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전문화/전시ㆍ강연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강상우 개인전 '女子의 變身은 無罪'

시각예술가들의 레지던시 공간인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중구 대흥동)에서는 제6기 입주작가 강상우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女子의 變身은 無罪"라는 제목의 회화와 설치미술 작품전인데요.

전시회 제목은 옛날 1980년대, 여성복이나 화장품 광고의 카피로 기억이 되는 문구입니다. 이 카피 이후 아주 많이 재생산되던 문구였죠. 

이번 전시는 2017년 평화문화진지 개관 시 열렸던 그룹전 'APT 1탄'에 참여했던 작가의, '80년대 여성정장 파트 1'의 후속전시 성격의 전시입니다.

1980년대 TV광고 속에서 환상적이고 세련된 여성상을 부각시키는 것과는 반대로 실제로는 매우 억압적이고 차별받는 삶을 살았던 여성의 현실에 주목했습니다.

저는 1980년대에 20대를 보냈던 대한민국의 한 여성으로서, 작품의 자세한 설명을 듣지 않아도. 그대로 가슴에 콱 박히는 느낌이 있었어요.

전시된 작품들은 입체, 설치, 페인팅 분야로, 철, 목재, 아크릴, 스트로폼, 석분점토, 천, 세라믹, 종이, ohp 필름, 컬러콩테, 컬러펜 그리고 가발까지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전시공간은 사용한 재료와 표현방식에 따라 5개의 파트로 나누었지만, 화사한 벽지가 양 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고, 조형물들도 색깔이 화사한 편이라 전체적으로는 아주 밝은 느낌을 줍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 전시장 배치도

하지만 작품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 보면, 그 속에는 1980년 대 당시 유행하던 패션정장, 파격적인 강렬한 색깔의 머리염색 등 변신을 통해 앞서가는 여성의 모습 뒤로, 강요된 순종과 집안일에 얽매였던 이면을 볼 수 있습니다. 

1980년 대 TV광고를 내용으로 한 드로잉

강상우 작가는,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문구는 '내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한 말로, 광고 카피로까지 쓰인 것은 반대로 당시 여성이 억압받고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봤는데요. 유행을 떠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외침이었다는 것이지요. 하물며 그러한 상황은 현재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답니다.

여성, 주부, 아내, 며느리로서의 역할이 지극히 차별적이었던 광고가 있습니다.
몸이 아픈 아내에게 '빨리 이 약 OOO을 먹고 나아서 술상 차려야지'라고 말하는 남편이 마치 아내를 크게 배려하는 듯한 내용으로 구성된 약 광고, 며느리는 또 친정 갔니? 등의 카피가, 강작가의 기억으로는 당시 유년의 남자로서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여자의 변신은 무죄' 시리즈가, 남자로서 반성을 하는 측면도 있었다고 합니다.

   

 

가정의 주방 형태 속에 들어있는, 1970-80년 대 전세계를 휩쓸었던 이브생로랑의 디자인(어깨가 넓고 허리는 조이는)을 연상시키는 여성 조각작품은, 굉장히 세련되고 파격적인 의상을 착용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커리어우먼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들도, 가정에서는 가사노동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아내나 며느리로서 강요된 역할이 있었다는 것을, 주방가구나 설비 등에 갇히거나 매어있는 형상으로 표현했습니다.

첨단 패션의 여성이지만 주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또, 화사한 색감과 무늬의 실내벽지도 자세히 보면 여기저기 찢겨진 속으로 신문지나 맨벽이 드러나 보이고 있는데요.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라면 24시간 벗어나지 못하는 공간인 집이, 외형으로 보이는 화사함 뒤로 억압과 강요된 복종 등의 아픔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 시리즈 no.2 /종이 위에 아크릴. 1064㎝x300㎝ 중 일부

전시작품을 감상하면서 강상우 작가와는, 현재의 20-30 대 여성들은 느끼지 못할, 1980년 대의 사회상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꽤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요.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1 2층 세미나실 입구 벽에는 강상우 작가 작품의 모티브가 된 1980년 대의 여러가지 광고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 소스가 된 당시의 광고 영상들

전시실 한 쪽에서는 신문이나 잡지 등에 게재됐던 광고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당시를 살았던 저에게는 새삼 추억이 돋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만 정말 자세히 그 이면까지를 본다면, 지극히 성별 역할의 고정관념이 어땠는지도 볼 수 있습니다. 

강상우 작가는 말합니다. 작가는 분명 어떤 의도로, 어떤 방향으로, 어떤 콘셉트로 작품을 창작했지만, 어떻게 느끼고 해석하느냐는 오롯이 관람자의 몫이라고요. 

시각예술가의 작품을 그냥 한 사람의 대한민국 여자로서, 남자로서 느껴 보는 시간이 되기를 권합니다.

 = 강상우 개인전 '女子 變身 無罪' =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6기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전

전시장소 :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전시실

전시일시 : 2019. 6. 27(목) - 7. 8(월) 오전 10시 - 오후 5시
(전시기간 중 휴관 없음)

관 람 료 : 무  료

관람문의 : 042-253-9810~13

 

2019 대전시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