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은 정월대보름이었지요. 하루 전인 3월 1일이 마침 3.1절 국경일이라서 그런지 대전 곳곳에서 정월대보름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 중 중구 무수동에서 하루종일 펼쳐졌던 행사는 다른 마을의 정월대보름 행사와는 독특한 면이 참 많았어요.
무수동 입구. 하는아래 근심이 없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무수 천하마을'이라고 부른다
무수동산신제는 대전무형문화재제19호로 무수동 안동권씨 마을에서 상당신을 모시는 반가의 행사입니다.
정월대보름에 전국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전통민속 행사로는 지신밟기, 오곡밥과 나물 등 대보름 음식 먹기,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보름달 보며 소원빌기 등이 있지요. 무수천하마을의 대보름 마을행사 중에서는 '장승. 짐대모시기'가 있습니다.
먼저 아침에 무수동 유회당 기궁재(奇窮齋)에 들렸어요.
이곳은 유회당 권이진이 부친인 권유의 산소를 정하고 지은 건물로,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 제6호로 지정됐습니다. 유회당이 부모의 묘를 지키고 제사를 모시면서, 후학들을 교육하던 곳이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유회당의 11대손인 권광순씨가 살고 있습니다.
▶ 지신밟기
이곳 기궁재에, 풍물패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행하는 '지신밟기'를 위해 산성동풍물단이 방문했어요. 대문 밖에서 "복 들어간다. 복 들어간다" 외치니 집주인이 대문을 활짝 열고 맞이합니다.
지신밟기. 대문에서부터 마당, 대청, 부엌, 장독대, 우물까지 다니며 복을 빈다
풍물패는 마당에서 몇바퀴를 돌고, 대청과 장독대, 부엌 등에서 악귀를 물리치는 노랫말로 복을 빌고, 여러 다양한 가락의 농악 연주를 했습니다. 저는 정초에 마을에서 행해왔던 지신밟기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는 처음이어서 무척 신기했어요.
그리고 나서 집주인이 준비한 떡과 다과, 음료, 술 등을 참가한 모든 사람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저는 떡을 먹으면서 기궁재를 구경했지요.
기궁재 내부 대청 천장
▶ 무수천하마을 정월대보름 거리제
무수동 정월대보름 거리제는 '짐대놀이'라고 해서 짐대와 장승을 모시는 행사예요.
짐대는 지방에 따라 솟대,소줏대, 표줏대, 솔대, 거릿대, 수날목, 서낭대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마을을 지켜달라는 의미로 마을 어귀에 세우는 거예요. 모양도 다양하지요.
마을의 청장년들이 깃발을 앞세우고 풍물패와 함께 장승을 모시고 마을 입구로 향합니다. 오전에 마을로 들어갈 때는 없었던 석장승이 해마다 새로 세워졌던 기존 장승들 옆에 세워졌습니다.
무수동에서는 해마다 장승도 새로 깎아 마을 어귀에 세우곤 했는데, 올해는 돌로 만들었답니다. 마을 사람들은 석장승 앞에 제상을 차리고 예를 갖춥니다. 이 과정은 하당제라고 부른답니다.
올해는 튼튼한 돌로 장승을 세웠으니, 더욱 확실하게 마을을 지켜 줄 것 같습니다.
▶ 기원제
짐대. 장승모시기가 끝나고 저녁 어스름이 되자 소원빌기 기원제와 달집태우기 행사가 차례로 진행됐어요.
청솔가지와 대나무, 볏짚 등으로 5m도 넘는 높이로 쌓아올린 달집에, 참석한 시민들은 저마다의 소원을 적은 리본을 묶었습니다. 그 리본이 달집과 함께 활활 타서 하늘 높이 연기로 올라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답니다. 저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요?
달집을 태우기 전 각자의 소원을 적은 리본을 달집에 묶고 있다
그리고 통돼지와 떡, 과일 등으로 차린 기원제사상 앞에서 소복을 한 여인이 춤을 춥니다. 살 풀이 춤인 것 같아요. 이 기원제는 마당극패 우금치에서 진행을 맡았다고 하네요. 제관은 마을 어르신들이겠지요.
▶ 달집태우기
무수동 정월대보름 행사의 하이라이트 '달집 태우기'입니다.
풍물패의 장단에 맞춰 참가자들이 활활 타오르는 달집 주위로 빙빙 돕니다. 속으로는 가족의 건강과 사업번영과, 사회생활, 학업 등 각각의 소원을 빌었겠지요.
정월대보름에 세시풍속 중에서 달집태우기는 전국 곳곳에서 아직도 행해지고 있지만, 무수동의 '짐대. 장승모시기'는 조금 특별한 것 같아요. 내년 정월대보름에는 가족과 함께 꼭 참가해 보기를 권합니다.
#무수천하마을 거리제와 기원제, 달집태우기 사진과 동영상은 최재균님이 제공해 주셨습니다.
2018 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