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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

잠든 시간을 깨우다 - 대전 복용동 당산마을 유적발굴 현장



잠든 시간을 깨우다 - 대전 복용동 당산마을 유적발굴 현장


오랜만에 유적발굴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시간은 추상적인 것이어서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이라 여겼는데,
유적발굴현장에 가면 마치 세월을 손으로 만지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유성구 학하지구개발구역내 "대전 복용동 당산마을 유적"
그 수수께끼같은 시간을 만나러 갑니다.


대전에서는 그동안 둔산지구, 노은지구, 용산동 테크노벨리지구,
서남부 택지개발지구 등 많은 유적발굴 조사가 있었고,
다양한 삶의 시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산마을 유적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당산마을유적은 대전시 유성구 복용동에 위치한 박산(201m)의 남쪽 사면 말단부 일대와
박산과 화산천 사이에 형성된 선상지성 충적지 일대에 해당하는 지역입니다.
복용동은 뒷산의 모습이 마치 용이 엎드린 형국같다 해서 이름이 붙여졌으며,
화산천은 계룡산에서 발원하여 발굴지역의 서쪽을 흐르고 있는데
상대동에서 진잠천과 합류하여 갑천과 이어지게 됩니다.



설명회를 위해 발굴조사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자료로 걸어두었네요.
친절한 금강씨~^^*
발굴조사는 지표조사와 시굴조사를 통해 본격적인 발굴이 이루어진다는군요.
당산마을 유적은 2004년 중앙문화재연구원에서 지표조사를 했고,
일부 시굴조사의 필요성이 있어서 2008년 백제문화재연구원에서 시굴조사를 했으며,
2009년부터 금강문화유산연구원에서 본격적인 발굴을 했다고 합니다.


설명회에는 고고학자가 꿈이라는 초등학생도 2명 참석했는데,
이 그림 앞에서 한참을 머무르더군요.
구구절절 설명보다 재미있는 그림으로 발굴조사단을 설명해준 센스~


설명회는 1차로 수습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곳에서 이루어졌고,
2차로 현장에서 집자리를 살펴보았는데,
조사원께서 직접 세세하게 설명해주고 질의에도 답변을 해주셔서
모처럼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게다가 사진 끝부분에 보이시나요?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음료와 맛있는 떡까지~ 감사한 마음...


수습한 유물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는데요.
뭐처럼 보이시나요?
처음엔 갈돌인줄 알았는데, 숯돌이라고 합니다.
당산마을에서 수습된 유물은 대체로 백제시대 빠른 한성시기의 유물이라고 합니다.


돌로 만든 방추차~
돌의 두께가 장난아니지요?


무엇일까요?
미래 고고학자 초등생은 500CC맥주잔이라고 하더군요. ㅎㅎ
백제시대에 저렇게 큰 잔으로 무엇을 했을까요?
술이라도 넘실넘실 따라서 축배를 들었으려나요?


이곳에서는 많은 토기가 수습되었다고 합니다.
복원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서 우선 몇 종만 전시한 거라고 하는데,
비교적 형태를 파악하기 쉬운 토기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른 백제시기라고는 하지만,
토기가 상당히 거칠어서 마치 신석기시대 토기처럼 보였습니다.
토기 겉면의 무늬들은 토기 사이의 공기를 빼고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
두드리는 과정에 생긴 문양이라고 합니다.
조금 물러보이는 토기는 주로 음식을 끊이는 용도로 사용하고,
단단해 보이는 토기는 곡식 등을 보관하는 거라지요.


당산마을 유적에서는 특히 시루형태의 토기가 많이 수습되었다고 합니다.


가까이서 보니 대충 넣은 문양이 멋있지요?
세월이 멋있는거랍니다.


2지역은 통일신라시대 유물들입니다.
작은 숯돌과 흙으로 만든 방추자(왼쪽), 돌로 만든 방추자(오른쪽), 암키와 등등...
백제시대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고
통일신라시대에는 제법 큰 세력을 갖춘 사람들이 큰 기와건물을 짓고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1지역은 조선시대 유물로 추정됩니다.
분청사기와 돌로 만든 불상


석고처럼 보여서 무심히 지나쳤는데, 돌로 깎은거라네요.
꽤 정교하지요?


분청사기 파편입니다.


전시된 유물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발굴현장에 직접 나가보았습니다.


백제시대 집자리의 화덕입니다.


집의 규모가 제법 크고 출입구까지 따로 나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백제시대 집자리는 대체로 네모형태입니다.


여기저기 토기편들이 수습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한꺼번에 화재를 통해서 파괴된 흔적이 보인다고 합니다.
아마도 고구려의 남하정책과 더불어 전쟁 등을 통해 마을이 불타버렸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역시 화덕입니다.
조리와 더불어 난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역자 형태로 화구를 빼고 있습니다.


집들은 대부분 동남향 방향을 향하고 있고,
이곳에서 멀지않은 곳에 바로 서남부지구 고려유적 발굴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성백제에서 통일신라, 그리고 고려까지
땅 속에 있던 시간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금 당산마을에 가면 잊혀졌던 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