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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소식/대전소식

남편이 버린 모녀 돌봐준 현대판 키다리 아저씨


 남편이 버린 모녀 돌봐준 현대판 키다리 아저씨
조선일보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0/05/2010100501068.html



"처음 남편의 가출 사실을 알았을 땐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 이상 맞지 않아도 됐으니까요"

대전시 중구 산성동에서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송난생(57·여)씨는 지난 1990년 대전 갱생보호공단에서 식당일을 하던 중 교도소에서 출소한 남편을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러나 2년 후 딸을 낳고부터 남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남편은 점차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이 잦아졌고, 송 씨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남편의 음주와 폭력에 시달리던 송 씨는 결국 정신분열증을 앓기에 이르렀다.

하루가 멀다하고 가정폭력을 휘두르던 송 씨의 남편은 지난 2001년 가출해 현재까지 연락이 두절된 상태며, 아직까지 가출사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모든 소득을 책임지고 있던 남편이 떠나자 송 씨에게 남은 것은 결혼생활동안 차근차근 모아온 500만원의 통장뿐이었다.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동안에도 송 씨는 일자리를 구해보려 했지만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력 때문에 일용직조차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결국 모아둔 돈을 전부 써버린 송 씨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울증에 빠져버렸다.

송 씨는 "그냥 하루 종일 누워서 잠만 자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아직 어린 딸을 두고 차마 그러지 못하겠더라고요"라고 말했다. "한번은 아이가 통닭이 먹고 싶다고 하는데, 형편이 안돼 못 사줬어요. 그게 지금도 한이에요. 밥 한번 마음껏 먹이지 못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실제로 송 씨와 같은 한부모가정은 이혼·사별 직후 첫 3년 사이에 최악의 위기를 맞는다. 취재팀이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와 함께 전국 한부모 290명을 조사한 결과, 이혼·사별 전까지 10명 중 4명(42%)이던 빈곤층 비율이 이혼·사별 직후 8명(80%)으로 껑충 뛰었다. 둘이 벌다 혼자 버는 과정, 재산을 나누고 빚을 정리하는 과정, 돈벌이와 육아를 도맡아 하는 과정에서 우르르 빈곤층으로 떨어진 것이다. 빈곤층 비율은 한부모가 된 지 5년이 지나서야 10명 중 6명(63%)으로 줄어들었다.

선진국은 빈곤층이 아닌 한부모에게도 양육비를 지원하고 병원비를 대출해줘 이들이 장차 빈곤층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모자(母子)복지자금'을 통해 한부모 가정 부모와 어린이에게 1인당 최대 50만엔(670만원)까지 병원비를 대출해주고 있다. 미국은 극빈층이 아닌 차상위계층 한부모에게도 메디케이드(Medicaid) 프로그램의 문을 열어놓았다. 메디케이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동 운용하는 미국 최대 저소득층 건강보험이다.

반면 우리의 복지제도 혜택은 빈곤층에만 집중돼 있다. 법정 빈곤층이 아닌 한부모는 순전히 자기 힘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다 힘에 부쳐 어느 순간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송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형제가 살아있어 기초생활 수급제도와 의료비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한 그녀는 월세가 밀려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결국 송씨는 지난 2004년 10월 무턱대고 동사무소로 달려갔다. 몇 번이나 망설였지만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그걸 왜 이제야 말하십니까. 오늘 당장은 안 되지만 하여튼 빨리 방법을 찾아볼게요"라며 동사무소 직원은 안타까워했다.

이후 동사무소 직원은 송 씨의 집을 찾아가 심각한 위기 가정임을 확인하고 대전시 복지사업 중 하나인 '복지만두레' 대상 가정으로 지정, 곧바로 생계비를 지원했다. 또한 후원자를 찾아 결연을 맺어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산성동 심완섭 생활복지담당자는 "송 씨의 경우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해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복지만두레 후원자와 연결해 드려 생활 전반적인 부분이 추가로 지원 가능하도록 조치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복지만두레를 통해 5년째 송 씨를 후원하고 있는 강길성(45·남)씨. 그 역시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보면 어릴 적 내 생각이 난다"며 "부모의 사회적 신분이 아이의 평생 삶을 좌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기회 동등해야죠"라고 말했다.

그동안 강씨는 송씨의 집에 보일러와 배관을 설치하고, 쌀과 생필품을 지원하는 것 외에도 송씨의 자녀에게 필요한 옷과 학용품 등을 때마다 가져다 줬다.

복지만두레는 상호부조, 공동오락, 협동노동 등을 위해 마을단위로 조직됐던 '두레'와 같은 고유의 미풍양속에 바탕을 둔 시민 자율 참여의 민-관 협동 복지조직으로 지난 2003년부터 대전광역시에서 시작했다.

자녀의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부모, 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 열심히 일해도 가난 속에 있는 빈곤 근로자,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거나 치료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는 환자, 기초수급자이나 법적 지원만으로 한계가 있어 추가 돌봄이 필요한 가정 등을 돕는 것이다.

대전시 윤종준 복지정책과장은 "다양한 사회구조 속에서 공공기관의 복지제도는 한계가 있다"며 "복합적인 위기사유를 해소하지 않고는 진정한 위기탈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윤 과장은 "앞으로 위기가정을 사례 중심으로 관리하고, 학계ㆍ언론계ㆍ종교계ㆍ경제계는 물론 민간 사회단체 등이 모두 참여하는 범시민 운동 네트워크를 구축해 함께 지원하는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움이 필요한 가정은 각 지역담당 복지만두레 담당부서나 대전시 전화상담(042-120)로 지원을 요청하면 담당공무원들의 현장 확인을 거쳐 지원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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