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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원도심이야기

대전원도심투어 대흥동성당 종소리의 숨겨진 이야기

 

 

일상처럼 지나쳐왔던,그래서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던 우리 대전 원도심의 이야기 보따리 하나를 풀어보겠습니다.


대전의 원도심에는 다양한 근대문화유산들이 밀집하여 자리하고 있지요. 그 중 등록문화재 제643호(2014. 10. 30, 문화재청) 대흥동성당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대흥동 성당

 

 

근대 건축양식로서의 대흥동성당

 

먼저 대흥동성당의 건축 양식은1960년대 한국 모더니즘 성당건축의 사례로서, 고딕 양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종탑,

거대한 성당 내부를 기둥 없이 구성한 철근 콘크리트구조,절판구조의 캔틸레버 캐노피에 의한 정면 주출입구 디자인 등

1960년대 초기 성당 건축으로서 기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 문화재청>

 

좌우가 정확하게 대칭되는 외관은 마치 양 손바닥을 맞대고 기도하는 모습과도 같아 보입니다.

 

 

대흥동성당

 

 

미사 때에 맞춰 성당 내부를 들어가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웅장한 규모에 놀랐고, 이렇게 넓은 내부에 기둥이 없던 점에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대흥동 성당

 

 

그리고 햇빛이 비칠 때의 은은함도 매력적이었는데요. 조명이 함께하는 미사 때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하루 2번, 원도심에 울리는 종소리

 

하지만 대흥동성당이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정오와 저녁7시마다 들려오는 종소리입니다.

 

원도심에 울리는 종소리

 

 

이 종은 원도심 일대를 울리며, 누군가에게는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시간을 가늠하는 소리가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식사 때를 알리는 소리가 되기도 한다네요.

50여 년동안 울린 이 종은 신자(信者) 여부를 떠나 인근 지역의 사람들에게 나름의 의미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종을 치는 분은 누구일까요?

 

 

■ 종지기로서의 50년 가까운 삶

 

이 종을 치는 분은 바로 대흥동성당의 조정형(70) 선생님.

 

 

대흥동성당 조정형 선생님

 

 

20대 때 성당 지인 권유로 시작하게 된 종지기의 삶은 70세가 된 지금까지도 계속되며 무려 48년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공유해보고자 타종 과정을 동행해보았습니다.

 

 

대흥동성당 조정형 선생님

 

 

종은 성당의 상부에 위치해 있었는데요.

왼쪽 사진처럼 성당이 워낙 높고, 계단도 많고 협착하여 젊은이인 제가 올라가고 내려오는 것만도 보통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뚜벅뚜벅 올라 도착한 꼭대기에는 3개의 종과 함께 테이블 위 카세트가 눈에 띄었습니다.

 

 

대흥동성당 카세트

 

 

이 카세트정확한 시간을 파악하기 위한 용도라고 합니다. 라디오에서 알려주는 정각 신호를 통해 정확한 시간에 맞춰 종을 치기 위한 '보조 종지기'였습니다.

 

 

대흥동성당 조정형 선생님

 

 

이윽고, 있는 힘껏 3개의 종과 연결된 밧줄들이 차례로 당겨집니다.

우측의 작은 종 3회, 가운데의 중간 종 3회, 좌측의 큰 종 순으로 약 1분 동안 종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우리가 종종 무심코 스쳐 듣던 대흥동성당의 종소리는 50여 년간을 이렇게, 이 자리에서 울려퍼졌던 것입니다.

그 중 무려 48년이 조정형 선생님의 손을 통해 들려온 종소리였습니다.

 

 

■ 동행 이후...

 

대흥동성당 조정형 선생님

 

 

문득 오랜 세월을 함께한 대흥동성당의 종은 조정형 선생님에게 어떠한 존재인지가 궁금하여 질문을 던졌습니다.

 

창 밖을 내다보며 얼마 간의 고요함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머쓱해하며 미소를 짓습니다.

종지기에게 기나긴 시간을 함께한 종의 존재즉답하기에는 형용할 길이 없음을 그 미소와 침묵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흥동성당 조정형 선생님

 

 

뚜벅뚜벅, 그리고 다시 그 비좁고 긴 계단을 향해 난간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갑니다.

 

대흥동성당 종

 

 

그가 떠난 자리에는 정적과 세월의 흔적만이 남아있습니다.

 

 


 

내일도 같은 시간에 종이 울리겠지요.

지나가는 길에 이 종소리를 들으신다

종지기의 삶의 흔적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이상

반세기동안 대전 원도심에 종소리를 울린 종지기,

대흥동성당의 조정형 선생님 이야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