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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맛집/중구맛집

대흥동카페 | 카페 비돌, 그리고 유병민이 그리는 소리 봄


 

  

 

카페 비돌, 그리고 유병민이 그리는 소리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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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돌에 처음 발을 디딘 건 이천십일 년의 어느 가을날입니다. 나는 소중한 친구와 버드와이저를 홀짝이고 있었죠. 우리는 오랜만의 재회에 들떠있었습니다. 비돌은 따뜻한 빛의 온도를 머금고 있었고, 그 위로 조용한 노래가 사뿐히 깔려 있었죠. 친구와 가만히 맥주를 들이켜고 있는데 갑자기 익숙한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삼 년 전 홍대에서 마주했던 허클베리 핀의 노래였지요. 나와 친구는 반가운 마음에 들뜬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마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거든요.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려 벽을 둘러보았습니다. 아기자기한 비돌의 벽에는 허클베리 핀의 사진이 가득하더군요. 벽에 붙어 있는 사진에서 그들은 노래를 부르고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빨갛고 파란 조명 아래에서 그들은 빛났고, 또 찬란했습니다. 사실 그게 내가 마주한 유병민 작가의 첫 전시였습니다. 유병민 작가의 두 번째 비돌 전시,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 그가 열여섯 해 동안 담은 그들의 타화상이었죠.











나는 그해 겨울에 어느 잡지에 이런 글을 실었더랍니다.


대전 중구 대흥동 409 다시 14번지에 처음 발걸음을 한 것은 크리스마스 한참 전의 일이었다. 인디 밴드 허클베리 핀의 사진전이 한참 열리고 있던 십이월 초의 늦은 밤. 나는 대흥동 골목 어딘가에 위치한 카페 비돌에 첫발을 디뎠다. 나는 그곳에서 나의 스무 살을 마주할 수 있었다. … 스무 살의 미성년은 그 후 몇 번의 사랑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횟수의 이별을 했으며 그러다 갑자기 어른이 되었다. 갑자기라는 건, 마치 자고 일어나니 짓누르는 생의 무게를 깨닫게 되었다는 뜻이다. 아무튼, 어른이 된 나는 삼 년이 지나 비돌로 향했고 또다시 허클베리 핀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 덕분에 ‘그녀’와 마주한다. 성급하게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나는, 비돌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 그녀에게 고백의 말을 건넨다.

그녀가 이주만에 내게 보낸 화답은, 내가 스물세 해 동안 들었던 그 어떤 말보다 감미로운 말이었다. 나는 늦은 밤이면 그녀의 손을 잡고 비돌로 향한다.나는 비돌의 담백한 나무문을 여는 순간이 좋다. 적막한 대흥동을 지나 비돌의 문을 열 때면, 왠지 모르게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간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하니까. 요리조리 뛰어다니는 고양이와 나른하게 울려 퍼지는 올드 팝의 조화로움. 나른한 책장 사이로 빽빽이 꽂혀 있는 고전의 찬란함. 우리는 비돌이 선사해주는 따뜻한 위안을 느끼며 어둑한 창가에 킬킬대며 앉는다. 앞으로도 내 앞의 어둑한 탁자엔 수십 병의 버드와이저가 더 놓일 것이며, 그녀에겐 진한 아메리카노 향이 묻어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비돌에 가고 있다.











사실 고백건대, 그날 비돌에 가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과 다른 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음 날 허클베리 핀의 대전 공연에 가게 된 저는 봄과 재회할 수 있었고, 그 후 한 달 뒤 비돌에서 그녀에게 고백했거든요. 비돌은 현재의 나를 이루는 모든 퍼즐 조각의 시작점입니다. 인생을 천 피스 짜리 직소퍼즐이라 가정했을 때, 지금의 나를 이루는 이야기의 절반은 비돌에서 시작되었으니까요. 그 후 일 년 뒤 봄과 나는 유병민 작가님을 직접 마주하게 됩니다. 블로그에 써내려 간 짧은 글을 읽으신 작가님이 제게 연락을 해주셨거든요. 그리고 또다시 일 년이 지났습니다. 나는 그 사이 책 한 권을 썼고, 두 학기의 학업을 마쳤습니다. 힘을 빼고 싶었으나 도무지 힘을 뺄 수 없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문장에도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사진도 그다지 달라진 게 없었죠. 그런 저에게 유병민 작가님은 많은 충고를 건네주었습니다. 그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말이 있었습니다. 

