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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원도심이야기

중동작은미술관과 청춘다락, 옛중앙동주민센터에 새 숨결

최근 대전 원도심 중동 마을, 옛 중앙동주민센터 자리에 '중동작은미술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중동작은미술관 자리는 중앙동주민센터(1994~2008)가 소제동으로 옮겨가고 동구보훈회관으로 사용되다가 2013년부터 빈 공간으로 남아있던 곳입니다.

 

 

사람이 오가던 곳이 3년 동안 빈 공간으로 남아있으면 분위기가 어떨지 짐작이 되시죠. 대전시는 이 공간을 매입하여 원도심 청년거점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주민들과 수차례 아이디어 회의를 했습니다.

이후 대전문화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작은미술관 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국비를 확보하고 운영방안을 주민들과 회의를 했는데요. 건물 지하층은 원래 사용하던 대로 주민 건강을 위한 헬스장으로 그대로 두고, 1층에는 작은미술관을 만들기로 하였지요. 

중동작은미술관은 정식 개관을 하기 전, 지난해 9월에는 '보통의 중동, 시 읽는 골목'과 '중동을 비추다, 예술가의 방'이란 문화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전시 <중동마을에는 사연도 많지>

'중동마을에는 사연도 많지'가 오는 26일까지 열립니다. 리모델링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1층부터 3층까지 공간의 '폐허'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3층까지 전시 공간이니 지금은 절대로 '작은 미술관'은 아니지요.

전시된 작품을 보면서 지나온 세월을 생각하면 왜 이 전시의 주제가 '중동마을에는 사연도 많지'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전의 오랜 원도심으로 번화했던 지난 날의 이야기도 있고, 비워진 공간이었던 3년의 시간도 있으니 왜 사연이 없겠어요.  참여 작가도 한국 작가, 중국 작가를 포함하여 21명이나 됩니다.

 

 

1층에 원래 주민 쉼터가 있었다는 자리는 지금도 '보다방'이란 이름으로 쉼터 작품이 되었습니다. 작품 이름은 '어른들을 위한 놀이방'이란 주제의 작품인데요. 4명의 작가로 구성된 '아오'에서 만든 작품입니다.

'보는 방'이기도 하고 '보 다방'이기도 한 이 코너는 작가들이 직접 가지고 온 가구와 소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탁자 위에는 작년 말에 발행한 '보통의 중동' 시집이 놓여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가져가서 읽어도 되니 걱정 말고 가져가세요.

작품이어서 구경만 하고 지나는 곳인가 했는데요. 실제로 전기포트와 티백 차가 구비되어 있고 이 자리에 앉아서 마실 수도 있습니다.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자리에서 차를 마시다니 왠지 크게 대접받는 듯해서 기분이 좋았답니다.

 

 

작년부터 작업한 미술 작품을 마을 곳곳에 걸었던 풍경을 담은 사진 기록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사진 속 작품들은 지금 중동작은미술관 안에서 모두 볼 수 있지요. 오래된 창문 창살, 세월을 입은 타일 벽, 페인트가 벗겨진 벽면과 투박한 듯 무심코 그린 듯한 소박하고 조금은 거친 듯 보이는 작품이 참 잘 어울립니다.   

 

 

청년예술인 거점공간 <청춘다락> 조성

2층과 3층은 청년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리모델링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청년다락'이란 예쁜 이름으로 탈바꿈하여 7월에 개관할 예정인데요. 리모델링을 시작하기 전 기존의 벽면을 모두 뜯어낸 자리에서 중동 지난 날의 세월을 되짚어보듯 '중동마을에는 사연도 많지' 전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원래 있던 파이프가 아닙니다. 마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딱 어울리는 표정으로 작품이 걸려있네요. 

 

전보경 작가의 이 설치 작품은 '304를 위한 애가'인데요. 모션센서가 달려있어서 관람객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자동으로 놋그릇을 치며 종 치는 소리를 냅니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놋그릇을 치는 소리도 점점 다급해지지요.

마치 비상을 알리는 것 같기도 하고, "나에게서 떨어져"라고 외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애가, 슬픈 노래일까요? 

 

 

그런가하면 한켠에는 하얀 천이 주욱 걸려있어서 묘한 기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유년 기억 속에 마당의 빨랫줄에 걸려 바람에 나부끼던 흰 빨래의 모습을 작품으로 형상화시켰다고 하는군요. 

 

 

중동작은미술관 건물은 2월 말에 전시가 끝나고 건물 리모델링이 시작되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모습은 볼 수 없게 되겠지요. 소박하지만 깔끔하게 세수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이겠지요. 

힘이 빠진 듯 보이는 낡은 모습을 벗어버릴 이 건물에는 예술이 가깝게 숨쉬는 '중동작은미술관'과 청년들이 활동하는 '청춘다락'이 있어 많은 사람이 오고가며 생기를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20세기 초에 형성되어 한 세기를 헤쳐온 오래된 중동에서 주민들이 예술 문화를 접하는 작은 공간이자 작은 문화 놀이터로 주민 곁에서 함께 하게 될 것입니다. 

 

 

옛 중앙동주민센터 앞마당은 현재 주차가 가능합니다. 혹시 입구에 차단 고리가 걸려있더라도 중동작은미술관을 보러 오시는 분들은 수동식으로 열고 들어올 수 있습니다. 

 

 

옥상에는 높은 탑 위에 스피커가 달려있는데요, 마치 "주민 여러분, 오늘은 민방위 훈련이 있는 날입니다"라고 소리가 날 것만 같군요. 이런 것은 그대로 두면 좋겠는데, 리모델링 한다고 이 스피커탑도 없애지는 않겠죠? 

사람이 어울리는 생기있는 공간이 되어 깔끔하게 정비될 넓은 옥상에서 리모델링 개관기념 모꼬지가 흥겹게 열리기를 기대해봅니다. (모꼬지: 놀이나 잔치로 여러 사람이 모임의 순우리말)

<중동마을에는 사연도 많지> 전시

전시기간 : ~2.26
휴관일 : 월요일 휴관
운영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주소 : 옛 중앙동 주민센터(동구 선화로 196번길 48/중동 32-26)
※도슨트가 전시 설명을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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