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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역사유적

대전가볼만한곳 | 비래사 옥류각(유형문화재 제7호)


대전의 문화재를 찾아서 세 번째 발걸음으로 계족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옥류각을 찾아 갑니다.

옥류각(玉溜閣)은 조선 효종 때 대유학자였던 동춘당 송준길 선생을 기리기 위해

1693년(숙종19) 예조판서였던 제월당 송규렴이 중심이 되어 세운 누각입니다.




유형문화재 제7호 옥류각 표지석


옥류각 입구 바위에는 송준길 선생이 새겼다는 超然物外(초연물외) 글자가 있습니다.

풀어보면 ‘세상의 물질 밖으로 초연히 뛰어나게 하라’

물질에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글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이 세상 살아가면서 물욕에 눈이 어두울 때가 어디 한두 번이겠습니까?

동춘당 송준길 선생 글씨를 보면서 참 어려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超然物外(초연물외)

 

옥류각의 옥류(玉溜)란 ‘골짜기에 옥(玉)같이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뜻으로

동춘당 집 24권 비래암 시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良友隨緣至(량우수연지)

扶筇共上臺(부공공상대)

層巖飛玉溜(층암비옥류)

積雨洗蒼苔(적우세창태)

誤軟情如漆(오연정여칠)

吟高氣若雷(음고기약뢰)

天行元有復(천행원유복)

七日更朋來(칠일경붕래)


「同春堂集」卷24,詩, 次金沃川 壽昌飛來菴韻(「동춘당집」권24, 시, 차김옥천 수창비래암운)




좋은 벗 인연 따라 찾아왔기에

지팡이 짚고 함께 대에 오르니

층암에는 옥 같은 맑은 물 흘러내리고

장맛비는 푸른 이끼 씻어 내었네

부드러운 담론 속에 정 더욱 깊어지고

소리 높여 시 읊으니 기상 우레와 같네

하늘의 운행엔 복이 있으니

칠일에 다시 벗 찾아오리라


「동춘당집」,권24, 시, 비래암시에 차운




유형문화재 제7호 옥류각


느티나무 보호수를 앞에 두고 작은 개울위에 지어진 옥류각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자연을 거슬리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여 하나 되는 건축미가 돋보입니다.




▲홑처마




▲팔작지붕


옥류각은 2층 구조로 정면 3칸, 측면 2칸에 지붕은 팔작지붕으로 되어 있습니다.

1층의 구조는 12개의 기둥을 세워 2층을 만들었습니다.

물가의 기둥을 제외하고는 다듬지 않은 돌을 그대로 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웠는데

우리는 그것을 덤벙주초라고 합니다.




▲덤벙주초




▲덤벙주초


돌에 맞추어 기둥을 다듬은 모습에서 자연과 동화되려는 옥류각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玉溜閣(옥류각)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파란색 밑판에 하얀 글씨로 되어 있습니다. 글씨는 청음 김상헌의 손자이자

송규렴의 처남인 곡운 김수증(谷雲 金壽增)이 팔분체로 썼다고 합니다.




玉溜閣(옥류각)


예서에서 소전(진나라 때 이사가 정리해 놓은 서채) 의 2분(分)은 변하고

8분(分)을 남겨 놓았다 하여 이것을 팔분체라고 한답니다.

예서는 일상적으로 쓰기에 편리한 서체입니다.

마루에 올라가면 정면으로 검정 판에 흰 글씨로 된 현판이 보이는데 낙서 금지 판이라고 합니다.


 


▲낙서금지 안내판


來遊諸秀才愼勿壁書以汚新齋 (내유제수재신몰벽서이오신재)

“여기와 노는 아이들아 벽에 글을 써서 새집을 더럽히지 마라”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낙서를 하면서 크는 모양입니다.


고개를 들어 천정을 바라보면 목조 건축의 오묘한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대전역사박물관 홈페이지에는 옥류각의 천정모습을 이렇게 정리 하여 놓았습니다.




