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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상/장터ㆍ골목길

소소한 전통시장을 돌다, 대전 법동 시장

  

소소한 전통시장을 돌다, 대전 법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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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대전에 삽니다. 일상의 근간은 서울에 있지만, 주말이면 꼭 대전에 오곤 합니다. 엄마의 집 밥, 안락한 잠자리, 똑딱거리는 전구색 스탠드 등이 있기 때문이죠. 나는 주말이면 대전을 여행합니다. 거창한 여행이 아니라 나의 일상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이지요. 여행이란 결국 고의적으로 길을 잃었다가 다시 집에 돌아오는 것. 나에게 대전은 집을 잃을 필요도, 길을 헤맬 필요도 없는 일상의 여행지입니다. 나는 항상 여행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합니다. 타자의 시선에서 혹은 관광객의 시선에서 하나의 공간을 바라보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고, 그것은 단지 바라봄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행은 일상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 공간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노래를 듣고, 책을 읽고. 그렇게 일상의 일부가 되어 오감으로 느낄 때, 그것이 진정한 여행이 되는 것입니다. 

 나는 이번 주말에도 대전을 여행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동네 카페 쉼에 가서, 아오이 유우를 닮은 연정누나에게 인사를 하고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습니다. 동네 어귀에 있는 대전 시립미술관에선 잘생긴 워홀 형의 자화상을 물끄러미 바라봐주고, 한밭 수목원의 만개한 개란 프라이 꽃 사이에선 내가 꽃인지 꽃이 나인지 잠시 헷깔려 합니다. 해가 질녘이면 대전의 하나 남은 달동네인 하늘동네로 향합니다. 통영의 동피랑, 부산의 감천동 문화마을 보다야 못하지만, 하늘동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벽화마을입니다. 나의 삶이 진하게 묻어있는, 내 일상이니까요.









 오늘은 나의 주말을, 사사롭고 소소한 대전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대전의 홍대, 대흥동엔 아기자기한 문화 공간들이 많습니다. 조그만 공방들과 갤러리부터 해서 다양한 카페들과 소극장까지. 대전의 가장 번화한 은행동에서 한걸음 떨어졌을 뿐인데, 조용한 분위기에 아름다운 문화가 가득합니다. 오늘은 그녀와 조그만 공방 아트팩, 그리고 여행 카페 도시여행자,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에 들렀습니다. 이 모든 공간들은 내게 너무나 소소한 공간들이지만, 대전을 처음 여행하는 그녀에겐 낯설고 설레이는 여행지일 터입니다. 그녀에게 공간 하나하나를 소개합니다. 나의 일상이 그녀의 손길에 묻어납니다.

 









 일상 여행의 종착지는 언제나 하늘동네가 되곤 합니다. 대동 산 1번지에 위치한 하늘동네에 오르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불필요한 생각들이 하나 둘 정리되곤 하거든요. 대동 하늘동네는 대전을 바라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입니다. 높은 달동네에 올라 해 질 녘의 대전을 바라보면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늘동네에 오르면 내가 살아왔던 집들이 모두 눈에 담깁니다. 중리동, 삼천동, 삼성동과 월평동. 22년을 함께했던 대전의 모습은 저물어가는 태양의 누런 미소에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하늘동네엔 일상과 여행이 공존합니다. 골목에 의자를 빼어놓고 앉아 수다를 떠는 할머니들, 동네 강아지에게 우르르 몰려가 밥을 주는 아이들, 그리고 그 풍경을 사진에 담는 출사객들. 모든 사람은 일상과 여행 사이에서 이곳을 추억할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선지 하나의 공간을 더 방문했습니다. 바로 대전의 소소한 시장 법동시장입니다. 사실 대전에는 의외로 시장이 많습니다. 먼 옛날 대전이 한밭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대전은 교통의 요지였습니다. 지금이야 여러 고속도로와 기차가 대전을 관통하게 되어 더욱 사람들이 많이 찾게되었지만, 예전의 대전도 꽤나 커더란 도시였습니다. 대전에는 은행동에 위치한 중앙시장과 더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시장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중 대덕구에서도 가장 커다란 시장은 중리시장이었는데, 이번에 법동시장과 송촌시장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지정이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나 혼자였더라면 분명 지나칠만한 공간이었으나, 그녀와 친구들이 함께이기에 길을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창한 여행기가 아닌 일상 이야기입니다. 내가 주말을 보내는 방식이고, 나의 평범한 하루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들이 유명 관광지의 풍광보다도, 그 장엄함보다도 훨씬 좋습니다. 사사로운 이야기가 가득 담긴 장소에선 추억을 찾고, 소소한 추억 속에선 일상의 기쁨을 발견하니까요. 나는 나의 일상을 사랑합니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소한 것들 속에서 나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설레이는 여행의 초입에서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당신의 일상은 어떠한가요? 혹여나 아직도 모른다면, 당신에게 가장 가까운 시장에 방문해 보세요. 낯선 모습으로 서있는 당신의 일상을 마주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