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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공연

대전연극 | 밥 한그릇에 채워진 사랑, 바보의 밥



대전연극 | 밥 한그릇에 채워진 사랑, 바보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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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순간에 곁을 지켜줄 단 한 사람만 있다면....


극단 새벽의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올린 <바보의 밥>을 대표하는 한 줄의 문구입니다.

이 문구가 얼마나 가슴에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이번에는  극단 새벽이 대전의 소극장 고도의 무대에 올린

<바보의 밥>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연극은 신부의 사제관 살림을 맡아 하는 식복사, 윤정의 등장으로 시작합니다.


할 줄 아는 것이 오로지 밥 뿐인지라

30여년 간 신부 충현의 식복사로 섬겼습니다.




하지만 신부 충현이 사제 생활 은퇴를 하게 되면서 앓게 된 알츠하이머 병으로 인해

교구의 명령에 의해 수도원으로 가서 여생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식복사 윤정은 그런 신부를 그냥 떠내보낼 수 없어서 수도원을 향해 충현을 자전거에 태우고

둘 만의 느리지만 의미있는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바보의 밥>은 이 둘이 수도원을 향해 가는 여정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식복사 윤정은 30여년 전, 아버지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신부 충현이 그녀의 일자리를 걱정하다가

그녀가 잘 하는 것이 밥이라는 말을 듣고

그녀를 자신의 식복사로 데려오게 됩니다.


이 둘의 관계는 여기서부터 시작을 합니다.


연극은 현재에서 과거로 시점을 옮겨

당시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충현의 소중한 추억을

조명의 변화를 중심으로 현실과 교차시킵니다.





30여년 간 충현의 식사를 담당한 윤정은

충현을 향해 밥을 하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충현은 그녀를 향해 '호박 마리아'라고 애칭을 부릅니다.

못생겨서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윤정을 향한 안타까움이 베어 있습니다.




젊은 시절, 윤정은 시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윤정은 시집을 가기가 두렵다면서

도망을 쳐서 충현에게 돌아옵니다.


충현은 돌아온 그녀를 향해 다시 돌아가라고 호통을 하지만

그녀는 시어머니도 무섭고, 충현을 떠나가는 것이 걱정이 된다며

가기 싫다고, 그냥 남아 있게 해 달라고 조릅니다.




충현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지만

세간 사람들의 입에는 둘의 관계가 의심스럽다는 억측의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그렇게 시집도 못가고 평생 자신의 식복사로 희생한 윤정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아니, 평생의 미안한 마음이겠지요.

그런 미안한 마음을 '호박 마리아'라는 애칭으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충현과 윤정은 수도원을 향해 느리게, 아주 느리게 움직입니다.


밥을 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윤정의 말에

밥에서 신을 만나게 되었다며 읖조립니다.




아직 헤어질 떄가 아니라는 듯 그렇게 느릿느릿 수도원을 향해 가지만

이들에게 충분한 재정도 없고

또한 노년의 충현은 감기로 인해 기력이 많이 쇠하게 됩니다.


연극은 이제 갈등의 요소를 드러냅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가을빛이 완연한 어느날

충현과 윤정은 초라한 행색으로 어느 시골집에 들게 됩니다.


연극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제 이 시골집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이들이 이 곳에 머무는 한 달이라는 시간의 배경으로

갈등의 상황에 직면하도록 합니다.


이 갈등의 상황은 오롯이 충현의 건강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윤정의 애뜻한 마음과

시골집 박씨의 원초적인 본능의 감정을 대립시킴으로 인해

관객으로 하여금 가슴 시리도록 애절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윤정과 박씨의 감정의 대립구조 속에

한 달 동안 이들의 동선을 따라오며 뒤를 캐는 다큐케이블 PD 혜원과

촬영감독 상권을 등장시킴으로

또 하나의 갈등요인을 첨가합니다.




하지만 윤정은 이들의 등장이 반갑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충현과 윤정의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감내해 온 이들이기에

다큐멘터리 촬영의 이야기가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직감적으로 인지합니다.




윤정과 혜원의 실랑이로 인해 시끄러워지자

충현은 뭐가 이리 시끄럽냐며 화를 냅니다.

이 때를 틈타 혜원은 충현에게 접근하며 인터뷰를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윤정은 그들을 향해 아무리 기억에 문제가 생겼어도

당신네들이 그렇게 함부로 대할 분이 아니라며

충현과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냅니다.




치매에 걸린 후 평생 절제하며 사셨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식탐이 많아진 충현을 위해

성심성의껏 밥상을 차려내는 윤정,


그녀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혜원은 아직도 의심이 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메라 감동 상권은 촬영을 멈추고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혜원은 어떻게든 방송을 만들어 내야 한다면

없는 것도 만들어서 촬영하라고 윽박지르지만

상권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기서 혜원과 상권의 대립구조를 설정함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상권의 결정에 혜원이 따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합니다.




혜원은 동네 사람들을 만나 또 다른 이야기가 없는지 나가게 되고

상권은 윤정과 마주 앉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혜원에 대한 상권의 가슴 한구석에 있는 애틋함을 엿 본 윤정은

상권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 줍니다.


윤정을 몰래 촬영하러 온 상권은 오히려 윤정에게 많은 것을 공감하게 됩니다.




하지만 박씨가 들어오며 자기가 벌인 비밀스러운 일을 떠벌리자

상권을 윤정에 대한 안타까움을 박씨에 대한 분노로 표출합니다.


이제 연극은 이 상황에서 혜원 역시 박씨에 대한 분노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박씨와 혜원이 충현과 윤정에게 반대하는 인물로 나타나지만

이 장면에 이르러서는 충현과 윤정, 상권과 혜원 역시 같은 입장으로 전이됩니다.


연극은 박씨 인물을 희생시킴으로 인해 해피엔딩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왜냐하면 충현과 윤정의 여정에 더 이상 방해할 존재가

박씨 하나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혼란한 상황에 다시 충현이 문을 열고 소리를 지릅니다.

왜 이리 시끄러....밥 줘....밥 달란 말이야....



연극은 충현의 '밥' 한 그릇 안에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도구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30년 간 충현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해 차려온 모습을 통해

소중한 사랑의 추억을 작은 식탁 위에 배설해 둡니다.


시간이 흐르면 기억 속엔 좋은 추억만 남는다고 하지만

충현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윤정은 아프고 애린 기억입니다.


충현과 윤정의 마지막 여정 속에서 식탁 위에 차려진 따뜻한 밥 한 끼는

충현과 윤정의 배고픔의 해결이 아닌

따뜻한 사랑의 갈급함이요,

사랑의 온기로 채워진 30년 간의 소중한 추억이었습니다. 


밥 한 그릇에 가득 채워진 사랑,

연극 <바보의 밥>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찬란한 슬픔의 감정에 빠져들었습니다.


아마도 원작과 연출의 의도가 그러하다면 제 감정은 적중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극단 새벽 [바보의 밥]

2015년 5월 15일(금) - 6월 14일(일) / 소극장 고도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5시, 일요일 오후 3시 (월요일 쉼)

문의 : 극단 새벽 T.010-7668-1081



지금까지 밥 한 그릇에 가득 채워진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바보의 밥>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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