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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소식/대전소식

대전문학관 다람쥐의 기적같은 선물


뿌리다 詩 꽃피다 ― 대전 문학관 시인이 되어 보다.

 

몇 일만에 뿌옇게 시야를 가리던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맑고 차가운 공기와 오랜만에 햇살을 볼 수 있는  상쾌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때마침 아는 분이 해설하시는 대전문학관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대전문학관은 대전의 문학사를 정립하여 문학 전통을 이어가고 또 지역 문인들의 작품과 문학 자료 등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곳으로, 시민들에게 전시 및 교육, 문학 행사를  운영하는 문화 공간이자 문인의 창작과 활동을 지원하는 만남의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전문학관은 2012년 12월 27일에 개관을 하여 오늘날까지 시민들을 반기고 있군요.

전국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문학관이 100여개가 되는데 그 중에 대전문학관은 나라에서 세운 유일한 문학관입니다. 문학관은 실내와 야외로 구성되어 대전 문학의 뿌리를 보여주고 시민들이 문학을 꿈꿀 수 있도록 , 문학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영향을 주는군요.

대전문화관광해설사들이 올해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대전문학을 더 재미있고 맛깔스러운 이야기로 전해 드리고자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이건영 해설사의 폭넓고 재미난 대전문학의 뿌리에 대한 해설을 들으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전문학관 운영사업은  상설전시 ,기획전시, 문학교육프로그램, 대전문인 사진,영상 아카이빙 ,시확산시민운동 , 문학콘서트 , 소장자료DB구축 등이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대전방문의 해와 관련하여 많은 일들을 기획하였는데요, 그 중에 하나로  대전 출신이면서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문화 유적지 행사로  탐방 계획도 세웠고요. 7월 , 8월 , 9월 , 10 월에는 동춘당 ,우암사적공원에서  전국 문학관 관계자 및 실무자 대상으로  전국 문학관 대회를 기획하여 대전의 문학을 많이 알린다고 합니다.


시(詩)확산 시민운동의 방법으로 시와 그림이 그려진 시화 엽서, 시가 적힌 책갈피 ,시의 한줄 문구가 있는 연필등을 만들어 문학관을 찿는 분들에게 기념품이면서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집을 펼치지 않아도 대전 곳곳에서 시를 접하고 마음의 위안도 얻을 수 있도록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역사에 시화를 전시함으로써 지루한 기다림을 우리 지역 작가의 한편의 시로 떨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악 콘서트 형식으로 1 년에 6번 정도 야외 문학관에서 작가와 토크형식으로 진행되는 문학콘서트가 있습니다. 자연속에서 하는것도 참 운치 있네요.  김영하 소설가도 오셨었다고 합니다.

상설 체험 프로그램으로 시를 읽고  떠오르는 느낌을 그리고 색칠하기 , 나만의 제목 붙이기 , 작가와 내가 함께 이어쓰는시 , 낱말들을 옮기며 나만의 문장만들기 등을  직접 체험 할 수 있도록 하는군요. 대전문학에 관계되는 것으로 십자말풀이도 해보고 상설 전시실에는 원고지 쓰는 법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기획전시로는 '서로 다른 희망이 공존하는 시대'라는 제목으로  3 . 1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해방기 대전문학을 소개하고있습니다. 대전은 철도 건설과 더불어 도시의 모습을 갖추었고, 사람들도 많이 모이게 되었고 그 결과 오늘날의 교통의 도시, 살기 좋은  도시로 탄생하였습니다.

광복이후  대전에서 '대한독립만세' 함성도 조용히 1945년 8월 17일에 울렸다고 합니다. 해방기로 기록되는 1945년 8월 15일 광복부터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까지의 대전문학의 역사를  보여 줍니다.

대전의 첫 잡지「향토」 ,첫 순수시지 「동백」 ,  좌익계 문화지 「현대」 , 대전의 첫 시집 「북소리」 등 대전 문학의 흐름을 엿 볼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자료들입니다.

김지숙 차장과  이건영 해설사의 대전문학에 대해서  뜻 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  대전을 찿는 분들에게 대전의 문학, 문인, 작품 등  많은  이야기들을 문화관광해설사 입장에서 어떻게 전할까 하는 고민하는  마음들을 엿 볼 수 있었습니다.

학창시절  한번쯤은 문학소녀를 꿈꾸던 단발머리 여고생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는군요. 시를 외우고 어떤 시를 기억하는 것도 그 때 그 수준인것 같아요. 이제부터라도 곁에 시집을 두고 시 한 줄을 읽는것도 시를 가까이 하는 방법이겠죠.

대전문학의 뿌리로  가양동에서 태어나고 사육신의 한분인 박팽년 선생은 유복자인 아들과 여종의 여식을 바꿔 길러 사육신 중 유일하게 대를 있게 됐는데요. 사육신전 ,쌍청당 현판 등의 기록이있고, 우리가 잘 아는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을 노래한 시조가 있습니다.

신흠 선생은 주산동의 외가(외조부:송기수)에서 성장하여 대전이 길러낸 조선의 문장 4대가가 되었고요.  63권20책의  저술지인 상촌집을 비롯하여 임금을 그리워한 연군가등 30여 수의 시조를 남겼습니다. 

