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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상/시사ㆍ사회

2018제주방문의해 아픈 역사 제주 4.3을 돌아보다

제주 여행 좋아하시죠? 가장 쉽게 바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여행이 제주 여행인데요. 아름다운 풍광이 유명세를 타면서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가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올 1월 초, 제주 여행에서 제주도 서부지역을 돌며 문화 예술을 감상했는데요. 이때 제주4.3 평화공원을 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다음을 기약하고 대전으로 왔지요. 

그런데 그 '다음의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 몰랐습니다. 아마 필자에게 꼭 제주 4.3을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닌가 하는 운명론적인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올해는 제주 4.3이 일어난지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청에서는  제주4.3 70년, 2018 제주방문의해를 맞아 전국 각 시도의 블로그 기자단을 초청해 '제주4.3 바로알기'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요. 대전시소셜미디어기자 3명은 제주도의 초청을 받아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전국에서 82명이 참가한 대규모 프로그램이었습니다.



3월 말의 제주는 바람이 많이 불긴 하지만 포근함이 실린 바람이라 곳곳에서 꽃잔치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붉은 동백꽃, 수줍은 벚꽃, 새악시같은 수선화, 그리고 들판을 노랗게 물들인 유채꽃. 4월, 5월까지 여러 종류의 꽃이 더 많이 많이 피어나 제주를 화사하게 만들고 더 많은 분들이 제주를 방문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제주의 봄을 총성과 화염으로 물들였던 제주 4.3 사건이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바로 이 제주의 전역에서 벌어졌습니다.  국사책이나 기사를 통해 제주 4.3에 대해 들어보긴 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습니다. 몇 년 전 제주4.3을 다룬 독립영화 <지슬>이 상영됐을 때 영화를 보면서도 내용이 쉽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제주 4.3이 벌어지기까지 시대 상황-제주 4.3 평화기념관 전시물과 함께


김종민 대표(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상임공동대표)


학교에서 배우는 국사에서 근현대사 부분이 너무 약하고 게다가 매번 진도에 쫓겨 끝까지 배운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되기까지 객관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는데 말이죠.

이런 상황을 다 알고 있는 듯 제주특별자치도청에서는 먼저 강의 시간을 마련했는데요. 김종민 대표(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상임공동대표)가 제주 4.3사건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상황을 뼈대만 추려 간략하게 설명했습니다.

제주 4·3 사건

“1947 3 1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경찰·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 4 3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 9 21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출처 : 제주 4·3연구소 홈페이지



우리 모두 알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뼈 아픈 현대사이니 전시물과 함께 제주 4·3을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1945.8.15.   제2차세계대전의 전범국 일본의 항복, 한반도 해방, 미군정시대(~1948.8.15.)



1945.9.28.   제주농업학교에서 일본군 항복 조인식

1945.12.27.  모스크바 3상회의->전범국인 일본이 아닌 한반도를 5년동안 신탁통치 결정, 한국인 반대로 실시 못함.




1947.3.1.    제주시 3,1운동 기념식 후 통일독립 가두시위에서 경찰이 오인 발포로 6명 사망. 항쟁과 탄압.

              (사망자: 3-40대 농부 4명, 15세 학생, 21세 아기엄마.-총을 등에 맞음)



1947.3.10.   제주에서 (도지사까지) 민관 총 저항, 파업->빨갱이로 규정 2500명 구금, 3명 고문치사.



1947.3.12.   미국 트루먼 독트린-사회주의 봉쇄, 공산주의 위협받는 국가에 경제원조.

1948.4.3 제주도민들 주장  1.탄압하면 항쟁이다.  2.남한 단독선거 반대.


서북청년단의 테러가 민심을 자극해 4.3 사건이 발발의 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1948.5.10    제헌국회 선거-제주도민은 선거를 반대하며 선거를 피해 산으로 감. 제주 의석 3석 중 2석 선거 못함.



1948.8.15.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 남한에서 단독정부 수립-대한민국

1948.8.24.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하지 중장 협정-"미군 철수까지 전시, 평시 통제권 모두 미국이 갖는다."

1948.9.9.    북한 정부 수립(북한 정부 수립 전에는 북한에서도 태극기를 사용함)



1948.10.19.  여순 사건(일부 군인들이 제주 4.3 진압 출동 거부) -> 1948.12.11.국가보안법 만들다.(이승만)

1948.11.     제주 지역 계엄령, 제주 초토화, 무조건 죽임-영화<지슬>의 배경


제주 초토화 작전으로 불태워져 사라진 마을이 109곳이나 됩니다.


