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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상/장터ㆍ골목길

도시재생을 말하다(1)부산 아미동 골목길과 대전 용문동 벽화를 돌아보며

 

대전시는 광역지자체간 도시브랜드 상호 홍보를 위해 10월 28일 부산시를 방문하는 교차팸투어를 실시했습니다. 대전시소셜미디어기자단이 직접 보고 느낀 부산의 도시재생 이야기를 들어보며 대전의 도시재생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보슬보슬 가을비가 내리던 10월 28일 대전시소셜미디어기자단은 '부산시의 도시재생 스토리 현장탐방'을 주제로 팸투어를 다녀왔는데요.

부산의 우수사례를 통해 대전 원도심에 접목 시킬만한 도시재생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자료 수집을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부산여행특공대

 

부산역에서 만난 부산여행특공대 손민수 반장은 부산사람도 잘 모르는 진짜 부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로도 유명한데요.

산복도로를 굽이 굽이 올라 부산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천마산로 전망대와 168계단의 삶과 애환,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의 이야기를 들을때 밀려오는 그 감정이란!


유치환의 우체통 전망대

유치환 우체통


동구 초량동 전망대는 부산항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명소인데요. 경남여고 교장을 두차례 지내고 동구에서 생을 마감한 청마 유치환 시인의 예술과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공연장과 미술 전시 공간 위 옥상에 우체통을 설치했다고요.

 

1년 후 자신에게 보내는 엽서1년 후 자신에게 보내는 엽서

 

1년 후 배달 되는 편지를 부치기 위해 몇몇은 자신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엽서를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잊고 있던 2017년 가을 어느 날 과거의 자신에게서 편지를 받아 보겠죠?^^


168계단

 

168계단의 삶과 애환을 이야기하는 손민수 반장168계단의 삶과 애환을 이야기하는 손민수 반장

 

내려다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가파른 168계단은 항구로 배가 들어오면 하루 벌이를 위해 좁은 계단을 달려 내려가기도 하고, 계단 아래 우물에서 물동이를 이고 올라 다녔을 부모님들의 고단한 삶이 있었습니다.

혹 쌀이 있어도 물이 없어 밥을 해먹을 수 없고, 목욕은 생각할 수도 없었던 그 시절.

빨래를 하는 날이면 물에 젖은 빨래를 가지고 와야 했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함께 하루 종일을 쉬어야 했다고요.

올해 계단 옆으로 모노레일이 생겨 이제는 어르신들이 힘들게 다니실 필요가 없지만 여행자라면 편히 오르내리기 보다 직접 걸으면서 그 시절의 애환을 느껴볼 것을 추천합니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한국전쟁으로 전국 각지에서 부산까지 내려온 피란민들 중 아미동 주소를 배정 받고 거주지를 찾았던 사람들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부락이 있었던 아미동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의 공동 묘지였다고요.


일본인 납골묘 위에 지은 집일본인 납골묘 위에 지은 집


1~2평 정도의 일본인 납골묘는 따로 공사할 필요 없이 천막을 얹기만 하면 되었고, 평평해서 건축을 하기에도 편리해 피란민과 가난한 도시 노동자들의 거처가 되었는데요.

묘지의 상석과 비석들은 건축재료로 쓰여 지금도 골목 골목에서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의 이층의 집구조

 

세간살이가 들어갈 수 조차 없는 좁은 집터를 넓히기 위해서 2층을 지을 땐 공간 확보를 위해 1층보다 넓게 쌓아 올린 모습이었는데요.

죽은 자들의 공간 위에 어쩔 수 없이 삶의 터전으로 일궈야 했던 곳은 여전히 가난한 동네로 연세 드신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벽화아미동 비석문화마을 벽화

 

셉테드(CPTED)를 적용해 밝은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범죄 예방 효과 뿐만 아니라 곳곳에 그려진 벽화 때문인지 좁은 미로 같은 골목을 걷는 동안 묘지석들로 인한 으스스한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아미동 골목을 둘러 보면서 대전역 건너편 중동을 떠올렸습니다.

지난 여름 원도심 탐방 일정으로 옛 중앙동주민센터를 찾아가는 길이 초행길이라서 그런지 대낮인데도 두려웠던 기억인데요.

대전역에서 가깝지만 낙후된 중동에도 벽화를 그리거나 소소한 볼거리가 있는 거리를 만들면 시민들뿐만 아니라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닿으면서 도심의 활기를 되찾지 않을까요?

다만 여기저기 그려지는 의미없는 벽화가 아닌 용문동처럼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전 용문동 벽화마을

 

현재 용문동은 서구청의 사회적자본 확충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벽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용문사랑방 임정애 대표는 골목에 사는 주민과 시작으로 유치원생을 동반한 가족이나 중·고생 자원봉사자와 함께 골목 골목 벽화를 채워가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곳처럼 전문가에게 맡기면 며칠이면 끝날테지만 매주 마을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벽마다 담길 수 있도록 기간을 두고 진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밑그림을 그리고 다른 사람은 그 위에 색을 칠하거나 글귀를 적어 놓기도 하는 등 각자 소질에 맞게 참여하면 된다고요.



일주일전 저도 아이와 함께 벽화에 참여했었는데요. 중학생 아이는 부족한 자원봉사 점수를 위해 찾았다가 담벼락 주인의 그림 요청과 잘 그린다는 칭찬에 신나서인지 봉사시간과 상관없이 며칠째 그림을 그리러 가고 있습니다.

임정애 대표는 수시로 오는 사람들 시간에 맞춰 집을 오픈하면서도 귀찮거나 힘들어하는 표정 없이 밝게 웃으며 맞이해 주고, 음료나 먹거리를 챙겨주는데 아이는 오늘도 김장김치와 고기를 먹고 왔다며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가장동에서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던 아주머니, 노모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하던 백발의 노신사, 연인, 아이 손을 잡은 가족, 웃음 많은 소녀들까지 골목 앞을 지나던 사람들은 벽화를 구경하러 골목길로 들어서서는 너무 좋다고 작업을 하는 이들과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허름하던 벽이 환해지고 조용하던 골목에 시끌시끌해지니 출입을 않던 앞집 아저씨가 아이들 먹으라고 감을 주러 나오기도 했다면서 벽화로 인해 소통이 일어나고 있다고요.


사진 가온누리봉사단 대표 이문희사진 가온누리봉사단 대표 이문희


아직 벽화는 진행 중이지만 참여 했던 사람들의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벽화 작업에 참여하거나 구경하러 찾아오는 발걸음도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커다란 건물이나 보여지기 위한 무분별한 사업보다 이렇게 필요에 의해 이뤄지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는 현재의 이야기가 스토리와 추억이 되면서 도시의 재생이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