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들의 아름다운 공동체
서로 돕고 나누는 아름다운 품앗이 전통 "원도심레츠"
매일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주변을 둘러 볼 시간적 여유조차 가지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어떤 동네인지도 잘 모르고 사는 사람들 또한 대부분인데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사. 이제 한 번쯤은 내 주변을 돌아 보고 관심을 가져도 좋을듯 싶습니다. 새해에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동네를 좀 더 자세히 알아갔음 좋겠단 생각에 대전의 원도심 "대흥동 골목길"을 이야기 해 봅니다.
대흥동이 지닌 매력. 수십년 묵은 산호다방 외벽엔 티셔츠 그림이 그려져 있다
지난 1월 말. 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단이 권선택 시장과 함께 대흥동 일대를 투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전의 원도심 대흥동은 대전 문화예술의 1번지로 중구 원도심의 상권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중구청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보면 여러개의 화방을 지나고 왼쪽으론 축구 마니아인 주인장이 운영하는 카페 & 서점이면서 지역 소모임 공간이자 원도심 안내공간이기도 한 도시여행자가 있구요^^ 거기서 한발짝만 옮기면 오래된 건물에 특이한 그림이 그려진 벽화를 만날 수 있는 건물이 있습니다.
커다란 티셔츠 그림이 걸려 있는 이곳은 산호다방입니다. 예전에 이 골목을 지날 때면 대체 이곳은 뭘 하는 곳일까 참 많이 궁금했었는데, 알고보니 2012년 ‘원도심 아트 프로젝트’ 때 생겨난 것으로 건물에 제법 세련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문화향기가 가득한 이 골목엔 1977년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문을 연 낡은 여인숙이 지금은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이자 상설전시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권선택 대전시장이 소셜미디어기자단과 함께 팸투어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대전 도시철도 중앙로역에 하차 하시면 바로 대흥동인데요. 도시철도 4, 5번 출구로 나오면 문화예술의 거리가 시작됩니다. 일제시대 형성된 구도심의 낡은 모습이지만 요즘 이 거리는 젊은 인디문화의 발랄함과 청춘들이 넘쳐나는 거리로 변신했습니다. 향기로운 커피 볶는 내음이 가득하고 커피향을 닮은 젊음이 가득찬 거리입니다.
오래된 골목들이 얽혀 있기도 한 이곳 대흥동엔 자그맣고 예쁜 카페와 소극장, 갤러리가 옹기종기 많이 모여 있습니다.
제가 처음 대전에 첫 발을 디뎠을때 옆기지가 그냥 "시내"라고 부르던 곳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가 번성 했던 곳. 오래전 한때 출렁이던 거리의 뒷모습. 대전의 한복판에서 꽃 피웠던 문화의 흔적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북카페와 밤에는 공연장으로 변신하는 바(bar)도 많습니다.
문화와 예술의 생명력이 살아 있는 대흥동거리,
상권이 쇠퇴하고 있다곤 하지만, 젊은이들은 다시 대흥동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원도심 대흥동 골목에 자리한 원도심레츠입구
이 부근이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 끝자락인데요. 대흥동은 그냥 카페거리나 소극장 거리가 아닙니다.
산호다방 네거리 맞은편에 서울치킨 간판이 보이고 조금만 더 골목으로 들어가면 작은 공간 2층에 지역 품앗이 공동체인 "원도심레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원도심레츠'는 '한밭레츠'의 또다른 사업장입니다. 상업화가 되지 않은 거리. 대흥동 사람들이 공동체로 살아가는 또다른 가능성을 찾고 있는 그 대안중의 하나가 바로 "품앗이" 인데요.
'레츠(LETS)'는 지역 교환·거래체계(Local Exchange&Trading System)의 약자로, 지역화폐 운동을 벌이는 공동체입니다. 지역화폐를 발행해 공동체 구성원의 노동과 시간, 재화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삶을 나눈다는 의미이죠. 일종의 품앗이공동체 운동으로 대전에서는 1999년 '한밭레츠'가 설립되면서 본격화 되었다고 합니다.
