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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대전창작센터 공간이 작품으로 변신! 그림 밖 그림 展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림 밖 그림(Beyond the Frame)' 전시가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에서 오는 95일까지 열립니다.

 

 

 

 

이번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저희 부부는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그동안 작가들의 작품을 벽에 걸거나 테이블, 바닥에 전시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번 전시는 벽면에다 나사못을 고정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작가들이 캔버스를 벗어나 미술관 작품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대전창작센터란 명칭처럼 관람객에 작품을 선사하는 기분이 들어서 보는 동안 기분이 좋았습니다.

 

 

 

 

대전창작센터는 1940년대에 건립되어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 사용됐니다. 그러다가 2008년에 전시공간으로 리모델링했는데요. 내부에 하얀색 벽을 설치하고 옛 목조 지붕틀이 보이는 천정에 조명만 설치했습니다. 이번 전시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전시가 종료되면 벽면의 나사못을 제거하거나 다시 석고보드 벽면을 설치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또 벽면에 그려진 그림은 다시 도색을 해야합니다. 미술관의 배려와 작가들의 작품이 없었다면 이런 특별한 전시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이번 전시에서  똑같은 못의 똑같지 않은 쓸모’ 를 주제로 한 김지용 작가의 작품들과 만날 수 있고요. 미로처럼 반복되는 건축구조물’을 표현한 이덕영 작가, ‘기억의 공간, 가상의 공간’을 주제로 한 이지영 작가의 작품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김지용작가 - 똑같은 못의 똑같지 않은 쓸모

 

<불편하고 편하기> 시리즈는 목재에 나사못을 돌려 넣은 작품들입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똑같은 높이와 각도로 박아 넣은 못의 배열은 수직과 수평의 건축구조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게다가 목재와 못이라는 재료는 공사 현장의 느낌을 주는데요. 이러한 재료들이 기능적 쓸모를 벗어나 심미적인 재료로 재탄생해 일상과 예술이 조우하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못이 일상적인 재료에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작품의 구성요소로 활용됐는데요. 미술관의 벽면은 평범한 흰색 석고보드 대신 작품이 구현되는 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

 

 

 

 

 

이러한 물성이 만들어낸 공간은 미술관의 흰색 벽면을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작가의 삶의 현장과 연결시키고, 전시공간을 다양한 해석과 실험의 장으로 만든 것이죠. 

 

이덕용 작가 - 미로처럼 반복되는 건축구조물

 

이덕용 작가는 과잉생산과 과잉소비 그리고 폐기로 이어지는 현대산업사회의 모습을 풍자합니다.

 

인간의 욕망은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소비하는 균형을 무너뜨리고 불필요한 것을 만들고 멀쩡한 것을 버리면서 지구를 위기에 몰아넣었는데요. 작가는 이런 비정상적인 욕망과 사회 구조를 건축물로 은유하여 보여줍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시점의 2차원 투시도인 아이소메트릭처럼 보이는 공사현장은 길도 녹지도 없이 건축구조물만 빽빽합니다.

 

 

 

 

장방형을 단위로 한 미로 같은 구조가 화면 전체에 반복되고 있는데요. 캔버스를 넘어 미술관 벽까지 작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건축현장에서 자기 복제되어 끝없이 이어지는 건축물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건축현장의 철근이나 비계처럼 보이는 구조물들은 개성을 잃고 하나의 도구로 전략한 인간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인간을 위해 건물이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건물을 위한 도구로 전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지영 작가 - 기억의 공간, 가상의 공간

 

이지영 작가는 전시장 벽에 가상의 문과 계단을 그려가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가상공간은 벽에 문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는데요. 복도와 계단을 통해 이어져 다른 공간으로 이동 할 수 잇을 것처럼 펼쳐집니다. 생략되어 보이지 않기에 그 너머의 공간은 무한히 뻗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소한의 간결한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화면은 오히려 더 많은 서사를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지영 작가는 어린 시절 외가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문틀을 넘고 거꾸로 보이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천정을 걷는 상상을 하며 놀았다고 합니다. 이런 상상을 모티브로 기억을 보여주는 작가의 작품은 유희적이고 초현실적인 공간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번 전시는 제가 일하는 분야인 건축물이 전시되어 있어서 무척이나 관심을 갖고 관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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