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전의 근대병원의 역사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출발 전에 세 가지 궁금증이 듭니다.
대전의 근대식 병원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근대식 병원은 몇 곳이나 있었을까? 그 병원이 있던 터는 어디였을까?
대전에 생겼던 근대병원의 역사를 알아본다면, 그때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는 작은 역사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제국시기에 생긴 자혜의원
자혜의원(慈惠病院)은 대한제국시기인 1909년 설립된 국공립의원입니다.
고종황제의 재위시절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본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봅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생긴 서양식 공공의료인 셈이죠.
1909년 이후 전국 시도에 자혜의원이 들어섭니다. 가까이에는 공주자혜의원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대전에도 자혜의원이 생겼을까요?
“대전자혜의원부지는 대흥교서중학교부근으로 결정된 바 해지단략일만평 매수에 대하야 대금략일만원을 요할 예정인대…”
- 동아일보 1926년 6월 21일 -
1921년에 자혜의원부지가 결정이 되지만, 그 이후에도 대전자혜의원 건립은 그야말로 깜깜무소식입니다.
대전에 도립의원을 설립하자는 의견이 1928년에도 신문지상을 통해 공개적으로 나오는 걸 보면, 대전의 근대병원은 아직도 멀기만 한 듯 보입니다.
대전철도병원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철도국 산하의 철도병원은 철도 건설 현장의 환자들을 위해 세워졌으며, 이곳에는 철도의(醫師)가 있었습니다.
당시 조선총독부 기록을 보면, 적어도 1913년~1917년 사이에는 대전철도병원이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대전철도병원의 원장을 맡은 일본인(佐藤惣太郞, 좌등총태랑)이 1910년 대전에서 개인병원을 열었던 기록(私立佐藤病院, 사립좌등병원)이 등장합니다.
대전철도병원은 이름처럼 철도 현장과 관련된 근대병원이었습니다.
도립대전의원의 탄생
1928년, 대전의 숙원사원인 도립대전의원 건축이 시작됩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30년 6월 10일, 대흥정에 도립대전의원이 문을 엽니다.
드디어 대전에도 공공을 위한 근대병원이 탄생을 한 것이죠.
1939년에는 간호사양성소가 생기고, 1942년에는 대규모로 시설증축을 할 정도로 커집니다.
일제 패망 후, 도립대전의원은 충남도립의료원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그 뒤 1972년 우리가 익히 아는 충남대학교병원이 됩니다. 하지만 충남대학교병원이 이전을 한 1987년부터는 대전대한방병원이 들어섭니다. 바로 그 터가, 대흥동입니다.
도립대전의원에서 충남도립의료원으로, 그리고 충남대학교병원에서 대전대한방병원으로.
수십 년 세월동안 여러 이름으로 변모해 왔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말이죠. 얼마 전 대전대한방병원이 떠난 그곳은 쓸쓸한 빈 터로만 남아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개원한 대전철도병원, 그리고 도립대전의원
안타깝게도 이 건물들이 세워졌던 터를 우리가 알 길이 없습니다. 해당 터에 역사적 내용을 적은 표지석을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대전의 근대문화, 우리 지역의 근대병원사를 엿볼 수 있는 역할을 할 겁니다. 비록 표지석에 불과하겠지만 대전의 근대문화를 넓히는 또 하나 콘텐츠로서도 가치가 있으리라 보입니다.
대전의 근대문화콘텐츠를 추가하는 스토리가, 대전의 근대병원역사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