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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상/장터ㆍ골목길

설 명절 앞둔 대전역전시장 풍경, 사람냄새 솔솔

 

설 대목을 앞둔 역전시장 풍경.


어느새 시베리아에 있는것만 같은 동장군의 놀이터가 된 대전.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가 피부에 와닿습니다. 설대목을 앞둔, 추워도 추워도 너무나도 추운 이 새벽. 잠시의 쉼터로 지하철 첫차에 몸을 녹이며 옷을 추스르는 중 건너편 자리가 시끌벅적합니다.

 

언니 오늘은 뭐 갖고가유?

땅콩, 냉이, 미나리

요즘 경기가 안좋아서 잘 안팔릴텐데유

 

하얀색 털모자를 쓴 할머니의 걱정어린 말에 김복남 할머니는 화를 버럭냅니다.

 

왜 안팔려, 설이면 다 사가!!”

 

조용하니 따뜻한 의자에 앉아 짧은 거리라도 잠을 청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호령과 같은 목소리입니다. 10분이나마 자면서 갈 줄 알았던 곳이 할머니들 목소리에 시장터에 온 것 같습니다.





할머니들 옥신각신 목소리를 높여 싸우더니, 대전역에 오니 목소리를 낮추고 서둘러 대전역전시장으로 향합니다.

 

목소리를 높였던 김복남 할머니는 서구 가장동에 산다고 합니다. 밭에서 가꾼 작물들을 역전시장에 내다팔기 위해 가는 중에 있었는 해프닝이었던 것입니다. 몇가지 물어보는 기자를 물끄러미 보더니 뭐가 그렇게 궁금하냐면서 되물어보는 김복남 할머니. 기자라는 말에 설대목을 앞두고 사람들 많이 오게끔, 글 많이 쓰라고 하시더라고요. 격려 아닌 격려시간이 되었습니다.

 

새벽 6시가 안되어 대전역에 도착. 이날의 대전 기온은 영하 9.9도℃. 가만히 있어도 이가 딱딱이며 부들부들 떨리는 이 시간 지하철에서 나와보니 길옆에는 갖고나온 작물을 팔려고 내놓은 할머니들이 가득합니다. 그래도 너무도 추운지라 작은 드럼통에 불을 피운 곳이 많이 보입니다.


 




설을 앞두고 메주 된장 청국장을 팔러 나온 박정임 할머니(74). 오늘은 정말 춥다면서 무릎담요 넓게 펴서 무릎과 발위에 덮습니다.

 

지금왔는데 너무 춥네요라고 던진말에 난 새벽 4시에 나왔슈라는 박정임 할머니.

 

그러면서 몇마디를 더 덧붙입니다.

 

원래는 새벽3시에 나오는데, 추워서 4시에 나왔슈.”

대전역전앞에 새벽 3시에 항상 나오다보니 단골도 생겼고 그래서 항상 나오게됐네유.





 

역전시장에서 메밀묵도 팔아 메밀묵할머니라는 별명도 붙었다며 기자양반도 한번 가져가봐 맛있슈하며 시장상인의 기지도 발휘합니다.

 

사진 한장 찍으려니 얼굴은 가려달라는 할머니.

 

우리 아들이 의사인데, 내가 여기 나오는 걸 그렇게 싫어하네유, 그래서 몰래나왔슈.

 

그래도 이번 설에 손자손녀 얘들 세뱃돈 을손에 꼭 쥐어 주겠다는 할머니.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따뜻합니다.





 

옆에서 추위에 일찍부터 불을 피우던 할머니는 판암동에서 왔다고 합니다밭에서 일군 도라지, , 배추뿌리, 냉이를 팔러 새벽 3시에 나왔답니다. 많이 팔았냐는 말에 웃으며, 반은 팔았다며 좋아하는 할머니.

 

나도 우리 손녀아기 만날꺼 생각하니 더 잘 팔리는 것 같어.

 

설은 몇일 남았지만 벌써 이곳은 설에 만날 가족들 생각에 설날인 것 마냥 이야기가 풍성합니다.





 

역전시장 할머니들은 주위사람들을 불가까이로 이끌며 언 몸을 녹이라합니다. 그러면서 좋은건 나누어 먹어야된다면 미리 준비했던 사과를 나누어줍니다.

 

돈내라 안해, 이런건 같이 먹어야 되는거야, 설날을 앞두고 정이라는게 뭐겠어.

 

정을 나누어 줍니다.




 

건너편에 중앙시장이 보입니다. 아래에 걸린 현수막은 설명절이 코앞에 있음을 알려줍니다.




 

역전시장 곳곳의 풍경.

 

생선손질 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벌써 그새벽에 손질해놓은 물고기는 다 나갔다며 꽁꽁얼은 생선을 정리하고 쌓아놓는 역전시장 상인들. 아침먹을 시간에 맞춰 역전시장은 잠시의 쉼을 가집니다.




 

 

시장한켠에는 따뜻한 김이 무럭무럭합니다. 제사상에 놓을 떡이 있는곳 . 이곳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시루떡 가래떡 백설기 바람떡 보기에도 먹음직스럽습니다.

 

설날에 먹을 떡을 마련하는 할머니. 맛있는 정을 나누어주는 아주머니 역전시장에는 설대목을 앞두고 정이 넘칩니다. 설대목 살가운 추위보다는 따뜻한 정이 넘치는 곳 바로 대전역전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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