우암 송시열 선생도 소제동에서 자라 '송자대전'이라는 조선시대 최고 방대한 문집과 시집간 딸에게 부녀자로서 지켜야 할 덕목들을 자상하게 써 준 '계녀서'를 남겼습니다.

전민동이 터전이었던 김만중 선생은 유복자 였지만  굉장한 효자였는데요. 국문가사 예찬론자여서 전문이 한글인 구운몽으로 소설 문학의 선구자가 됐습니다. 전민동에 효자 정려각 ,충효소설비,문학비 ,할아버지 김반 정려, 아버지 김익겸 정려 ,할머니 연안서씨 정려가 있어 김만중의 발자취를 볼 수 있네요. 유배지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를 적으려는데 눈물이 앞을 가려 쉽게 못쓴다는 사친(思親) 시가 있지요.

김호연재 여류시인은 양성평등의 합리적 삶을 실천한 18세기 조선시대 최고의 여성문인입니다. 23년간의 결혼생활에 주변의 경치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나타낸  244편의 한시를 남기셨습니다. 결혼생활의 고독과 위안을 술과 시로써 달랜 흔적이 많이 보이는군요.그 중에  취작(醉作)이라는 시 입니다.

취하고 나니   천지가 넓고

마음을 여니 만사가 그만일세.

고요히 자리에 누웠노라니

 즐겁기만 해 잠시 정을 잊었네.

대전 대표문인 5인으로 사랑스러운 것들을 만날 적마다 눈시울을 붉히지 않은 때가 없다는 눈물의 시인인 박용래(1925~1980). 자유분방함과 어린아이 같은 순수하고 여린 심정으로 태어날때부터 시인으로 운명지워졌다고 시인의 딸이 회상 하는군요.

소박한 언어 속에 삶에 대한 초월 의지를 담은 시인 한성기(1923~1984). 충청시단의 선구자이시고 충청 문학의 주춧돌을 놓으신 정 훈(1911~1992). 소설문학의 대표 작가이시고 50년대를 대표하는 최상규(1934~1994).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이자 소설문학의 선구적 인물인 권선근(1926~1989) 작가.

상설전시장 입구가  한글 자모로 꾸며져 있어 특이하지만 참 알맞은 디자인 같아 전시장 들어 가는것이 설레이군요. 문학 자료들을  문학 자료 기증 캠페인으로  기증도 받아  수장고에는 기증을 통해서 보관 되고 있는 3만여점의 가치 있는 자료들이 있답니다.

전시관람 안내

개관 :연중 오전 9시 ~오후 6시
휴관 : 신정, 설 연휴,  추석 연휴 , 월요일
관람 : 무료

실내 문학관을 둘러보고  야외 문학관에 나와보니 겨울 햇살과 함께 잎을 떨구고 나무의 본래 모습으로 서있는 참나무와 아까시 나무, 상록수의  의연함을 보여주는 소나무가  겨울 숲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군요.

그 숲속에 커다란 자연석에 새겨진 금당 이재복 시인의 '꽃밭'이라는 시조가 우리를 반기네요. 제자 임원법이 쓰고 시 새긴돌은 이동영이 헌정하였다 합니다.

낭랑한 목소리의 누군가가 꽃밭을 낭송해 보는군요. 시인은 보문중고등학교를  설립하셨고 1950년 대에는 권선근,박용래시인등과 함께 「호서문학」동인으로 활동하였고  선화동이 낳은 시인이고  생전에 시집을 낸적이 없고 유고 시집만 있다고 합니다.

‘다람쥐의 실수가 신의 기적으로’ 라는 말에서 다람쥐의 실수가 무엇인지 궁금하시죠? 야외 문학관의 신비로운 모양의 참나무가 보이는군요. 참나무 모양이 따뜻하게  한품으로 안은  한 나무인것 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6그루 랍니다. 처음에 육형제라고 하였는데 양성평등에 의해 참나무 육남매로 부른 답니다. 육남매를 탄생시킨 기적이 다람쥐의 망각증이 불러온 신의 기적처럼 느껴지시죠!!

귀여운 다람쥐가 볼주머니 가득 담은  도토리를 겨울을 위해 숨겼는데 아차! 하고 그만 찾지를 못하였는데 그 중  도토리 여섯알이 이렇게 신비롭게 싹을 튀워 냈답니다. 처음 본 순간 너무 경이로워 자연의 작품에 감탄할 뿐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동네분들이 야트막한 문학관 뒷산을 많이 산책하는군요. 아까시 나무가 많아 아까시꽃이 필때 향기가 진동을 하고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에는 나무 그늘이 좋아 산책을  더 많이 온다고 하는군요

봄의 연초록빛깔의 어린 잎, 검푸른 진녹색 녹음의 여름, 노오란 갈색으로 물든 가을잎, 잎을 떨구고 전부를 보여주니 수피의 질감도 느끼고 안아보고 싶어지는 겨울.

사시사철 변하는  참나무 육남매를 만나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