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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공연

피아노의 거장 정명훈을 듣다-대전예술의전당




피아노의 거장 정명훈을 듣다

정명훈 피아노 리사이틀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 2015.1.12 




서울 시향에서 지휘를 하는 원래 피아니스트 정명훈 님이

대전예술의전당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하였습니다.

2014년 10월 창원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를 했는데

대구, 서울, 고양을 거쳐 오늘 대전에서의 리사이틀로

정명훈 피아노 리사이틀 전국투어의 대미를 장식하였습니다.




지금은 많은 연주자들이 다양한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여도 거의 큰 뉴스가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1970년 대는

한국인이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뉴스가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절에 미국에서 공부하던 피아니스트 정명훈은

22살의 나이로 1974년, 구 소련(현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2등을 수상하여

당시에 서울 도심에서 카퍼레이드를 하면서 TV에서 중계도 했답니다.


당시의 상황을 모르는 세대들은 그런 장면이 상상이 되나요?

오늘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1,546석이 완전 매진되었네요~!



 

CD와 자료집을 구입하려는 줄도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연주회 후에는 사인회도 있다고 하니 CD에 사인을 받으려고 더욱 몰리는 것 같습니다.


이 CD는 독일 ECM에서 음반 프로듀서를 하는 아들의 권유로 만들었는데, 

손주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피아노곡으로 음반(2013년 12월)을 내어서 1만장이 넘게 팔렸다고 합니다.

40년 음악 인생을 담아 연주한다고 하는데요, 40년은 무슨...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음악을 들었으니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63년 음악 인생 스토리가 되겠군요.





이번 리사이틀에서 연주한 곡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드뷔시-달빛     2. 쇼팽-녹턴


손녀의 이름이 '루아(Lua)'인데 포르투갈어로 '달'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손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으로 아이들이 잘 때 들려주어도 좋겠다고 하면서 연주하였습니다.


그런데요...저는 아이들 특히 작은 아들 재울 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거나

잘하지는 못하여도 제가 직접 피아노를 치거나 기타치며

노래 부르기도 하고 피리를 불어주기도 했거든요.


그랬더니 엄청난 부작용이...ㅠㅠ


좀 큰 다음에는 직접 현장으로 연주회를 감상하러 데리고 갔는데...

작은 아들이 완전 자장가 듣는 것처럼 쿨쿨 깊이 자버리는 것이었어요...이런......




 

3. 슈만-아라베스크    4.슈베르트 즉흥곡 내림E장조   5.슈베르트 즉흥곡 내림G장조


슈만의 아라베스크는 특히 아들의 결혼식 때 축연으로 했다고 하는데요,

아들에게 향하는 사랑과 기도를 담아 연주하였다고 합니다.


6.모짜르트-"아! 어머니, 당신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긴 제목의 곡은 뭘까요? 아기들도 잘 듣는 유명한 곡으로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손녀가 특히 좋아한다는데요,

원래 프랑스 민요인 곡을 모짜르트가 12개의 변주곡으로 작곡한 것입니다.

바로 우리가 '반짝 반짝 작은 별'로 알고 있는 곡입니다~^^





다 끝나서 나오는데도...몰래 한 장 찍는 것은 참 괴롭습니다.

소심하여 휙 찍느라 상태도 좋지 않고...


중간 휴식을 한 후에는

브람스의 피아노 소품, 쇼팽의 연습곡과 발라드 1번 G단조과 4번 내림F 단조를 연주하였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환호와 4번의 커튼콜 후에 1974년에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연주했다는

 차이코프스키의 'Autumn Song'을 앵콜곡으로 연주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환호 속에~^^ 뭘할까 잠시 생각하더니

피아노 배우는 어린이들도 모두 알고 있는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연주하고,

'너의 꿈을 펼쳐라'라는 책을 썼던 어머니 이원숙 여사를 생각하며

슈만의 '꿈'을 마지막 앵콜곡으로 연주하고는 미소지으며 피아노 뚜껑을 닫았습니다~^^


어쩐지... 소리가 다르다했더니...


피아니스트 정명훈 님이 직접 가지고 오신 피아노의 명품,

오스트리아 산 뵈젠도루퍼라고 합니다...와~~




연주회가 끝난 후에 아트홀 로비에서는 사인회가 있었는데요,


벌써 얼마나 줄이 길게 섰는지..

구름때같은 관중 속에서 간신히 사진만 몇 장 찍고는 돌아섰습니다.

거창한 곡을 보여주는 피아노의 거장이 아니었어도

오늘의 연주회를 통하여 피아노 좀 배운 사람이면

대충 칠 수 있는 곡들도 얼마나 더 아름다울 수 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미술의 거장이 캔버스에 점 하나를 찍어서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새로운 미니멀한 세계를 창조하듯,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거장이기에

더욱 새롭고 아름답고 유려하게 보여주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점이 바로 거장의 다른 점이겠지요.





음악회 포스터가 나란히 붙어있는데요, 오늘은 정명훈 피아노 리사이틀을 감상하였고,

1월15일에는 왼쪽의 신년음악회를 감상할 예정이고

18일과 20일에는 오른쪽 포스터의 윈터페스티벌 중에서 

시민뮤지컬 '흥부와 놀부'와 '과학자들의 합창'을 감상할 예정입니다.

(윈터페스티벌 티켓 전석 장당 1,000원)


좋은 음악회를 감상하고 나서는 길은 추위도 물러나는 것과 같은 푸근한 마음이 됩니다.

많은 분들이 그런 푸근한 마음을 함께 느끼며 힘든 세상을 헤쳐나가는 힘을 얻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