1949.6.      제주 남자들 거의 궤멸/ 친일고등경찰이 반민특위 피습, 국회프락치 사건, 김구 암살, 미군 철수 완료.

1950.6.25.  북한이 남침하자 남한에서는 형무소 수감자 학살함.

              (대전형무소 수감자 제주 4.3 관련 600명도 산내로 끌고가 학살. 뼈도 확인할 수 없어 행방불명 처리.)
              제주도 내에서는 예비검속으로 무조건 학살.


오른쪽 아래는 대전 산내에서 총살 당하기 직전의 모습으로 외국인이 찍은 사진입니다.


1954.9.21.  제주도 한라산 통행금지 해지.->4.3의 끝으로 봄.(7년이 넘는 탄압과 학살)

1987. 민주화 운동 이후, 1988. 제주 4.3 공론화. 


"이 때까지 40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달려와주지 않았다."

이것이 1988년 제주 4.3이 공론화 되기까지 홀로 40년을 속으로 삭히며 살아내야만 했던 제주도민의 눈물입니다.


제주 4.3 평화공원-제주 4.3 평화기념관


제주 4.3 평화기념관


제주 4.3 평화공원은 죽임을 당한 도민의 수 만큼이나 넓은 공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비극적인 제주 현대사를 기록한 제주 4.3 평화기념관, 위령제단, 위령비, 각명비, 행방불명인 표석, 발굴 유해 봉안관과 시대를 기록하는 조형물 등이 있습니다.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제주도를 평화와 인권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 조성했다고 합니다. 

제주 4.3 평화기념관에는 커다란 흰 비석이 누워 있습니다. 이것은 '4.3 백비'입니다. 제주 4.3이 '4.3 사건'이 아니라 바른 이름을 갖게 되는 날, 분단의 벽을 넘어 통일이 되는 그날 언젠가 이 비에 제주 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라는 다짐이 있습니다,


제주 4.3 백비


제주도 민주주의민족전선선전부에서 주장했던 건국 5가지 원칙을 보면, 마치 21세기 지금 이 시점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바르고 혁신적입니다.


1. 기업과 노동자가 다같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세우자.

2. 지주와 농민이 다같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세우자.

3. 여자의 권리가 남자와 같이 되는 나라를 세우자.

4. 청년의 힘으로 움직이는 나라를 세우자.

5. 학생이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는 나라를 세우자. 


'죽음의 섬' 아트워크


위 작품은 세월, 집단희생, 질식사, 수장, 참수, 총살, 교수형, 여성의 피해, 암매장, 유해발굴 등의 주제로 만든 <죽음의섬> 아트워크 작품입니다. 끔찍했던 사실이 불편하더라도, 그 시절을 직시하며 이해하고 인정하고 화해하고 극복하며 상생과 회복의 길로 가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만 합니다. 


제주 다랑쉬굴 질식사 사건(1948)


전시장에는 다랑쉬굴 사건을 재현한 것도 있습니다. 백마디 말이나 글보다 시각적인 것이 의미하는 바가 더 강렬하지요. 다랑쉬오름의 이름이 참 예쁘다고 느꼈는데, 다랑쉬굴에서는 이런 끔찍한 일이 있었습니다.

다랑쉬굴 사건

다랑쉬굴 사건은 1948년 12월18일, 국군 제2연대 제2대대가 피난민이 숨어있던 작은 굴을 발견했는데 굴 밖에 있던 사람들은 총살하고 굴 안에 있던 사람들은 불을 피워 질식사시킨 사건입니다. 굴 안에서 희생된 사람은 50대 여성, 9세 아동을 포함해 11명이었습니다. 얼마나 처절하고 끔찍하고 괴롭고 억울했을까요.ㅠㅠ......

시간에 묻혔던 다랑쉬굴 사건은 43년이 훌쩍 지난 1992년 3월 29일에야 현장조사로 희생자 신원을 밝혔다고 합니다.



6.25 한국전쟁 발발 후 재소자 학살사건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각 지역의 형무소에서는 재소자를 무단으로 학살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이전했지만 예전에는 1960년대 말까지 중구 목동에 있던 대전형무소(현재 그 자리는 망루 하나와 우물만 남았고 자유회관 건물이 서있다)에도 제주 4.3 관련해 600명 정도가 수감돼 있었는데, 재판도 없이 모두 산내 골령골로 끌려가 학살됐습니다. 위 사진에서 오른쪽 아래의 전시물이 바로 산내 학살 현장에서 외국인 기자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백조일손(百祖一孫)비 이야기



1950년 8월, 서귀포 송악산 부근 오름에 있던 일본군 탄약고에서 예비검속으로 끌려온 마을 사람들이 백 수십 명 학살됐습니다. 학살자들이 사람들의 접근을 막아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마구 엉킨채 6년이 흘렀습니다. 1956년에야 시신을 수습하다보니 어느 것이 누구의 뼈인지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백 명 조상의 한 자손'이란 의미로 백조일손 무덤을 만들고 1960년 4.19 혁명 이후 백조일손 위령비를 세웠는데 5.16 군사정변 후 경찰이 부쉈다고 합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뒤가 켕기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백조일손 위령비마저도 부숴버리다니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섯알오름-백조일손 이야기가 나온 학살현장.


