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귀하게! 봉황을 기다리는 봉오촌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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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동에는 음식특화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특화거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주변환경의 변동이 많아서인지
음식점들마다 점심시간 이외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것 같습니다.
가격이 일단 착하고 밥상도 튼실하게 차려내는 음식점들이 많은데도
점차 골목골목이 한산해지는 것 같아
주변에서 근무하는 저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워낙 칼국수를 좋아하는 저이기 때문에 선화동 쪽에 있는 내로라하는 칼국수집을
모두 다녀왔는데요(광천식당, 군산복집 복칼국수 등),
이미 여러 매체에 소개되었기 때문에 참신한 칼국수집을 찾던 중
우리밀칼국수 전문점이 어제 개업했다는
급보!
오호라~~
오늘 점심은 칼국수로 해결입니다.
우리밀로 만든 칼국수, 더구나 팥칼국수가 되는 집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기대!
숙성된 반죽이 손끝에서 면발로 완성되어지길 기다리는 중~
이것은 전골용 반죽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길쭉한 모양은 오로지 손으로만 반죽하여 하루 숙성시킨
100% 손칼국수 반죽이라고 합니다.
국산 우리밀가루로만 만드는 칼국수라
테이블 옆에까지 밀가루포대가 쌓여 있네요~
손만두는 어디에 쓰이는 걸까요?
오늘 제가 주문한 음식은 칼국수 전골입니다.
손칼국수에 비해 가격이 조금 높긴 하지만
괄호 속에 든 내용이 푸짐해 보여서~~
칼국수에는 무엇보다도 겉절이가 중요하지요.
제철 채소와 고춧가루를 보니 좋은 재료를 쓴 것 같아요.
짜지도 않고 그렇다고 맵지도 않으면서 빛깔은 굿!
씹히는 맛도 굿!
깍두기라고 하기엔 조금 크고
석박이라고 하기엔 조금 작은
요 무김치도 금세 담은 듯하면서도 매운맛이 전혀 안나게 잘 익었더라구요~
소고기 샤브샤브가 있어서인지 양파간장절임도 함께~
좀전의 그 손만두가 드디어 전골냄비 속으로 먼저 입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단호박, 청경채, 숙주나물, 소고기, 느타리버섯, 미나리, 배추속잎 등도 얼큰한 육수 속으로 동반 입수!
소고기와 야채를 건져서 겨자간장소스에 살짝 찍어 드시면,,,,
음~~~
소고기해장국을 먹는 것처럼 뜨거운 훈기가 입안에서 가슴으로 가득 담겨옵니다~
감기는 물럿거라~!
전골용 칼국수면은 한번 삶아서 나오네요~
샤브샤브와 만두를 먹고난 후에 후루룩!
딱 보기에도 면발이 쫄깃쫄깃, 부드러워 보이지요?
일단 떠오른 만두부터 건져먹어 볼까요?
(1인당 2개씩 먹을 수 있도록 만두가 나옵니다. 절대 싸우지 않도록~~)
어느것 하나라도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게 없는 것 같아요.
만두속이 꽉 들어차있는 것은 물론이구요,
만두피도 손으로 만들어서인지 더욱 쫄깃합니다.
단호박은 비주얼과 단맛담당!
음식을 먹고나서 사장님을 만나보았습니다.
13년 이상 칼국수집을 운영하셨다고 합니다.
두 분께서 오랜 세월 함께 하셔서인지 서로 닮으신 것 같아요.
피부가 맑은 걸 보니 수련도 많이 하신 분처럼 여겨집니다.
봉오촌이라는 상호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여쭙게 되었는데요,
풍수학적으나 명리학적으로 필요한 위치와 오행인 木(오동나무)을
보충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메뉴판을 보니 좀더 다양한 메뉴가 있네요~
예로부터 상서롭고 고귀하게 여겨지는 상상속의 동물인 봉황이 깃든다는
나무가 바로 벽오동나무인데요,
마침 식당을 이전하면서 이곳에 벽오동나무가 있어서
'이곳이다'하고 식당을 개업하셨다는~~
봉황을 생각하듯 손님 한분한분을 귀하게 여기는 주인장의 마음이 메뉴판에 깃들어 있네요.
음식을 먹는 순서에 대해서도 친절히 써 있구요~
식당 내부는 소박합니다. 창이 많아서 가을햇살이 가득 담겨오구요~
들어설 때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벽오동나무를 나오면서 봅니다.
울타리도 정성스럽게 만드셨네요~
모두가 태평하고 행복한 시기가 되면 주인 어르신의 바람대로 봉황이 이곳에 깃들지 않을까요? 일단,,, 저를 비롯해 함께 한 동료직원들 모두 오늘 점심이 태평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