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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원도심이야기

공간, 시간의 나이테를 기록하다 -충무체육관과 윤봉길 의사 동상

 

대전 중구 부사동에 위치한 충무체육관과 매헌 윤봉길 의사의 동상.

충무체육관이 개장한 해는 197128. 윤봉길 의사의 동상이 세워진 해는 1972523.

그로부터 50여년의 긴 세월이 지나자 이곳은 대전의 다채로운 시간들이 쌓인 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1967년 대전의 모습.

사진 아래 왼쪽에 한밭종합운동장이 보입니다.

 (출처: 대전시 아카이브 서비스) 

 

충무체육관이라는 이름의 유래

 

 

“(서울) 장충체육관을 능가하는 실내 체육관이

완공되었지. 거북선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은

충무공의 호를 따서 충무체육관으로 명명했어.”

대전시장을 세 번이나 역임한

김보성 전 대전시장의 회고입니다.

 

 

충무체육관은 한때 전국에서 가장 큰 실내 체육관이라는 타이틀을 지녔습니다.

무엇보다 대전시민들에게 오래토록 기억될 순간들이 있어왔습니다.

 

 1973년 4월 17일 제1회 전국경제인대회가 열린던 충무체육관 (출처 : 국가기록원)

 2019년 1월 19일 배구 올스타전을 앞둔 현재의 충무체육관 

 

환호와 열광장정구와 강호동의 화려한 시대

장정구. 15차 방어까지 성공한 전설의 WBC 라이트플라이급 프로권투챔피언이었습니다.

1983326, 체육관은 4000명이 넘는 대전의 관중으로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장정구가 챔피언 일라리오 사파타에게 두 번째 도전장을 낸 날입니다.

마침내 장정구는 3TKO승을 거두고 WBC 라이트플라이급 프로권투챔피언에 올라섰습니다.

1980년대 한국프로복싱의 화려한 전성기, 그 포문이 열리게 된 곳이 충무체육관입니다.

1980년대 한국씨름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그 인기의 중심인 이만기 장사는 무림의 절대지존이었습니다.

그런 이만기 앞에 겁 없는 아이돌 장사가 등장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강호동.

19893월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제16회 천하장사대회가 그의 프로데뷔전이었습니다.

두 팔을 치켜들고 괴성을 내지르며 분투했으나 8강전으로 만족해야했습니다. 하지만 꽃가마를 탄 천하장사 강호동의 탄생을 예감하기에 충분했습니다.

 

1972년 7월 26일 대전경찰서에서 중요시설 관리 차원에서 찍은 충무체육관 전경(출처: 국가기록원)

 

그 때나 지금이나 충무체육관 지붕의 거북선 모양은 변함이 없습니다.

 

열정과 함성들국화와 서태지, 전설의 공연이 펼쳐지다

행진, 그것만이 내 인생, 매일 그대와

명곡들을 남긴 록그룹 들국화는 암울한 1980년대 젊은이들의 영혼을 위로했습니다.

그러나 1989년 그룹 해체를 선언하고 전국을 돌며아듀 들국화라는 마지막 콘서트를 시작합니다.

1989624,25일 이틀 동안 충무체육관에서는 그들의 고별공연이 열렸습니다.

20년 전 그날, 들국화의 노래가 아련히 들려오는 듯합니다.

1990년대 이후 한국대중가요의 판도를 뒤바꿔놓은 인물, 서태지.

2000태지의 화 6앨범을 내고 전국투어를 합니다.

200119, 충무체육관은 서태지를 연호하는 수많은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매헌 윤봉길 곁에서 장개석을 만나다

1968년부터 1972년까지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는 15기의 동상을 세웠습니다.

그중 하나가 충무체육관 앞 매헌 윤봉길 의사 동상입니다.


동상 좌대 뒷면에는
壯烈千秋 蔣中正 中華民國 六十年 十月이라는 글씨가 음각되어 있습니다.

 

 

壯烈千秋(장렬춘추)의 뜻은,“먼 미래에도 기억될 굳은 기상과 위엄으로,

대만의 국부 장개석 총통이 윤봉길 의사에게 전한 존경의 표시입니다.

새겨진 내용은 동상제막을 기념하여 197110(中華民國 六十年 十月)에 남긴 것입니다.

장개석 총통은 1966년 대만 건국일인 쌍십절에 윤봉길 의사의 동생을 국빈으로 초청하여

윤 의사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나타냈습니다.

 

충무체육관은 때로는 사각의 링이었고, 모래판이었고, 콘서트홀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대전시민들은 서로 웃고 울며 함께 추억을 쌓았습니다.

윤봉길 의사의 동상에서는 한국과 대만의 긴밀했던 역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충무체육관과 윤봉길 의사의 동상은, 수십 년 역사가 켜켜이 쌓인 도시의 문화유산이자

대전의 삶을 촘촘하게 기록한 시간의 나이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