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문자 메시지에서 시작된 생애 첫 TV 출연
‘대전문화방송 ○○○ 작가입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 시월의 어느 날 오후 생각지도 못했던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해보니 그동안 제가 썼던 구봉산 포스팅을 보고 연락을 하게 됐고 대전MBC <생방송 아침이 좋다>에서 구봉산을 소개하는 촬영을 할 예정이라 <대전시 소셜미디어기자단>의 자격으로 취재 동행을 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필자의 생애 첫 TV 출연 스케줄이 잡혔습니다. 그것도 제가 정말 사랑하는 구봉산에서!
촬영은 지난 10월 15일, 괴곡동 느티나무를 소개하며 시작되었는데 이날 촬영에는 대전MBC 최고의 리포터와 카메라감독으로 활약 중인 박찬규 리포터와 채원식 감독이 함께 했습니다. 채원식 감독이 카메라의 구도를 잡는 동안 박찬규 리포터는 계속 이런 저런 질문을 던졌는데 처음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을 위한 배려였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계속 나누다 보니 어느 순간에 긴장됐던 마음이 풀렸고 ‘수령 700년이 된 괴곡동 느티나무는....’으로 시작되는 소개 멘트를 편안히 할 수 있었습니다.
괴곡동 느티나무 촬영을 마치고 구봉산 산행을 위해 바로 이동했는데요. 구봉정에서의 촬영 장면이 계획되어 있어 성애원에서 철제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주로 전망 좋은 곳을 옮겨 다니며 촬영이 이어졌고 10월 29일(화) 8시 30분! 드디어 대전MBC <생방송 아침이 좋다>에서 가을을 만날 수 있는 구봉산의 모습이 시청자 여러분께 공개되었습니다. 그런데 엥? 화면 캡처 사진 한 장 올려놓고 중간에 뭐를 많이 빠뜨린 것 같아 허전하시다고요? 네, 중간 촬영 과정을 확 뺐는데요. 기사 말미에 <생방송 아침이 좋아> 다시보기 영상 링크를 해 드릴 거라 그랬습니다. 대신 방송을 보고 나서 다시 달려간 구봉산의 모습을 통해 방송에서 미처 보여드리지 못 한 것들을 조금씩 보충하면서 구봉산 촬영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대전MBC <생방송 아침이 좋다>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8시 30분에 방송되고 있는데 <2019-2021 대전 방문의 해> 원년을 맞이해 매주 화요일마다 대전의 명소들 찾아 소개하는 코너를 보내 드리고 있습니다. 그 특별한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하는 행운을 얻은 것이 너무나 기뻐 본방 사수를 하고 방송이 끝난 뒤 바로 구봉산으로 다시 직행했습니다. 방송에는 구봉정으로 향해 철제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다른 길을 잡아 봤습니다.
성애원 쪽에서 출발하시는 분들은 보통 성애원 왼편 길로 가시는데 오른편에도 탐방로가 있습니다. 구봉산의 주 탐방로가 주로 돌길이라면 지금 말씀 드린 길은 솔가리(마른 솔잎)가 깔린 푹신한 길입니다. 솔가리 깔린 길을 밟을 때마다 느껴지는 발밑의 촉감과 은근한 향기가 좋아 자주 이용하는 길인데요. 이쪽 길로 올라가면 철제 계단보다 경사가 덜해 좀 더 편하게 오를 수 있는 계단이 나옵니다. 그리고 주변의 나무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마지막 계단을 밟고 오르는 순간 나무 사이로 펼쳐지는 눈앞의 광경에 누구라도 눈이 휘둥그레질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구봉산이 가진 숨은 매력 중의 하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64미터의 낮은 산이라 직접 가보지 않은 분들은 그냥 동네 뒷산이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한 것은 그렇게 낮은 산이지만 일단 오르면 명산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다 보입니다. 아니 어쩌면 이름난 체하는 명산들보다 조망 풍경이 더 좋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산들은 정상에 오르는 동안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나무들에 둘러싸여 내려다보는 풍경은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구봉산에 올라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두 곳이 있는데요. 한 곳은 노루벌의 조망이 가장 좋은 자리로 툭 튀어나온 바위가 거북의 머리를 닮아서 일명 ‘거북바위’(물론 제가 붙여 본 이름입니다^^)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방송 화면 중에 카메라 가방을 메고 노루벌을 바라보고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몇 년 전 매주 월요일 새벽마다 구봉산에 올라 일 년 일출을 담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산마루를 넘어서는 일출의 장관을 보며 가슴 설레던 곳도 이 자리입니다.
그리고 또 한 곳. 앞에서 말씀 드린 솔가리 깔린 길을 지나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선 뒤 오른쪽 방향(봉곡동 쪽)으로 가다 보면 너럭바위 위에 가지를 늘어뜨리고 서 있는 소나무가 보입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흐른 땀을 식히고 가는 곳이기도 한데 이 소나무 아래에 앉아 있으면 바람이 정말 시원하게 몸을 감싸 줍니다. 그리고 소나무 가지 아래로 보이는 풍경 또한 일품인데 위 사진에서 충분히 느껴지시죠? 위 사진 세 장은 모두 지금 말씀 드린 곳에서 찍은 건데 첫 번째는 봄이 오기 직전, 두 번째는 여름 그리고 세 번째는 이번에 찍은 겁니다.
