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을 맞아 대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승중 하나인 ‘비룡동 줄골장승’을 5일 미리 찾아갔습니다. 음력 정월대보름은 농사의 첫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있죠. 예로부터 정월대보름 행사는 마을사람들이 모여 한해 농사의 풍작과 주민의 건강을 기원하는 풍속입니다.
비룡동 돌장승을 찾아가려면 동구 판암동에서 옥천으로 가는 옥천로에서 동신고등학교를 지나 좌측 대청호 쪽으로 진입해야합니다. 대청호수로 길을 따라 약 550m 정도 오르면 낮은 언덕 좌우에 ‘비룡동 줄골장승’이 있습니다.
200년의 세월 비룡동 줄골장승
이곳은 자주 방문한 곳인데요. 사진 촬영도 하고 보존회 어른신을 뵙기도 하였습니다. 먼저 남장승과 여장승의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남장승 높이는 2m 정도로 장승에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이라 새겨져 있고, 서쪽을 향해 서 있습니다. 여장승의 높이는 1.7m정도로 ‘지하대장군(地下大將軍)’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고, 동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곳 장승은 약200년 정도 됐는데요. 15여년 전만에도 두 장승은 2.5m의 간격을 두고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전과 추동을 연결하는 도로를 확장하면서 여장승이 뒤로 물려져서 현재 약 10m의 간격을 두고 서있습니다. 장승의 외형은 전형적인 문관석 형이며, 길쭉한 화강암 기둥의 상부에 사람이 얼굴을 새겼습니다. 장승으로 오르는 계단에 새롭게 색칠을 하였으며, 양쪽으로 액운을 막기 위해 황토가 놓여 있었습니다.
줄골에서는 음력 정월보름 전날이면 약 200여 년 전부터 해마다 장승제를 지냈습니다. 마을사람이 모두 참여하여 풍물을 치면서 4번 돌고 5번째는 제당으로 가서 제향을 올립니다. 제례 후 장승에게 음식을 바친다는 뜻으로 짚으로 엮은 주머니에 떡과 과일 등 음식들을 넣습니다. 또한 이곳은 장승이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장승배기라고도 합니다.
마을복지회관으로 오를 때 추진의원들이 청사초롱 등을 매달기 위해 준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먼저 인사를 드리고 잠시 돕는 사이에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을 했습니다.
비룡동 줄골마을 장승제 준비는 어떻게?
빨리 들어가라는 추진위원 이야기를 듣고 회관에 들어서니 할머님들은 음식재료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몇 분의 동네어른들과 추진위원장에게 인사를 드리고 사전 취재에 대하여 설명을 드렸습니다. 최병렬 추진위원장은 ‘비룡마을 기록’을 가져오셔서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설명해주셨습니다.
비룡동 마을은 63가구에 198명이 살고 계시며, 장승3기와, 공동우물 3곳, 고목 3그루가 있습니다. 인근에는 비룡동우체국, 동신과학고등학교, 원미면옥, 시내버스 종점이 있으며, 둘레길 5구간이기도 합니다. 2007년에 마을회관 부지 선정으로 시작하여 2015년 비룡마을 복지회관이 완공되었습니다. 그리고 비룡마을 복지회관 건립비, 야외공연장, 주차장, 태양광 발전시설 등이 마련됐습니다.
10일 오후 2시부터 마장승 만들기, 풍물체험, 투호놀이, 윷놀이, 새끼꼬기체험, 달집에 소원달기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비룡농악, 풍물 및 사물놀이, 민요, 고전무용, 달집태우기가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오후 11시50분에 비룡동 석장승 앞 거리제 행사를 촬영하고자 오후 10시경 도착했습니다.
오후부터 저녁까지 모든 행사가 종료되어 주민들만 마을회관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최병렬 추진의원장과 어머님들 그리고 추진의원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서 대화를 하며 기다렸습니다. 주민이외 사람은 우리부부만 있었는데요. 저 혼자 단독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밖에는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 농악팀은 벌써 마을을 돌면서 흥겨운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추운데 마을을 한 바퀴를 돌고 오셨네요.”
“예! 12시에 거리제 행사 전에 몇 차례 마을을 돌고 옵니다.”
“그럼 다시 나갈 때 저도 같이 가도 되는지요?”