▲옥류각 천정 모습


“지붕틀 가구는 전후 평주(平柱) 사이에 대량(大樑)을 걸고

그위 양편에 동자주(童子柱)를 세워 종량(宗樑)을 지지하고 있는 2중량(重樑) 5가연(架椽) 가구로써

종량 위에는 낮은 제형대공(梯形臺工)을 설치하여 종도리(宗道里)와 함께 지붕 하중을 받고 있으며,

지붕은 홑처마 팔작지붕을 이루고 있다.”




평주(平柱) 사이에 대량(大樑)을 걸은 모습 (양옆 기둥 사이에 대들보를 걸은 모습)


지붕까지 자세히 설명 해 놓았는데요 꽤나 어렵죠.

유흥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권 남도답사 일 번지 95페이지에는

수덕사 대웅전 안내판을 비평한 글이 있습니다.


그런데 옥류각 설명이 그와 유형이 같아 옥류각을 넣어 옮겨 보겠습니다.




▲목조 건축의 미가 살아 있습니다.


이런 옥류각을 두고 대전역사박물관에서 자료안내라는 그 글귀를 읽어보면


"세상에 이처럼 망측스러운 글이 없다. 평주(平柱), 대량(大樑), 동자주(童子柱), 종량(宗樑), 2중량(重樑) 5가연(架椽), 제형대공(梯形臺工), 종도리(宗道里)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말인가? 말인즉슨 다 옳고 중요한 얘기다.


그러나 위와 같은 내용은 전문가들끼리 분석할 때 필요한 말이지 우리 같은 일반 관객에게는 단 한마디도 필요한 구절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안내문이 공식적인 홈페이지에 좋게 안내된 사정 속에서 나는 이 시대 문화의 허구를 역설로 읽게 된다. 그것은 전문성과 대중성에 대한 오해 내지는 무지의 소산이다.


전문가들은 흔히 이런 식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티내는 무형의 횡포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전문성은 아무리 어렵고 전문적인 것이라도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그것도 설득력 있게 해낼 때 쟁취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대중성에 대한 무지 내지는 횡포, 이 표현이 심하다면 최소한 불친절 성 때문에 우리는 문화재안내서를 읽으면서 오히려 우리문화에 대한 사랑과 자랑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梯形臺工(제형대공)-나선형모양


무척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대전역사박물관 홈페이지 옥류각 안내 글을 보면서

문화재는 거기에 맞는 이름을 써야 하기에 어렵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용되고 우리같이 문화재를 사랑하는 일반인들에게는

쉬운 말로 풀어 안내해 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용마루 받침대가 하중을 받고 있는 모습


옥류각의 천정 모습을 풀어보면 이런 말입니다.


“지붕틀 가구는 앞뒤 모양이 같은 기둥 사이에 대들보를 걸고 그 위 양쪽에 짧은 기둥을 세워놓았다. 들보를 지지하고 있는 2개의 무거운 들보와 5개의 시렁(횃대)은 서까래 가구로써 들보 위에는 낮은 나선형 모형 같은 정밀한 모양을 설치하였다. 용마루 받침대와 함께 하중을 받고 있으며, 지붕은 홑처마 팔작지붕을 이루고 있다.“




▲옥류각에서 바라본 봄 풍경


고개를 돌려 송촌쪽을 내려다보면 봄이 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나무에는 연초록의 새싹이 돋고, 숲속에는 분홍 진달래가 피고,

시냇물 소리는 졸졸거림에 저절로 눈이 감아집니다.


낙서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꾸짖으며 옥류각 마루에서 풍류를 즐기고 있는

옛 선비들의 모습이 春夢(춘몽)에 저절로 그려 집니다.

봄이 왔음을 노래 하는 등산객의 소리에 놀라 마음을 가다듬고

옥류각을 나서며 문화재 나들이를 마칩니다.


 


장소 : 대전광역시 대덕구 비래골길 47-74

문의 : 042-673-36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