요.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으니 '최선을 다해' 가을을 누려봐요. 토요일마다 박물관 1층에서 음악회도 있는데, 박물관 전시도 보고 음악회도 감상하고 도안천변에서 산책도 하면서 2016년의 짧은 가을을 풍성하게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2016 대전시립박물관 특별전 한국의 명가 전시- 사시지문(四始之門)

안동 권씨와 양반의 역사
2016.11.1~2017.1.30
대전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