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관저동 아파트 입주 예정이었던 정림동 김화진 씨 가족은 초등학교 딸아이의 마을사랑에 이사를 포기했습니다.
아이의 말인즉 정림동에서 자랐고 지난 정림동 마을축제를 치뤄낸 공동위원장으로 앞으로 마을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이유에선데요.
정림초등학교 6학년 이하현 학생이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정림동 마을 축제가 대체 어떻게 이루어졌기에 가족의 이사까지 막게 되었을까요?
100인의 축제준비위원회가 구성되다
대전 곳곳에 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10월 서구 정림동에도 수밋들어린이공원에서 제12회 ‘수밋들축제’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수밋들축제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의 하나는 어린이부터 80세 어르신까지 100인의 축제준비위원회가 함께 했는데요. 그만큼 마을 주민의 많은 의견이 반영될 수 있었습니다.
더 특별했던 것은 축제준비위원회 15명의 공동위원장 중 3명의 초등학생이 어른들과 나란히 동등한 위치에서 공동위원장으로 참여 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8월 관저동 청소년문화제에서도 마을 어른뿐만 아니라 고등학생들이 기획부터 함께 참여해 참신하다고 여겼는데요. 정림동 축제위원회 위원장이 초등학생이라는 소식에 더욱 놀라웠고 이제 어른들의 인식도 변해가고 있구나하고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수밋들 축제
10월 둘째주 토요일 정림풍물단의 축하공연으로 정림동 수밋들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자생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이 맛있는 찰밥과 고기와 떡을 준비해 어르신들에게 중식을 대접했습니다.
오후에는 어린이집의 풍물공연, 댄스와 합창 등 다양한 문화공연이 진행되었고요.
다른 한쪽에선 캐릭터 가면 만들기와 원주민 전통장식인 드림캐쳐 만들기, 네일아트 등 모든 세대가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여러 부스들이 운영되었는데요.
스파이더맨 가면을 쓰고 나무 목걸이에 색을 열심히 칠하는 어린이도, 빨간색과 금색으로 네일아트를 받은 할머니께서도 매우 만족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축제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한쪽에선 여유롭게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었는데요.
수밋들어울벗 회원들이 직접 그리고 만든 다도 매트 위 정갈한 다도잔에 담긴 전통차와 떡으로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도 귀하게 대접받으며 자연스럽게 마을의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한켠에선 정림중학교를 홍보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요.
초등학교 후배들이 남중이나 여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남녀공학인 정림중학교 선배들이 직접 학교 홍보에 직접 나섰습니다.
다트 이벤트 코너를 마련해 후배들이 정림중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다문화 체험과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가능한 즐거운 학교임을 알렸고, 6학년 학생이 이벤트에 참여를 하게 되면 선생님과 선배들은 더 환호를 하고 반겼습니다.
홍보에 참여한 한 학생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홍보할 수 있어 좋았고, 반면에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는 부스가 없어 아쉽다고 했는데요.
내년에는 청소년들의 의견도 적극 반영되길 바래봅니다.
더 많은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정림동에 위치한 마을교육연구소에서는 축제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밋들축제 및 마을공동체 활동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마을교육연구소 신정은 소장에 의하면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 수렴뿐만 아니라 축제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홍보되는 효과까지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 자료를 통해 정림동 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설문 중 만난 어르신의 의견을 전했습니다.
“어르신 중 한분에게 가장 인상깊은 것이 무엇이었냐고 물으니까 봉사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대요.
봉사자들이 많다는 의미인가요? 했더니 그게 아니고 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그걸 즐기고 있는 것 같다며 어르신들도 봉사에 참여하고 싶다고요.
앞으로는 청소년 자원봉사와 함께 어르신 자원봉사도 같이 할 수 있는 그런 마을 축제면 좋겠다란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부스와 어르신 자원봉사 등 내년엔 올해 느꼈던 소중한 의견들이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과
또 이번 기회를 통해 마을축제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아진 만큼 더 많은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축제가 더욱 풍성해지길 기대해봅니다.
초등학생 위원장님들의 소감
(초등학생 공동위원장) 왼쪽 첫번째 이하현 공동위원장, 오른쪽 두번째 최예은 공동위원장, 오른쪽 세번째 신유빈 공동위원장
밴드 공연이 한창인 시간, 공연을 지켜보며 음악에 맞춰 유난히 흥겹게 몸을 흔드는 친구가 눈에 띄었는데요. 알고 보니 축제추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인 정림초등학교 6학년 신유빈학생이더라고요.
초등학생이면 이제껏 축제나 행사에 참여자로 부스를 돌면서 체험하는게 다였을텐데 어른들과 함께 마을 축제를 고민하며 함께 치러냈으니 감회가 남달랐을 겁니다.
신유빈, 최예은 공동위원장에게 축제를 준비하고 진행하기까지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어린아이들하고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 같이 만들어낸 축제잖아요. 그래서 뜻깊고 마을사람들이 함께 만들다보니까 마을사람들이 원하는 걸 준비해서 함께 즐길 수 있었어요. 더 따뜻해지는 그런 축제였던 것 같아서 좋았어요. 예전엔 저는 그냥 친구들하고 축제 당일 날 와서 즐기는 사람이었어요. 체험하고 관람하면서 즐기기만 했는데 직접 참여를 해보니 더 보람차요. 그리고 마을사람들이 웃는 걸 보는게 너무 좋아요.”
- 정림초등학교 6학년 신유빈 공동위원장 -
“저는 원래 축제만 즐기고 가는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우연찮은 기회로 축제에 같이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제가 처음으로 준비를 다 했잖아요. 저같이 어린 초등학생들이 좋은 축제를 위해 회의하고 그럴 수 있다는게 너무 즐거웠어요. 막상 축제에 와보니까 제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잘되는 것 같고 저희가 준비해서 더 보람찬 것 같아요.”
- 정림초등학교 6학년 최예은 공동위원장 -
축제가 100회를 넘기까지 계속 되어야 한다면서 내년에도 참여하는 기회가 생긴다면 주도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당찬 대답도 서슴치 않았는데요.
함께 준비하고 진행한 만큼 그 기쁨이 더 컸는지 누구보다 축제를 신나게 즐기는 모습이었고 또 참여한 마을사람들의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말하는데 가슴 깊은 감동을 느꼈겠구나 싶더라고요.
오후 체험부스를 총괄한 마을공동체 수밋들어울벗의 김수아대표도 축제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을 보며 마을축제가 맞는지 스스로 의심할 정도로 뿌듯해했는데요.
축제가 잘 진행되고 마을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좋았다는 건 함께 고민하면서 준비한 사람들이 맛볼 수 있는 경험이겠죠?
10월의 어느 멋진 날 수밋들축제의 하루가 마을사람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으로 남았을 텐데요. 축제이야기로 소통할 정림동 사람들의 모습이 생각만 해도 정겹네요.
이하현 초등학생 위원장이 이사를 반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