내 삶에 있어서 사진은 잘하느냐 못하냐의 문제를 넘어서 이미 내 살이 되고 피가 된 듯합니다. 그런데 내가 사진을 즐겨왔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십이삼 년이 되는데, 단 한 번도 개인적으로 어떤 주제의 사진을 찍어야지 하고 나선 적이 없습니다. 그냥 내가 걷는 길 위에 내가 보는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죠. 그렇게 십 년을 찍고 모으고 선별하다 보니 마치 심리 치료할 때처럼 나만의 사진이 보이더군요. 마치 심리치료사가 판별해 나가듯, 낙엽의 이미지와 구겨진 옷의 색감이 묘하게 일치하는 순간이 말이죠. 그것을 얼키설키 모으니 나도 잘 몰랐던 나 자신이 보였습니다.












카페 비돌에서 또다시 열리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소리 봄입니다. 그의 네 번째 사진전이지요. 그는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가 열여섯 해 동안 함께 했던 밴드 허클베리 핀과 비안트리오, Esang, 시와, 카페 비돌의 일상과 대동 하늘동네의 풍경, 그리고 대전에서 열렸던 여러 공연의 순간까지. 그 넓은 스펙트럼의 이야기는 비돌의 풍경에 녹아내려 따뜻한 위안을 선사합니다. 나 또한 많은 사진들 앞에 가만히 멈춰 서 있었습니다. 사진에는 나의 스무 살이 혹은 스물네 살의 추억이 담겨 있었으니까요. 그는 자신을 생활사진가라 칭합니다. 일상의 풍경을 기록하고 그 가운데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거죠. 그에게 사진이란 또 다른 이름의 일상입니다. 순간순간을 살듯 순간순간을 기록하는 거죠.

한규, 네가 말했던 '기록으로서만 유효한' 사진이라는 고민에 관해서는 우리처럼 혼자 배우는 생활사진가들이 반드시, 꼭 넘어야 할 큰 산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관한 내 생각을 묻는다면 나는 절박함을 말하고 싶다. 기록이냐 아니냐, 기쁨이냐 슬픔이냐를 떠나서 우리는 사진에 대해 절박해야 한다. 생활 사진가도 작은 사진전이라도 열어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오랜만에 만난 그는 소탈한 미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오랜만의 전시에 긴장한 듯하였고, 그만큼 설레어 했습니다. 비돌의 일 층은 그의 사진으로 가득 찼고, 그만큼 풍성한 따뜻함으로 가득했습니다. 나는 그의 사진에서 과거를 봅니다. 나는 그의 사진에서 내가 맞춰왔던 퍼즐을 보고, 나를 이루고 있는 이야기들을 되돌아봅니다. 그의 사진은 왠지 모르게 아련하게 다가와 훅하고 지나간 이야기를 상기시키는 능력이 있나 봅니다. 가만히 그의 사진 속에 둘러싸여 있노라면, 나의 스무 살이 스물한 살이, 또 스물두 살이 문득문득 떠오르곤 하니까요. 그는 지나간 일상들에 소소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마치,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합니다. 일상은 또 다른 이름의 이상이니까요.












우리는 비돌에서 한참 동안 회포를 풀었습니다. 카페 비돌의 식구와 함께한 앞풀이에서 그는 시종일관 웃었고, 흥겹게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김광석과 김현식을 들었고, 샴페인을 마셨으며 뚜껑을 열면 날아간다는 부엉이 맥주를 마셨습니다. 비돌의 식구분들이 준비해온 치즈 케이크를 먹으며 또 다른 이야기를 추억으로 기록했습니다. 나 또한 유병민이라는 퍼즐조각이 만들어낸 나의 일상에 감사하고 싶었습니다. 일 년 전 그가 건넸듯, '인연은 꼭 나타나'기 마련이었고 우리는 이렇게 행복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오늘도 소중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는 오늘도 어디선가 사진을 찍을 것이며, 내년의 전시를 위해 또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 갈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누군가는 의미를 찾아냅니다. 나는 당신 또한 일상의 의미를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카페 비돌에서, 유병민 작가의 사진들과 함께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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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 409-14 비돌

전화번호 : 042-252-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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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비돌, 그리고 유병민이 그리는 소리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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