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영화라고 알려진 《의리적 구토》가 단성사에서 첫 상영된 해가 1919년이라 하니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어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100 주년 한국영화사에 한획을 그었네요. 봉준호 감독만큼 조명을 받지 못했어도 100년의 한국영화사를 충실히 써내려간 많은 영화와 배우, 감독들이 있습니다.
많은 영화인 중에서도 대전에 뿌리를 두고 대전스토리를 영화화 하는 감독에 주목해 보려 합니다. 대흥영화사의 배기원감독이 그 주인공입니다.
대전이 낳은 영화인 배기원 감독을 만나기 위해 대흥영화사를 찾았습니다. 배기원 감독이 꾸려가는 대흥영화사는 대흥동 대로변에 위치한 허름한 건물 3층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영화사 안은 깔끔하고 아가자기하게 단장되어 있었지요. 배기원 감독이 섬세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대흥영화사는 지금까지 독립영화를 만들어왔던 배기원 감독이 2018년도에 장편독립영화 《대전로코》를 만들면서 설립한 영화사입니다.
《대전로코》는 지역 스토리 개발에 주력했던 배기원 감독이 자신의 사비와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만든 장편영화입니다. 《대전로코》의 원래 제목은 ‘나는 원래 대전에서 로맨틱코미디를 찍으려고 했었다’입니다. 배기원 감독은 "그동안 밀양, 경주 등 지역 이름이 들어간 영화들을 보면서 대전지역 영화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대전을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을 먹고 만든 영화"가 《대전 로코》라고 합니다.
《대전로코》는 그가 만든 단편영화 《인터뷰-사죄의 날》이 칸영화제에 소개되면서 겪는 일들을 그린 영화로 대전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독립영화감독인 배감독 자신의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고 합니다. 2017년에 칸 영화제에 방문하면서 촬영을 시작해서 프랑스 장면이 20% 정도 나오고 나머지 80%는 대전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하네요.
대전 중앙시장, 목척길, 은행동 거리, 옛 충남도청, 지하상가 등 대전의 다양한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했고 캐스팅 또한 전문배우 7~8명을 제외하고는 대전시민을 출연시켜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 아직 대전로코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익숙한 지역과 사람들이 등장한다고 하니 흥미롭고 의미있는 영화일 듯 하네요.
10여년 간 독립영화 작업을 꾸준히 해온 배기원 감독은 국내외 영화제에 작품을 발표해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습니다. 특히 2016년 작품인 《인터뷰-사죄의 날》이 세계 최고 권위의 칸 영화제 쇼트필름코너에 소개되어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이 영화는 재개발에 관한 영화이며 전작들에도 주로 사회적 약자들을 다루는 영화를 만들어왔습니다.
그가 만든 단편영화를 살펴볼까요.
망치는 세 번 때린다 / 2011 / 7min
약속 / 2011 / 1min
The Cry / 2013 / 10min
새벽, 국경에서 / 2014 / 11min
무전여행 / 2015 / 24min
인터뷰-사죄의 날 / 2016 / 10min
그리고 최근 독립장편 영화로 <나는 원래 대전에서 로맨틱코미디를 찍으려고 했었다 / 2018 / 독립장편>이 있습니다.
이처럼 능력있는 배감독의 최근 근황이 궁금했습니다. 요즘 그는 대흥영화사에서 대흥 책한권 영화제, 영화모임 배씨네, 유튜브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네요.
대흥책한권영화제는 대흥영화사 사무실 이전 기념으로 기획된 행사로 지난 5월 9일에 대흥영화사 사무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헌책과 영화가 어우러진 소소한 영화제로 방문하는 모든 분들이 책 한 권을 들고 와서 그 책에 대해 얘기도 나누고 영화도 보는 행사인데요, 뒷풀이로 옥상파티도 있다고 합니다. 내년에도 제2회 대흥책한권영화제가 열린다고 하니 기억하셨다가 많이 참여해주시면 좋겠네요.
배기원 감독은 작년부터 '배씨네’ 대전영화모임을 하고 있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서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보는 모임인데요, 매월 셋째주 목요일 7시에 모임을 갖는다고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카카오톡 검색창에서 대흥영화사를 검색하시면 되구요, 궁금하신 내용은 그 곳에 문의하면 좋겠습니다.
배기원 감독은 유튜브에 대흥영화사 채널을 개설해서 영화소개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첫 시작을 했는데 누구나 참여 가능한 채널로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실 수 있도록 추천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유튜브에서 ‘대흥영화사’를 검색하시고 구독, 좋아요 눌러 주시면 좋겠죠? 그리고 대흥영화사에서 추천하는 영화로 한 달에 한 번씩 공개 상영회를 열어서 함께 관람하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대흥영화사 내에 하얀 벽에 빔을 쏴서 영화를 볼건데요, 아주 낭만적인 상영관이 될 겁니다.
봉준호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 한국 영화 100주년을 화려하게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대전이 낳은 감독, 대전스토리를 영화화 하는 감독, 배기원 감독을 재조명 하였습니다. 배기원 감독의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응원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전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그날도 기대합니다.
주소 : 대전 대흥동 166-4번지 3층
전화(042-222-3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