올해 대전광역시의 중점시책중 하나인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대전시와 시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전으로 유입되는 인구수에 비해 빠져 나가는 인구수가 점점 많아지는 가운데 대전은 새로 실시되는 여러가지 행사와 원도심 재생사업으로 앞으로는 많은 스토리가 발굴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권선택 대전시장이 원도심레츠 사물실에 앉아 주인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로부터 서로 돕고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습니다. 바로 '품앗이'인데요. 농경문화로 이어져 내려온 우리나라는 마을 주민이 일손을 모아 공동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공동체는 선조들의 일상이었죠.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는 쉽다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에도 이러한 정신은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한밭레츠'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공동체라고 합니다.
역사만 오래된 것이 아니라 거래도 가장 활발한 ‘성공모델’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고 합니다.
이웃이 어려움에 처했을때 도와주는 일, 연말 이웃 돕기 등의 활발한 모금 활동을 하는것을 잘 아실 텐데요. 그 대표적인 예로 두레와 품앗이, 계 등이 있습니다. 누구와도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다자간(多者間) 품앗이 제도는 우리민족전통의 상부상조 정신을 되살려 상호 신뢰와 지역연대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각 지역에서 통용되는 공동체 화폐를 통해 회원들의 품과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교환제도입니다.
"두루" 참여방법이 설명된 설명서
현금처럼 쓰는 지역화폐 "두루" 는 “이웃간의 情을 거래합니다”
그렇다면 대전의 원도심에서 통용되고 있는 지역공동체 화폐가 무엇인지 알고 계신가요?
저도 얼핏 들어보긴 했어도 어떻게 발행되고 어떻게 사용되는건지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날 원도심레츠 담당자님께서 말씀하신 "두루"에 대한 얘기를 듣고 대전에서 통용되는 지역공동체 화폐가 바로 "두루"라는걸 알았습니다.
지역공동체 품앗이 회원들은 재화나 서비스를 거래할 때 화폐인 "두루'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사이버머니와는 다릅니다. 이곳에서 회원들 간에서만 사용되는 지역화폐 ‘두루’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천원권, 만원권 같은 우리나라의 공식 화폐와는 다르다고 하는데요.
원리는 한 사람이 지역화폐 공동체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통장계정이 주어집니다. 그러면 이 회원은 다른 회원과 노동과 물건을 사고 파는 거래를 하게 되죠. 거래를 통해 지역화폐 금액이 통장에 더해 지거나 빠지는 식입니다.
공동체화폐 "두루"는?
모든 물품이나 서비스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현금대신 사용되는 공동체활폐의 명칭입니다. 액수는 거래 당사자들이 정하게 되며 현금화폐와 같은 가치를 가집니다.(1,000두루 + 1,000원) 현금과 두르를 같이 사용할 경우 전체가격의 20~30% 시상을 두루로 거래함을 원칙으로 합니다.
지역품앗이 원도심레츠 담당자가 기자단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예를들면 순이가 철이네 고장난 전기를 고쳐주고 2만 두루를 받았다면 순이의 통장에는 2만두루가 입금되고, 철이의 통장에서는 2만 두루가 빠쳐나갑니다. 지역화폐는 온라인 상에서만 가상화폐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지역화폐의 가치는 현금과 1대 1이며 2000두루는 2000원과 같다고 합니다. 적립액보다 사용액이 많을 경우에는 마이너스 계정이 도리 수도 있는데요. 물론, 그렇다고 이자가 붙진 않는다고 합니다.
대전지역의 아주 특별한 품앗이 "원도심레츠"는 나눔으로 건전한 사회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자생 시민모임입니다.
'두루'라는 품앗이 화폐를 도입해 활발하게 품앗이 거래를 하고 봉사를 만들어 갑니다.