“그렇게 합시다.”
악기를 놓고 회관에 들어와 따뜻한 국을 먹고 나서 농악팀원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을을 돌 때 같이 동행했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골목길을 돌면서 힘차게 징과 장구를 치시더라고요. 이렇게 다녀도 마을주민 누구하나 말이 없었습니다. 아마 도심에서 한다면 큰소리와 경찰이 왔을 것인데 정말로 모든 마을 주민들이 함께하는 행사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나서 조금 떨어진 도로모퉁이에 있는 선돌 앞에서 예를 들이고 비룡동장승으로 향했습니다. 어두운 도로에 눈이 내려 조금은 걷기는 불편함은 없었지만, 가끔마다 차량이 지나 갈 때마다 수신호를 보내어 천천히 지나가도록 했습니다. 농악팀이 남장승과 여장승에게 예의를 드리고 마을회관으로 오르는데 하얀 눈이 소곤소곤 내렸습니다.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는 한밤에 농악팀은 추위도 모르고 눈이 쌓인 마당에서 흥겹게 연주했습니다. 마을회관 안에 계시던 어머님들이 나오셔서 다 같이 흥겹게 춤을 추자 대보름축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촬영을 그만두고 같이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높은 하늘에서 하얀 눈꽃송이가 휘날리며 내리고 초저녁에 태운 달집은 아직도 아쉽다고 태우고 있네요. 아~ 아~ 대보름 축제장을 많이 다녔지만, 오늘 이 꿈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어요. 그 유명한 국내외 영화처럼 촬영 내내 흥겹고 너무나 좋아서 사진기 누르는 손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몰랐습니다.
하늘도 제례를 지내라고 눈을 멈추네
드디어 오후 11시 50분이 되자 추진위원 두 분이 큰 빗자루로 길가의 눈을 깨끗하게 치웠습니다. 농악팀이 풍악을 크게 치면서 앞서가자 제래 음식을 든 추진위원들이 뒤를 따라 장승이 위치한 도로로 향했습니다. 비룡동 장승이 보이는 버스 승강장 앞 도로변에 돗자리를 깔고 제례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제례를 지내려고 하자 밤하늘도 알았는지 눈이 뿌리지 않았습니다. 참석하신 추진위원들과 마을주민들이 모두가 한마디씩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늘도 제례를 지내라고 눈이 멈추네.”
*소지를 올리고 나서 여장승과 남장승 그리고 도로변에 술을 올리고 *재배를 드렸습니다. 추진위원들이 모두 무릎 꿇고 축문을 낭도 후 재배를 드리고 장승에게 *소지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개인별로 모두 *소지를 올리고 나서 짚으로 엮은 주머니에 떡을 넣었습니다. 길 건너 바닥에 괭이로 파서 음식을 묻고 나서 *음복을 하는 것으로 행사가 종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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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지 : 소지(燒紙)는 한지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서 이것을 태워 부정을 방지하는 행위. * 재배 : 두 번을 절함. * 음복 : 제사를 지내고 난 뒤 제사에 쓴 음식을 먹음. |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예전에는 떡을 보통 석되 3홉을 하였는데 요즈음은 조금 넉넉히 하지.”
“우리가 어릴 때 떡을 먹고자 밤새 기다려 애기손바닥 만한 떡 한 조각을 받아먹었지.”
“그때가 엊그제 같아~”
주위에 계셨던 몇 분들이 옛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마을회관으로 도착했습니다. 마을회관에서 추진위원장과 마을주민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서니 새벽1시가 넘었습니다. 밖에는 하얀 눈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으며, 마당은 눈으로 덮여져 있었습니다. 부인 손을 꽉 잡아 주면서 승용차로 향했습니다.
주변에는 식장산, 비룡동 선돌, 대동 윷판형 바위성혈, 신상동 선돌, 오리골 장군석과 보조석, 대동장승, 용운동 용방이 돌장승과 문화재인 쌍청당 애각, 문충사, 갈현성 등이 있습니다.
