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여행 좋아하시나요?
여행 초보자는 유명 관광지를 먼저 찾아가는데, 여행을 자주 다니는 분들은 삶의 현장을 잔잔하게 걷는 것 만으로도 깊이가 다른 감동을 받습니다. 골목길 여행에서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몇몇 도시에서는 그런 골목길이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한 관광 골목길이 되기도 했지요.
그런데 골목길 여행은 아무리 유명해진다고 해도 이름난 관광지처럼 떠들썩하지도 않고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해도 골목골목마다 잔잔한 여행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치 인문학 책을 한 권 읽는 것처럼 골목과 시대를 함께 한 보통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구석으로부터-두 도시의 탐색
도시로서 100년 남짓한 길지 않은 역사를 지닌 대전에도 그 시절의 이야기가 담긴 골목길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구석구석 알게 모르게 시대를 담은 골목길 건축이 남아있는 곳이 있거든요.
시대를 담은 생활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분들의 노력으로 골목길 건축물이 곳곳에서 하나 둘 씩 다시 살아나고 있는데요, 동구 정동에 있는 붉은 벽돌건물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2017/09/29 - [대전여행명소/원도심이야기] - 대전복합문화공간 ‘구석으로부터’, 구석에 있는 존재도 문화랍니다
동구 정동 [구석으로부터]
대전역에서한약방 거리를 지나 유명한 중국음식점 태화장을 지나면 <구석으로부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밖에 입간판이 없으면 "이런 작은 골목에 이런 건물이 있었어?" 할 정도로 작은 골목길 안에 수십년 역사가 깃든 붉은 벽돌 건물이 나타납니다.
무엇이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구석으로부터
이름이 참 낭만적입니다. 마치 오랜 세월을 흔적을 차곡차곡 쌓아둔 다락방으로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아파트에서 아이들을 기르면서 추억을 담아둘 공간인 다락방이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기에 더욱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습니다.
작년 봄부터 새로 얻은 이름인 <구석으로부터>옆으로 원래 이 건물의 역사가 담긴 새김글이 있습니다.
1966년 5월에 오순절교회 선교사인 에스더 크트(Mrs. Esther Coote) 부인 기념관으로 세웠다고 합니다. 대전 도시 역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 52년 된 건물이군요. 그 후 정동교회로 사용되다가 1992년부터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다니 사라지지 않은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입구에 이처럼 '문열다' 표지판이 걸려있으면 들어가서 볼 수 있는데요. <구석으로부터>를 세우고 그 의미를 구석으로부터 꺼내어 보여주는 노력을 하는 주인장 내외와 이곳을 아끼는 문화예술인들. 그동안 크고 작은 의미있는 행사를 이곳에서 열며 구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작은 문화가 결코 작지 않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2018년 새봄을 맞이하며 겨울을 털고 기지개를 펴듯, 구석으로부터에서는 '두 도시의 탐색'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장르의 행사를 펼친다고 합니다. 연극과 현대무용, 그리고 전시까지 3월 한 달 동안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3월9일(금), 10일(토) 오후7:30
출연; 남명옥, 송윤아, 이은영, 지선경, 둔산동 은하수아파트, 문화동 사무실 책상
1월부터 네 명의 배우가 엑스포 다리를 중심으로 도시민의 표정을 탐색해 퍼포먼스로 표현한다고 합니다. 그 주변에 갔던 분들은 알게 모르게 연극의 소재가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 현대무용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3월16일(금), 17일(토) 오후7:30
출연: 이지혜, 임수정,이율리
무용가의 일상에서 도시의 리듬을 찾아 일상 속 몸으로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탐색하고 표현합니다.
*티켓 예매 필수:15,000원
3. 전시 <책상과 자목련> 3월22일(금), 25일(토) 오후1:00~7:00
"도시의 봄은 아파트와 책상 위에서 꽃 핀다"라는 주제로 둔산동 은하수 아파트 자목련과 문화동 한 사무실 책상 위의 사물로 봄이 찾아온 것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구석구석 깨알같은 재미가 있는 <구석으로부터>. 겨우내 쌓인 냉기를 털어내고 따뜻한 새봄을 맞이하는 '두 도시의 탐색'에 함께 하시면 이번 봄이 주는 의미에 깊이를 더할 수 있을듯 합니다.
구석으로부터-따뜻한 봄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