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전문화/전시ㆍ강연

오래된 골목길에서 만나는 성심당의 역사 , 옛 충남도지사공관에서 전시

 

 

안녕하세요?

 

입동이 지나니 부쩍 추워졌습니다.

 

추위에 움츠러 들기에는 아직 아쉬운 이번 주말까지, 오래된 골목의 낙엽을 밟으며 따뜻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대고오거리 관사촌, 이 골목의 나이를 말해주는 굵은 플라터너스 길 끝에 옛 충남도지사 공관이 있습니다. 1932년에 완공되어 2013년까지 충청남도 도지사 공관으로 쓰였던 대전의 대표적인 근대건축물입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문화와 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우리 시민들에게 열려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지난 10월 19일부터 11월 13일까지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 성심당 창업 60주년 기념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대문 가에는 1967년 성심당의 초창기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 전시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맞이합니다.

 

 

 

 

빠질 수 없는 것이, 인증샷 코너입니다. 근사한 제빵사 가운도 가지런하게 걸려있는데, 아이들에게는 제빵사 머리만 보이나봅니다. 제 힘으로 버티기에도 무겁고 크지만, 아이들은 까르르 끊임없이 웃으며 사진을 남겼습니다.

 

 

 

 

이 전시에 맞춰 다양한 야외프로그램도 준비되었는데요, 저희는 마당극패 우금치의 특별공연이 있는 날 찾았습니다. 한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을 비밀의 정원, 이 곳에서 '할머니가 들려주는 우리 신화 이야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발 디딜 곳 없이 이 곳을 채운 관람객들과 함께 ‘오늘이’와 ‘강림도령’의 여정을 함께 응원했지요. 그리고 공연 말미에는 성

심당의 메가히트급 로컬히어로 ‘튀김소보로’도 선물로 받았습니다.

 

오는 12일에는 계룡문고와 함께하는 '책 읽어주는 아빠, 책 읽어주는 마법사'가 어린이들을 기다립니다. 또 대전 56개 마을기업의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 체험하는 '비밀의 정원'도 열린다하니 점심 먹고 오후 2시 즈음 나들이 가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공관으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입구에는 어른 네다섯 명이 배불리 칼국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양만큼, 가족마다 밀가루 한 봉지씩 나눠주셨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성심당이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한 찐빵집으로 시작했다는 것을.

 

 

 

 

 

비밀의 공간을 탐험하듯 천장에서 드리워진 하얀 천을 걷으며 천천히 돌아보니 성심당의 모든 것을 옮겨 놓은 듯, 구석구석 밀가루며 제빵 기구들이 놓여있습니다.

 

 

 

 

 

 

1층 첫 전시실은 '대전의 시간'을 주제로 합니다. 여기서는 대전의 대표음식으로 칼국수가 자리잡은 배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1950년대, 미국의 식량원조로 우리나라에 많은 밀가루가 들어오는데, 이 밀가루가 전국으로 운반되기 위해 교통의 중심지였던 우리 대전으로 모여들었답니다.

 

 

 

 

 

또 성심당이 어떻게 대전에 터전을 잡게 되었는지도 소개되었습니다. 한국전쟁 중에 흥남부두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대전까지 흘러온 임길순이라는 분이 밀가루 두 포대를 밑천 삼아 대전역 앞에서 천막을 치고 찐빵을 만들어 파셨답니다. 굶는 이들이 많았던 시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빵을 나누어 왔다니 성심당이 사랑받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당시에는 쌀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분식을 장려하는 운동을 추진했대요. 그 결과로 우리 대전에 칼국수를 비롯한 다양한 밀가루 음식들이 발전했답니다. 저 역시, 쌀밥인지 잡곡밥인지 도시락 검사를 받던 세대가 아니라서 정말 옛날 이야기 같은데, 혼·분식 장려노래를 듣는 아이들은 오직 할까요? 같은 공간에는 대전의 대표 칼국수집과 같은 밀가루에서 탄생한 파스타와 짜장면 맛집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두번째 전시실에서는 '성심당, 60년의 시간'을 볼 수 있습니다. 대전역 앞 작은 찐빵가게에서 4백여 명이 함께하는 기업이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시간입니다. 

 

 

 

 

또 성심당인으로서 이름을 걸고 일하는 분들의 사진을 보고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이름 석 자가 새겨진 제빵사 복장에서 그들의 자부심이 물씬물씬 풍겨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맛있는 빵을 만들고 있을 성심당의 일상과 제빵사의 귀한 연구노트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다른 것에 매료됩니다. 바로 성심당 빵이 아이템으로 쏟아지는 전자게임기. 성심당 빵을 사랑하는 이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듯, 관람객들의 다양한 연령대를 고려한 전시 기획자의 배려에 감탄했습니다.

 

 

 

 

일본식 다다미 방을 볼 수 있는 2층에는,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일을 하도록 하십시오' 라는 로마서 12장 17절의 한 구절을 사훈으로 삼아 60년을 지내온 성심당의 '나눔의 시간'을 볼 수 있습니다. 창업자 임길순 님 내외를 액자로 뵙습니다. 성심당과 그 빵의 역사를 일러스트로 정리해서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다시 공관 건물을 나와 비밀의 정원으로 향하는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건물 뒤편에 이런 곳이 있습니다. 성심당 60년이 한 장 한 장 그림으로 표현되어 엽서에 담겼고요,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세 장씩을 골라갈 수 있답니다. 또 색색이 포스트잇과 필기도구가 놓여있어 한 마디를 꼭 남기게 합니다.

 

 

 

 

 

 

 

 

성심당 창업 60주년 기념 전시를 보기 위해 자가용을 타고 오신다면, 공관 옆 공터에 임시주차장이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주소는 '대전광역시 중구 보문로 205번길 13, 옛 충남도지사 공관'을 검색하시면 됩니다. 만약 버스나 지하철대중교통을 이용하신다면 좀 걸으셔야 하는데요, 반갑게도 30분마다 성심당 케잌부띠끄 본점 앞과 공관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있답니다. 성심당과 함께 나이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는 정말 다행입니다.

 

 

 

 

 

 

 

대전하면 왜 성심당인지, 튀소가 아니라 변치 않는 '나눔'이 그 답이라는 걸 알게 된 하루였습니다. 오래된 골목에서 만나는 성심당, 그리고 대전의 역사 탐험, 여러분께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