품앗이 화폐로 물건 구입은 물론, 병원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고물가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른 품앗이로 살림도 풍성해지고 이웃 간 정도 더욱 돈독히 쌓게 해주는 대전 원도심의 아름다운 품앗이 전통 '원도심레츠'입니다.
품앗이 화폐인 '두루'를 통해 다양한 재능과 학습이 교환되기도 합니다. 지역공동체인 원도심레츠에 가입한 업소(단체)에선 모두 '두루'로 통용되는데, 물품이 없다면 재능으로 두루를 벌 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서로 필요한 것을 나누는 품앗이죠. 원도심레츠는 구성원들이 ‘품앗이’를 통해 서로를 돕고, 대체화폐 "두루"로 거래까지하는 지역공동체를 이끌고있는 곳입니다.
원도심레츠 사무실 풍경
각종 생필품 거래업소부터 약국, 병원, 커피숍, 미장원, 카센터 등이 원도심레츠의 가맹점인데요. 대전을 중심으로 인접 충남 금산·공주, 충북 영동, 경북 상주 등지의 40여 개 업소 및 농민들이 두루로 거래하는 점포들입니다. 품앗이로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약도 지을수 있습니다. 먹을거리나 입을거리는 두말 할 나위도 없습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돈이 없어도 생계 걱정을 덜 해도 되니 놀랍기만 합니다. 회원들 간의 거래는 가격의 최소 30% 이상을 두루로 결제해야 한다고 합니다. 회원들끼리도 품앗이를 주고 받고 두루로 거래합니다. 농사짓는 회원들로부터 농작물을 두루로 구입하고, 아이를 이웃 회원에게 맡기고 두루를 냅니다.
원도심레츠에서 열리는 짜투리시장 품목
원도심레츠에서 열리는 짜투리시장 시간표
대흥동 골목에서 "두루"로 거래하는 짜투리시장
또한 원도심 레츠는 매월 ‘짜투리시장’도 연다고 합니다.
대흥동의 짜투리 공간에서 짜투리 시간을 내어 서로 나눌 수 있는 짜투리 물건을 두루(공동체화폐)로 거래하는 호혜시장입니다.
시장경제체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공동체화폐 "두루"는 일반화폐를 많이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품앗이. 노력봉사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두루"로 가치를 매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짜투리 물품들과 먹을거리, 예술활동이 복작대는 짜투리시장에서 유쾌한 대안경제의 장이 펼쳐집니다.
원도심레츠 사무실 모습
원도심레츠는 ‘공유부엌’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골목 월, 수, 금요일에 사람들로 북적대는 이유가 점심밥상으로 현미로 지은 무공해 밥상(3,000원+2,000두루)을 맛볼 수 있다는데요. 인근에 일터가 있는 회원들은 일주일에 세 번(월, 수, 금 `1시) 이곳에 모여 점심 밥상을 함께 한다고 합니다.
주인장의 말씀으론 회원들이 원도심레츠에서 점심을 먹는날이면 제대로 영양공급을 한다고 스스로 자랑들이 대단하답니다. 회원들이 주머니 걱정을 덜고 부담 없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며 건강한 현미밥으로 식사를 하며 여러가지 차를 마실 수도 있고 교육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간 쭈~욱 해 오던 현미밥상이 겨울방학(12월 28일 ~ 2월 12일)을 맞았다가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겨우내 재충전해서 더욱건강한 밥상을 차리겠다고 약속을 했기에 많은 회원들의 정말로 많이 기다렸을것 같습니다.
현미밥상이 차려지는 날에는 옥상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가득한 건강밥상을 먹기위해 원도심레츠 회원은 물론 일반 여행자도 찾는다고 합니다. 가격은 3000원+2000두루. 두루를 가지지 않은 비회원은 5000원을 내면 현미밥상을 먹을 수 있다니 저도 기대를 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지역품앗이교실 홍보물
대전 지역의 품앗이 원도심레츠(www.tjtets.or.kr)는?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공동체라고 여기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공동체입니다.