이제 다시 반대 방향인 구봉정 쪽으로 향해 보겠습니다. 방송에서 구봉산을 다니며 찍었던 제 사진들이 자료 화면으로 나왔었는데요. 몇 년 전 처음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폰카나 디카를 들고 무작정 구봉산을 찾았었습니다. 그때마다 구봉산은 자연이라는 소재를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 주었고 참 많은 사진들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생각을 하며 몇 컷 찍어 본 건데 구봉산이 이날 보여 준 건 ‘자연의 섭리’(왼쪽 두 컷)와 ‘고독한 인간 내면’(오른쪽 두 컷)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이런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거나 글에 나오는 어떤 구절을 떠올리면 사진 찍는 맛이 한층 더하게 되는데 그걸 가르쳐 준 것도 구봉산이었습니다.
구봉산 탐방로는 바위나 돌길을 지나게 되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아홉 봉우리를 따라 걷는 동안 264m 지상이 아니라 2,640m 지상에 올라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바위나 돌길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한 가지 주의하실 점도 있습니다. 구봉산에 우중(雨中) 산행을 즐기러 오시는 분도 은근히 많던데 비가 오는 날은 바위가 많이 미끄럽습니다. 꼭 등산 스틱도 챙기시고 바닥이 닳지 않은 등산화를 신고 오셔서 우중(雨中) 산행의 맛을 안전하게 느끼고 가시기 바랍니다.
구봉산을 다시 찾은 날 일기예보에 가을 미세 먼지가 심한 날이라고 나왔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푸른 하늘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가을빛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은 선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구봉산의 일몰이 보이는 방향을 담아 본 거고 다음 사진은 구봉산의 조망 풍경 중 으뜸으로 치는 노루벌을 담아 본 것입니다.
물돌이 마을인 노루벌의 조망이 유명한 것 다 아시죠? 해가 떠오른 뒤 노루산 위로 햇살이 비치는 모습, 마을을 휘감고 도는 물줄기 위에 물안개가 피는 모습 등 자연 현상과 어울린 다양한 노루벌의 모습은 그 자체가 감동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꼭 담고 싶은 노루벌 풍경이 있습니다. 소나기가 내린 뒤 노루벌 위로 큰 무지개가 지나는 풍경입니다. 그래서 소나기가 내린 날이면 허겁지겁 몇 번을 구봉산 정상에 달려갔지만 아직까지 구하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꼭 그 장면 담아 여러분께 보여드리겠습니다.
구봉정에 도착했습니다. 이곳 구봉정은 한편으로는 대전의 도심이 보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루벌을 볼 수 있어서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고 구봉산 전체 코스의 중간 정도에 자리하고 있어 잠시 숨을 고르고 갈 수 있는 쉼터로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새해 첫날에는 해맞이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데 일출 시간에 맞춰 구봉정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해를 기다리면 멋진 여명의 순간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생방송 아침이 좋다> - ‘구봉산의 가을을 만나요!’편은 구봉정에서 인터뷰 장면을 주로 찍었기 때문에 다시보기를 통해 보시면 구봉산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저의 얘기를 많이 들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구봉산에서 내려 온 뒤 들른 곳은 가수원동에 있는 ‘흥부네칼국수보리밥’ 식당이었습니다.(방송을 통해 이미 공개되었기 때문에 실명을 그대로 썼습니다.) 구봉산 촬영이 끝난 뒤에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헤어지는 건지 알았는데 맛집 촬영분까지 있다고 해서 박찬규 리포터 옆에서 열심히 함께 먹었는데요. 산행 뒤에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 딱이었습니다. 보리밥도 맛있었지만 두툼한 해물파전은 더 맛있었는데요. 다음에는 가족들을 데리고 보리밥과 해물파전에 얼큰이칼국수까지 먹어 볼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괴곡동 느티나무 소개를 시작으로 구봉산 탐방 그리고 맛집 소개까지 대전MBC <생방송 아침이 좋다> - ‘구봉산의 가을을 만나요!’편의 촬영기 들려 드렸는데 실제 방송 내용은 어땠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위 사진은 구봉산 촬영을 마친 뒤 박찬규 리포터, 채원식 카메라감독과 함께 남긴 기념사진입니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긴장감을 훌훌 털고 입이 트이게 해주었던 박찬규 리포터 그리고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메고 구봉산 다람쥐보다 빠른 걸음으로 둘을 잡아 주었던 채원식 감독 모두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이 포스팅을 통해 드립니다.
포스팅을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지난 10월 29일 방송되었던 대전MBC <생방송 아침이 좋다> - ‘구봉산의 가을을 만나요!’편의 다시보기 주소를 링크하겠습니다. 방송을 못 보신 분들은 클릭 버튼을 꼬옥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주 주말이 되면 구봉산의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다른 지역 분들에게 대전 여행 코스를 추천할 때 꼭 하는 말이 ‘구봉산을 보고 장태산에 들어가라’인데 시간과 거리상으로 정말 적당한 코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 가을 단풍 여행을 안 다녀오셨다면 이번 주 구봉산에 꼭 오십시오. 그리고 내친 김에 장태산까지 들어가십시오.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대전의 모습을 보시게 될 겁니다.
대전MBC <생방송 아침이 좋다> - ‘구봉산의 가을을 만나요!’ 다시보기https://tjmbc.co.kr/programme/9L1_Y4OT3tjVsWb/p/4OdDF/single/5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