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물을 얻기 위해서는 설탕이 물에 녹기를 기다려야 한다."
- 앙리 베르그송-
설탕이라는 달콤함은 항상 순식간에 사라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설탕이 녹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설탕이 물과 뒤섞이며 설탕물을 만들어내듯이 작가의 상상력과 문학이 어우러져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전시와 만나고 왔습니다.
2018 대전문학관 기획전시<젊은작가전Ⅱ-설탕이 녹는시간>이 오는 10월 31일까지 열립니다. 이번 전시는 김채운, 박송이, 변선우, 한상철, 유하정 작가가 참여합니다.
작가들은 독자가 필요하고, 독자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조금씩 창조적으로 성장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설탕처럼 생생하게 녹아 움직이는 달콤한 변화의 시간을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결핍의 세계에 몰두하며 존재와 상징성을 통찰하는 박송이 시인. 또 재미있는 언어 속에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시적 사유를 담아내는 시인 변선우. 독특한 상상력으로 익숙한 것들이 낯선 이미지로 전복되는 순간을 그리는 시인 한상철. 작고 소외된 대상 속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시인 김채운.
이번 전시에서 대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개성넘치는 시인들의 작품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같은 노래를 무한 반복해 놓는 스타일이에요. 대부분의 노래가 4분이 채 안 되잖아요. 그 노래가 마치 영원처럼 반복해내는 그 시간을 만들어네요."
변선우 시인의 말이 인상깊습니다.
문학의 숲을 거닐어봅니다. 박송이 시인의 시를 함께 음미해볼까요.
오래 핀 것들_박송이
오랜 핀 것들은 축제가 없네
오늘은 쑥향이 맹맹하고
오늘은 개나리를 노래해
봄길, 봄이래도 꽃 이래도 달갑지 않네
나는 차라리 벚꽃처럼 꽃살라 찍히고 싶네
오래 방랑해서
오래 상실해서
노란 목덜미가 꽃병에 꽂히고
베인 봄은 가고 또 오고 와도
나리나리 개나리
이것도 사랑 일랄까
하, 오늘은 쑥향이 맹맹하고
오래 핀 것들
오래 앓는 법에
골몰하네
시를 쓰는 일은 사소한 일상과 소소한 것들에서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고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입니다. 전시를 둘러보며 설탈의 결정만큼이나 섬세한 작가들의 글쓰기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작가는 짓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박송이 시인은 작가를 대상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 대상을 허물어트리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핍은 모든 존재들의 본질적인 속성이라며, 절실함과 외로움이 창작의 동력이 된다고 합니다. 결핍은 창작자에게 글을 자라게 하는 영양분 같은 건가봅니다.
작은 생명들의 몸짓을 잡아내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를 잡아낼 수 있다면 좋은 작가와 시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시인 5명의 작품들을 보면 삶의 방식이 각각의 존재만큼이나 무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말과 글의 맛깔스러운 맛은 사소한 것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전시에서 사소함으로 건져낸 맛깔스러운 작품과 만날 수 있으니 주말에 시간을 내서 찾아가 보세요.
오는 7월 28일에서는 예술프로그램<문확관에서 문학이 말을 걸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