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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대전가볼만한곳 안정나씨묘 출토복식 특별전, 500년의 그리움을 깁다

 

 

2011년 대전 유성구 금고동 안정나씨 종중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 미라 4기가 발견돼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는데요. 그때 함께 수습된 복식의 양이 상당했다고 하죠.  

당시 출토된 유물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안정나씨묘 출토복식 특별전이 도안동 대전역사박물관에서 오는 8월 28일까지 열리고 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그리움을 깁고, 열정을 짓다'를 주제로 장삼과 의례용치마,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배냇저고리 등 희귀한 출토 유물 약 150 점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움을 깁고 열정을 짓다-대전역사박물관

 

안정나씨묘에서 출토된 미라 4기는 나신걸(1461~1524)의 부인 신창 맹씨(15세기 말~16세기 초), 나부의 부인 용인 이씨, 합장된 부부의 미라라고 하는데요. 미라가 직접 입고있는 옷과 부장품에 오랜 세월의 흔적이 심하게 남아있어서 복원하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다고 합니다. 왜 안 그렇겠어요. 무려 500년이란 세월을 땅 속에 묻혀 있었으니까요.

이번 전시는 참 흥미롭습니다. 마치 수백 년 전 이땅에서 살던 분들이 '나는 이렇게 살았느니라. 너희 사는 모습과 다를게 없지?'하고 말을 거는 것 같거든요.

 

 

국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의 내용 일부(내용으로 미루어 서기 1500년 이전의 것으로 추정)

국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의 내용 일부(내용으로 미루어 서기 1500년 이전의 것으로 추정)

 

당시 출토된 것 중에 아주 중요한 유물이 있네요. 바로 신창 맹씨 묘에서 나온 한글 편지입니다. 

남편인 나신걸(1461~1524)이 지금의 함경도(1470~1498까지 영안도라고 함)에 군관으로 나가면서 당시 군관 등 남성들이 입던 포인 철릭을 보내달라는 이야기와 함께 자기 부인을 위해 분과 바늘을 사서 보낸다는 내용의 편지입니다. 읽어보니 그렇게 애틋할 수가 없습니다. 편지의 한글 좀 보세요. 조선시대 가부장적인 남편이 아내에게 저렇게 빽빽하고 구구절절하게 편지를 써보냈다니... 사실, 조선 중반 이후에 가부장적인 문화가 심해졌지 그 전에는 상당히 평등한 편이었다고 하던데요...

수신은 '회덕 온양댁'이라고 돼 있어요. 이 편지는 현재까지 발견된 조선시대 편지 중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라고 합니다. 한글이 1443년에 창제되어 1446년에 반포되었고,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이렇게 남녀가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국어학과 역사학, 민속학 연구자료로 가치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전에서 미라가 출토된건 처음이 아니죠. 조선시대 장례 문화는 '주자가례'에 따라 관이 들어갈 자리 둘레에 회벽을 만들었답ㅂ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회곽은 자연스럽게 방수와 방충, 방부 효과가 있다고 해요. 그래서 다른 묘제 방식보다 미라, 복식의 출토 비율이 높다고 하네요. 대전은 조선시대에 유교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요. 


 

출토의복과 만나볼까요? 모두 갈색으로 보여도 바탕을 자세히 보면 매우 아름다운 무늬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곱던 비단의 색도 같이 가져가 버렸군요. 세월의 흐름과 망자께 고운 옷을 입히던 자손의 마음 등이 가슴 아리게 느껴집니다.

 

중치막-임진왜란 이후 남성이 외출할 때 착용하던 곧은 깃의 포. 습의로 사용되었고 무명으로 만든 겹중치막임.(안정나씨 부부 합장묘 출토)


용인 이씨의 묘에서는 속이 훤히 비치는 매우 화려한 의례용 장치마가 출토되어 당시에도 시스루~패션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요.^^  아 물론 이것만 입는 것이 아니고, 운보문단 치마 위에 덧입는 치마였답니다. 안쪽 치마의 무늬와 색상이 은은하게 비치면서 사그락거리는 엄청 얇은 비단치마가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대전역사박물관에서 직접 보시면서 상상해보세요.

 

 

지난 4월 29일에는 안정나씨묘 특별전 개막식에도 다녀왔어요. 이번 안정나씨묘 출토유물을 복원에 힘쓴 권영숙 부산대학교 한국전통복식연구소 교수의 특별 강연을 비롯해 가야금 3중주와 오보에 연주가 진행됐어요.

 

그리움을 깁고 열정을 짓다-대전역사박물관

 

대전역사박물관은 도안대로 옆, 진잠천변에 있는데요. 천변에는 따뜻한 봄날씨를 즐기며 산책을 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참 조용하고 공기도 좋은 곳이죠.

자녀와 함께 대전역사박물관으로 봄나들이 어떠세요?

 

그리움을 깁고 열정을 짓다-대전역사박물관


  


대전시립박물관(대전역사박물관)

"그리움을 깁고, 열정을 짓다"

(대전 안정 나씨 묘 출토복식 특별전) 

2016. 4.29-8.28 (월요일 휴관)

10:00-19:00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