올해 대전 정월대보름행사는 각 구별과 10일과 11일 이틀간 진행됐습니다. 동구(8곳), 서구(9곳), 유성구(3곳), 중구(5곳), 대덕구(11곳) 5개 구청에서 총 38곳에서 있었지요. 다음 정월대보름행사때 마을곳곳에서 열리는 축제를 방문해보세요. 대전세시풍속의 멋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17년 대전에서 열린 정월대보름 민속행사 목록
동구(8곳)
1. 대청호반 정월대보름제 : 2.9(목) 9:30 / 대청동 다목적회관 및 주변 259-7621
2. 대보름 및 공주말디딜방아뱅이 재연 : 2.11(토) 10:00 / 산내동 주민 센터 259-7651
3. 대동 장승제 : 2.10(금) 18:00 / 대동교 옆
4. 비룡동 줄골마을 장승제 : 2.10(금) 23:30 / 줄골마을 입구
5. 소제당산제 : 2.10(금) 18:30 / 소제동 철갑교 옆
6. 용운동 탑제 : 2.10(금) 20:00 / 용방마을 할아버지장승 앞
7. 대성동 선돌 거리제 : *2.1(수) 매년-1.5 10:00 / 대성동삼거리
8. 이사동 달집태우기 행사 : 2.10(금) 18:30 / 이사동 행사장
서구(9곳)
1. 갈마울 목신제 : 2.10(금) 9:30 / 갈마동 쌈지공원
2. 기성동 주민안녕기원제 : 2.11(토) 17:00 / 흑석네거리 매노교 밑
3. 괴곡동 장승공원거리제 : 2.11(토) 10:30 / 괴곡동 장승소공원
4. 괴정 목신제 : 2.10(금) 11:00 / 괴정동 지치울 어린이공원
5. 구봉산 산신제 : 2.10(금) 10:00 / 관저동 성애노인요양원 입구
6. 내동 안골 목신제 : 2.11(토) 10:00 / 내동 예정어린이공원
7. 도마큰시장 정월대보름행사 : 2.11(토) 12:30 / 시장 제3공영주차장
8. 도솔산 산신제 : 2.10(금) 10:30 / 월평동원 도솔산 정상
9. 쟁기봉 산신제 : 2.12(일) 10:30 / 복수동 쟁기봉 정자
유성구(3곳)
1. 유성문화원 정월대보름행사 : 2.10(금) 11:00 / 유성문화원 일원 823-3915
2. 성북동 정월대보름 거리제 행사 : 2.15(토) 12:00 / 잣뒤마을 돌탑 앞
3. 봉산동 둥구나무 목신제 : 2.10(금) 18:30 / 봉산휴먼시아아파트 느티나무 앞
중구(5곳)
1. 중구문화원 정월대보름축제 : 2.11(토) 11:00 / 서대전시민공원
2. 무수동 산신제 및 토제마짐대놀이 : 2.10(금) 13:00-20:00 / 무수동 유회당 주변
3. 한절골 당산제 : 2.10(금) 10:30 / 대사동 보문5거리 느티나무
4. 버드내 거리제 : 2.11(토) 10:30 / 유천2동주민센터 앞
5. 태평동 느티나무 목신제 : 2.11(토) 11:00 / 태평1동 느티나무 쉼터
대덕구(11곳)
1. 대덕문화원 대복기원한마당 : 2.11(토) 11:00 / 대덕구평생학습센터 앞 / 627-7517
2. 법동 석장승제 : 2.10(금) 19:00 / 법동 석장승 앞
3. 비래동 느티나무 수호제 : 2.10(금) 19:00 / 비래동 느티나무 앞
4. 읍내동 뒷골 장승제 : 2.10(금) 19:30 / 회덕주민센터 뒤
5. 읍내동 당아래 장승제 : 2.10(금) 19:00 / 당아래주유소 건너편
6. 장동 산디마을 탑제 : 2.10(금) 19:00 / 산디마을입구
7. 용호동 상용호 장승제 : 2.10(금) 20:00 / 용호교 우측 석장승 앞
8. 이현동 수구제 : 2.10(금) 19:00 / 배고개 느티나무 앞
9. 부수동 부수골 거리제 : 2.10(금) 12:00 / 부수골 느티나무 앞
10. 목상동 들말 달맞이 행사 : 2.10(금) 17:00 / 을미기 공원
11. 신탄진 대보름 쥐불놀이축제 : 2.11(토) 18:00 / 현도교 밑 금강 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