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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상/대전사람들

대전문학관 중견작가 콘서트 "피를 잉크삼아 씁니다"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많은 작가들이 골고루 조명받는 문단이 돼야 합니다."

전문학관(동구 용전동) 중견작가전 '대전문학 프리즘 -작가의 소리, 독자의 소리'에서 양애경 시인이 한 말입니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성추문이, 지금까지 특정인이 좌지우지하는 문화예술계의 오랜 병폐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지적한 일갈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전문학관의 '중견작가전'은 참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대전문확관(대전시 동구 송촌남로 11번길116)

 

작년 11월에 시작해 올해 2월 28일까지 '중견작가전-대전문학 프리즘'이 있었어요. 시인, 소설가, 수필가, 평론가 등 13명의 대전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6번에 걸쳐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시간을 마련한 건데요. 10명 작가의 5번에 걸친 릴레이 행사를 놓친 저는, 지난 2월 22일 대전문확관 기획전시실에서의 마지막 시간에 참석을 했답니다.

 

 

여섯번째 작가와 독자의 만남 시간은 '시인, 외로움을 택하는 사람 - 작가로서의 삶 속 가치 있는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열렸는데요. 양애경 시인, 김영호 평론가, 이강산 시인이 함께 했습니다. 지난 전시작가 콘서트 두번째 시간에 참여했던 박소영시인의 사회로 진행이 됐어요.

행사장에는 대전시민 40여 명이 세 문인의 작품을 감상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전시실이 비좁을 정도로 가득 메웠습니다.

박진용 대전문확관장

 

박진용 대전문학관장은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시확산 운동으로 원로작가들의 참여가 돋보였고, 이번 중견작가전은 릴레이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신선했다"며 "앞으로는 젊은 작가들도 함께 해 더욱 활력이 넘치는 문학도시 대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전시민의 지속적이고 애정어린 관심도 부탁했지요.

 

왼쪽부터 이강산시인, 양애경시인, 김영호평론가

 

참여 작가들자작시(평론) 낭송이 이어졌어요. 양애경시인은 '사랑'을, 김영호평론가는 '상처의 기억과 그리움의 진언' 일부, 그리고 이강산시인은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차례로 낭독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세 작가의 작품을 낭독하는 독자들

 

그리고 세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독자가 낭독했어요. '조용한 날들(양애경)', '상처의 기억과 그리움의 진언_소설가 김성동의 세계를 여는 키워드(김영호)', '꽃병(이강산)'이었는데요. 

양애경 시인의 작품은 모두 일상적인 삶 속에서의 사유와 느낌을 노래한 것 같았어요. 시를 읽고 들으면서 '나도 한번쯤은 같은 생각을 했었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들이었어요.  역시 시인은 따로 있나 봐요. 같은 생각을 가졌지만 그것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을 하느냐, 못 하느냐 하는 거죠.

 

 

김영호 평론가는 세계적인 작가인 김성동의 기념관이 대전에 설립됐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한 명의 위대한 작가는 지역민이 관심을 갖고 작품을 읽어주는 등의 사랑으로 키워지는 것이라고요. 또, 문학의 기본은 함께 고민하는 것이고, 문학평론은 성실한 독자로 출발한다고 했어요. 작가는 지식인으로서 엄중한 자기성찰과 책임간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진 시간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첼로와 피아노의 협주로 잠깐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첼리스트 김정희와 피아니스트 박유정의 '트로이메라이(슈만)'는, 참석자들의 한껏 충만해진 문학적 감성에 힐링까지 더해준 느낌이었습니다. 포근해진 날씨만큼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았지요.

 

'작가의 소리, 독자의 소리'가 열리고 있는 대전문확관 기획전시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세 작가의 자작품 낭송과 독자 낭송, 그리고 연주가 이어졌습니다. 이 기간중 전시실에서는 액자나 패널, 혹은 페인팅 형태로 제작된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저는 기왕이면 작가를 직접 만나 작품활동과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까지 있어서 더 좋았어요.

 

 

"피를 잉크 삼아 쓴다"고 표현할 만큼, 작가의 작업은 고통스럽고 힘이 드는 일이라고 해요. 이강산 작가는 그래서 일생일편(一生一篇)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세상을 떠난 뒤 문학사에 남고 인구에 회자되는 작품 한 편을 남길 수 있다면 작가로서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는 거예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삶의 진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강산 / 백 년 동안의 고독)

일 년을 기다려 단 한 번 당신을 만난다

견딜 수 없었다

백 년을 기다려 단 한 번 나를 만났을 당신 생각하면

나는 아직 멀었다 

 

양애경시인은 글을 쓴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작가는 저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먼 존재라고 생각했고, 또 아름답고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글이란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을 했는데요. 역시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네요.

대전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중견작가들의 앞으로의 작품활동에 대전시민의 한 사람으로더욱 관심을 갖고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대전문학관 : 대전광역시 동구 송촌남로 11번길 116
042-626-5021

 

2018 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