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마타의 매력은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장치안에 예술의 혼을 불어넣었다는 것이죠. 작품의 구동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일상의 어떤 찰나를 작품 안에 그대로 옮겨 온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모름지기 예술이란 우리 삶과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카테고리인데, 오토마타는 그러한 예술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오토마타 예술이 전하는 의미가 특별히 거창하다거나 범접할 수 없는 어떤 지경의 것이 아니라는 거죠.
설레는 마음으로 버튼을 누르면, 누구나 손쉽게 작품과 조우할 수 있고, 그 작품이 전하는 의미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아도 좋습니다. 기계장치의 정확성으로 거칠 것 없이 작동하는 작품의 낯빛은 생각보다 매번 진지하다고 볼 순 없습니다. 때론 장난스러우며 유쾌하고 가벼운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들도 꽤 있다는 거죠.
▲폴 스푸너의 대표작 <소시지 그리는 아누비스>
국립중앙과학관에서는,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과 가을에 걸쳐 유쾌한 전시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7월 12일부터 시작된 <스코틀랜드 무빙토이 특별전>은 10월 29일까지 열릴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영국의 '카바레 메케니컬 시어터'와 스코틀랜드의 '샤만카 키네틱 시어터'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 오토마타 작가그룹이 협력하여 이루어낸 멋진 전시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국립중앙과학관 특설전시관 현장
흥미로운 오토마타 전시 소식을 듣고 따가운 여름볕을 온몸으로 맞으며 달려간 전시관에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라고 여겨졌는데요. 엄마 손을 꼭 붙잡고 버튼을 눌러 작품의 움직임을 바라보던 호기심 가득한 어느 어린아이의 눈빛. 지금도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무빙토이 공연시간 안내
▲'무빙토이 쇼'가 진행될 아담한 공연장
'샤만카 키네틱 시어터'를 대표하는 작가 '에두아르드 버수스키'가 만든 매력적인 19점의 키네틱 아트 작품들이 2개의 극장에서 15분간 무빙토이 쇼를 공연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공연시간은 정해져 있고, 마치 문을 열고 들어가 다른 세계에 발을 디딛는 것과 같은 느낌의 공간이 쇼를 위한 별도의 공연장입니다.
저는 시간을 맞추지 못해 공연을 감상하진 못했는데요. 조용하고 텅빈 공간 안에서 마법과도 같았을 공연의 여운을 홀로 느껴보려 어느 빈좌석에 엉덩이를 붙여보기도 했답니다. 오래된 일상생활 물건들, 손으로 깎은 나무 인형들이 등장해 환상적인 쇼를 펼친다고 하는군요. 다음에 기회가 되시는 분들은 꼭 시간을 맞춰서 '무빙토이 쇼'를 관람할 수 있기를!
▲'카바레 메케니컬 시어터' 작가들의 오토마타 작품 중
뿐만 아니라 이번 '무빙토이 특별전'에는 '카바레 메케니컬 시어터' 작가들의 오토마타 작품 40점도 선보입니다.
춤을 추거나 놀이를 하면서 신체를 통한 재미를 느낄 수 있듯이, 오토마타를 통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텐데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전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오토마타에 대한 기본 지식과 기어, 캠, 지렛대가 어떻게 작품을 움직이는지 깊이 빠져드는 것도 묘미겠죠?
복잡하고도 정교하게 설계된 작품들을 통해 '과연 오토마타란 무엇인가'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전시를 둘러보던 중, 정말로 자연스레 미소 짓게 되는 문구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이 전시회에서 재미를 안겨주는 기계들을 즐겁게 둘러보기 위해, '인체'라는 기계를 가지고 들어오세요. 쓰이고 있는 기계장치를 찾아보세요. 기계장치의 각 구성요소들이 서로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게 될 거에요."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전승일 작가의 작품
현재 <스튜디오 미메시스>와 <오토마타 공작소> 대표감독으로 독립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만화, 그림에세이 및 오토마타 창작, 교육, 전시 활동을 하고 있는 전승일 감독. 한국을 대표하는 오토마타 작가 전승일의 작품 11점도 함께 전시됩니다. 영국 작가들과 전승일 작가의 작품을 함께 둘러보면 순식간에 서양과 동양을 오가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요.
전승일 감독의 대표작인 '죽안거마' 시리즈 보다도 '사랑'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더 눈에 띄었습니다. 개인 취향의 차이겠죠? 저는 좀 더 맑고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에 마음이 이끌리나 봅니다.
▲오토마타 무료 체험교실
한편, 전시장 막다른 공간에서는 이색적인 체험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바로 '오토마타 무료 체험교실' 입니다. 정해진 시간에만 운영하는 클래스인데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머리를 굴리고 손을 놀리는 모습,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모님들. 모두가 행복한 풍경으로 다가왔습니다. '오토마타'라는 공통된 주제로 함께 즐기고 행복할 수 있도록 기대한 전시 프로그램의 효과가 입증된 현장이었던 셈이죠!
아이들이 직접 선택한 다양한 재료로 만든 독특한 작품들도 추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더운 여름, 기나긴 방학동안 지루해하는 자녀들과 함께 오토마타의 매력에 푹 빠져 보는 것! 물놀이 만큼이나 흥미로울 것 같지 않으세요? 국립중앙과학관 <스코틀랜드 무빙토이 특별전>을 피서대안으로 추천합니다!
▼스코틀랜드 무빙토이 특별전
*전시기간: 2017.07.12-2017.10.29 (휴관일: 매주 월요일)
*전시장소: 국립중앙과학관 특설전시관
*관람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입장마감: 오후 5시)
*전시문의: 042-601-8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