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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역사유적

[대전의 멋] 동춘당이 달라졌어요


[대전의 멋] 동춘당이 달라졌어요



대전광역시 대덕구 송촌동 192번지
지금은 비록 산(山) 대신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있고, 물(水) 대신 자동차 물결이 흘러가지만,
그곳에 가면 나의 애인 동춘당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1년 여 동안 동춘당공원 옛모습 찾기사업을 진행했는데,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우선 입구에 있던 외래종 소나무들이 사라져 동춘당이 훤하게 바라다보여서 즐겁네요.


아직 표지판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듯 한데,
표지석의 위치도 일각대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뀌었구요.


조심조심 두근두근 대문을 들어서니
동춘당은 여전히 소박하고 고즈넉한 선비처럼 앉아 있습니다.


다시 대문을 나와 공원을 돌아봅니다.
밑둥마저 흙 속에 파묻혀 위태롭기 그지없던 팽나무의 아래쪽이 시원합니다.
이제야 300년 넘게 세월을 건너온 나무다워졌네요.


바깥담장 역시 훤해졌군요.
아~ 동춘당 담장이 이렇게 생겼었구나!
햇살이 따사로운 날엔 담장과 등을 맞대고 두런두런 이야기하고파집니다.


한결같이 동춘당을 지켜왔던 소나무는 쇠지팡이를 던져버리고
철갑 허리띠를 찼구요.


고택으로 통하는 옆문으로는 나무판목을 놓아서 잔디 사이로 아예 길을 내었네요.


작은 연못과 쉼터가 있던 곳에는 나무 벤치 몇개가 자리잡았습니다.
새로 심은 나무들이 애처로워 보입니다.
또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 사람을 품을 수 있는 그늘이 되어줄까요?


호연재 시비는 돌을 쌓아올려 새롭게 단장을 했습니다.
솔직히 정겨움이 덜하네요.
마치 받들어 읽어야 할 글귀라도 되는양 의기양양해 보이구요.
길섶에 소박하게 놓여있던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와우~ 호연재 시비 옆 무형문화재 전수관으로 가는 산책로 계단은
더욱 운치있어졌습니다.
가위 바위 보를 하며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와 꼬마 손주,
그 모습만큼이나 정답습니다
울긋불긋 꽃을 심지 않아서 더욱 좋구요.
원래 이 길의 주인이었던 매화나무와 새 식구가 된 무궁화까지...
동춘당에서 전수관을 가실 때는 이 길을 한번 걸어보세요.


제자리를 지켰던 매화나무는 그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주렁주렁 열매를 달고 오가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네요,


송용억가옥 앞도 어지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표지판도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구요.
올해도 여전히 살구꽃은 피고지고 했을테지요...


송용억가옥 앞에 금암(琴巖)바위 역시 제자리를 지켰네요.
이제는 고개를 조금 들고서 이름표를 내보이면서 말이예요.
그런데 왜 일까요?
꽃나무 가운데 앉아 있는 모양새가 조금은 옹색해보입니다.
물가 바위 사이에 자연스럽게 어울려도 좋았을텐데요...
혹시 알아요? 보물을 찾듯 금암바위를 찾게 될지요. ㅎㅎ


송용억가옥 옆은 나무계단도 설치하고 벤치도 놓고 연못도 정비하여 물을 흘러보내게 되어 있네요.
나무계단 옆으로는 울긋불긋 꽃들도 심어두었구요.
그러나 조금 으슥하여 저녁무렵엔 지나다니기 조심스럽더군요.


화장실도 새로 설치했네요.
아뿔싸~ 문이 열려 있으면 화장실 안이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군요.
바깥 쪽에 가리개라도 세워야 할 것 같아요.
생긴 모양도 이왕이면 동춘당과 어울리는 모양이었으면 좋았을텐데요...



여기저기 말뚝이 박혀있고,
물은 흘러가지 않고
꽃들은 유월의 태양아래 고개 숙이고 있고,
두루두루 마음까지 어수선해집니다.


그러나 그 메마른 땅 위에서 진군하고 있는 생명들...


언덕 위에 새로 자리잡은 소나무 한 그루와 더불어
성큼성큼 마음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짝짜악~짝 짝짝)!
가까운 곳에 대한민국의 표지석을 만날 수 있는 동춘당이 있습니다.

동춘당, 나는 늘 그곳에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