서로가 제공할 것과 요청할 것을 공동체에 공개하여 필요한 곳에 적절한 노동과 시간, 재화가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으로 지역화폐인 "두루"를 통하여 서로의 삶을 나눕니다.
문화콘텐츠가 풍부한 중구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매개로 문화와 경제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문화예술자원과 지역주민들의 안내를 통한 자립적인 삶을 추구합니다.
지역품앗이를 하면 무엇이 좋은가요?
첫째. 당장 현금이 없어도 내게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공동체화폐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둘째. 스스로에게는 보잘 것 없는 기술이나 능력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소중하게 쓰일 수 있어서
나눔의 기쁨을 알게 합니다.
셋째. 아껴쓰고 나눠쓰는 일이 생활화 되어 쓸데없는 지출을 막을 수 있고, 지구환경을 살리는 데 큰 보탬이 됩니다.
넷째.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도 지역품앗이를 통해 해결할 수 있어 이웃의 소중함을 알게 합니다.
다섯째.자신의 숨을 재능과 끼를 발견하여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줍니다.
원도심레츠의 본점인 한밭레츠의 홈페이지(www.tjtets.or.kr)
http://www.tjlets.or.kr (클릭하시면 이동합니다)
'두루'는 환전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회원이 가진 재능이나 시간 등 생산품을 다른 회원과 나누거나 거래를 할 때 적립됩니다. 종이돈이 발행되지 않을 뿐,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시스템과 별 차이는 없지만, 본질적인 차이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루는 어떻게 모을까요?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선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해야만 하는데, 두루는 품앗이나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전부 벌이가 됩니다. 나눌 것이 없으면 원도심레츠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회원들끼리 거래한 재화를 배달하는 일 등을 도우면 되는데요. 거래되는 품목들이 궁금하다면 한밭레츠 홈페이지 거래마당을 참조하면 된다고 합니다.
'두루'의 거래는 기본적으로 당사자들간의 대면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사람들의 관계도 넓어 진다고 합니다. 원도심레츠 회원들 간의 끈끈한 정 때문에 한밭레츠가 지역화폐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으며, ‘원도심레츠’라는 분점을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팸투어에 참가한 권선택 대전시장이 대전소셜미디어기자단과 공중부양 샷을 하고 있다
이날 날씨가 굉장히 추웠음에도 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단과 함께 팸투어에 참석한 권선택 대전시장은 “이번 팸투어는 평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원도심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현장에서 공감하고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가 한마음으로 추진하는 원도심 활성화 노력이 곧 큰 결실을 맺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흥동을 거닐다 허기가 지면 맛있는 치킨을 먹을 수 있는곳이 바로 산호다방 반대편의 서울치킨입니다. 이곳은 서울치킨의 분점인데요. 본점은 중앙시장 내 유명한 맛집으로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요. 본점에 뒤지지 않은 많은 양으로 한 마리를 시키면 3~4명은 충분히 먹을 정도로 연일 사람들이 북적댑니다.
평소 원도심을 자주 나오면서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너무 많이 모르고 살지 않았나 싶은 생각에 내심 부끄럽단 생각을 가진 이날 소셜미디어기자단 팸투어를 통해 원도심의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으며 앞으론 우리지역의 보물같은 이야기를 점차 하나씩 소개해 보고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대전의 원도심 대흥동을 잘 모르시는 분들!! .
대전역에서 바라보는 맞은편에 중앙시장이 있습니다. 대전은 물론 호남 상권을 주름잡던 큰 전통시장을 지나면 대전천이 나옵니다. 대전천을 지나 젊음의 로데오거리로 불리는 으능정이를 거치면 대흥동에 닿습니다. 여러 갈래로 난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대전의 문화 예술에 흠뻑 빠져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것도 다가올 춘삼월 화려한 봄맞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