제주 4.3 평화상


제주 4.3 평화상


제주 4.3 평화재단은 제주 4.3 을 해결해온 제주도민의 평화정신을 기리고 인류, 평화, 인권신장, 민주발전, 사회통합에 공헌한 분을 선정해 2015년부터 제주 4.3 평화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1회 수상자는 김석범 작가(92)로 제주출신 재일 작가입니다. 제주 4.3을 소재로 한 대하소설<화산도>를 집필해 4.3의 진상을 알렸습니다. 

특별상 수상자는 인도네시아 무하마드 이맘 아지즈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정치적인 이유로 1966년에 50만 명을 학살했다고 하는데,무하마드 이맘 아지즈는 2000년에 그 진상 규명과 화해운동에 앞장서 사과를 받고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기여했다고 합니다.

2017년 2회 수상자는 미국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 석좌교수(75)입니다. 제주 4.3은 제주민에게 공산주의자란 누명을 씌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국민의 손으로 학살했는데, 통제권을 쥐고 있었던 미군정의 직접통제에 따라 자행됐기 때문에 미국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그의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밝혔습니다.    


제주 4.3 평화기념관을 찾은 학생들이 전시물을 진지하게 보고 있습니다.


제주 4.3 평화기념관을 나가는 통로의 벽과 천장에는, 신분이 밝혀진 억울한 죽임을 당한 분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붙어 있습니다. 행방불명돼 뼈도 추리지 못하고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분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소감나무에 걸린 글귀처럼 다시는 이런 비이성적인 상황이 오면 안될 것입니다.


제주 4.3 평화공원 유해봉안관


1950년을 전후해 짧지만 긴 사연의 역사를 읽고 밖으로 나가니, 위령제단, 위령탑, 각명비, 행방불명인 표석, 유해봉안관과 조형물이 있습니다. 

유해봉안관 안에는 제주 4.3으로 7년 동안 희생된 제주 각 지역의 14,000여 명의 위패가 모셔져있습니다. 이름도 없이 '아무개의 자'로 새겨진 위패도 있습니다...



뒤로 돌아가면 행방불명인 표석과 위령비, 조형물이 있는데, 대전에서 행방불명된 분들의 위령비도 있어서 대전 지역과 아픈 과거로 얽혀있는 것을 봅니다. 대전지역에서 시신을 찾을 수 없는 행방불명 600여 명은 산내 골령골 희생자일 것입니다. 



제주는 참 아름다운 섬입니다. 제주도는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소중한 섬으로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곳입니다. 아름답고 좋은 곳을 찾아다니고 맛있는 것을 먹는 여행도 좋지만, 이 멋진 곳에서 얼마 지나지 않는 과거에 이런 끔찍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학살의 현장인 섯알오름을 지나는데 그곳을 방문한 외국인 가족도 있었습니다.

이런 아픈 역사를 여행하는것을 다크투어리즘(블랙투어리즘)이라고 하지요. 난징대학살기념관, 홀로코스트기념관 등을 방문하는 것도 다크투어리즘인데요, 제주에서는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2018제주방문의해를 지정하고 '제주 4.3 바로알기' 등 다양한 안내서를 발행했습니다. 

올해 제주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한번 쯤 제주 4.3 유적지도 방문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더불어 내년은 2019대전방문의해입니다. 대전시 출범 70주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이 되는 의미있는 해입니다. 대전은 대전 나름대로의 독특한 역사로 근현대사 백 년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대전은 조선시대 유교의 중심지, 근현대 교통의 중심지, 현대 과학의 중심지, 우리나라 최초의 박람회 개최지, 효 문화의 중심지, 순국선열 나라사랑길의 중심지, 세계적인 화가 이응노 작품의 중심지 등 온 가족이 함께 방문할 만한 역사, 문화, 예술을 담은 멋진 곳을 품고 있는 대한민국 중앙에 위치한 살기 좋은 곳입니다. 필자가 대전으로 이주해 살면서 느낀 점이거든요~! 대전에서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