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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원도심이야기

월간토마토 북콘서트, 대전 사람이 간직한 시간의 흔적들을 기록하다

1월 22일, 한겨울의 매서운 한파가 빰을 할퀴는 듯 추운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추위쯤은 간단하게 무시하고 저녁 외출을 나섰습니다. 
왠지 기다려졌던 시간, 왠지 남의 일 같지 않던 행사 

의미있는 책 한권을 만날 약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는 시간의 풍경


 

 

"우리가 아는 시간의 풍경"
소제목 '도시의 숨결을 찾다'

월간 토마토에서 첫 단행본을 출간했습니다.

알만한 분들은 아시는대로 월간 토마토는 10여년 가까이 대전에서 사는 도시민의 삶과 공간들을 담아내는 대전 유일의 문화예술 잡지입니다.

게다가 상업성을 배제한 편집방향, 사람 살이의 진지한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동안 이 가치를 지켜 온 것이 참 대단하다 싶은 잡지입니다.  

 


우리가 아는 시간의 풍경 월간 토마토



 

이 책은 그동안 토마토에 실렸던 사람과 공간의 이야기를 '숨결'이라는 의미 아래 묶은 것입니다.
이들이 얘기하는 숨결이란 무엇일까요?

 

월간토마토가 10년 가까이, 도시 구석구석을 다니며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기록하고, 공간에 스며들어 그 공간 안에 녹아 있는 시간의 틈을 들춰내며 발견하려 했던 것은 '숨결'이다. '숨결'만이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있을음 증명하는 유일한 것이다 -10쪽, 책머리에

 


이 책에 소개되는 주인공들은 대전에 사는 우리 이웃들입니다.

60년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이발사,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신탄진 거지다리 넝마주이들,

옛 모습을 잃어가는 만화방, 한낮의 시끌벅적함이 사라진 전통시장의 밤골목... 
우리 일상 속에 익숙한 듯하지만 어느덧 세월 속에 사라져가고 있는 사람살이의 모습들이죠.


 

이 모습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싶었다

이것은 낡고 오래된 것에 관한 맹목적'향수'와는 명확하게 구별된다-11쪽, 책머리에

 

그래서 이 출판기념회가 남의 일 같지 않았던 것일까요.

 



월간 토마토 이용원 대표



 

월간 토마토  이용원 편집국장. 잡지를 창간한 대표이기도 합니다.

첫 단행본을 출간한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10여년전 토마토를 처음 냈을 때 같은, 5년전 첫 아들을 낳았을 때 같은,  그런 기분이다"

 

 

상기된 표정을 숨기지 않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입니다.




 

 

10여년 동안 잡지를 발행해 온 것 치고는 첫 단행본 출간이 좀 늦지 않았나 싶은데요,

 

여력이 없던 그간의 숨찬 일정에 숨고르기를 하고 책을 발간할 수 있었던 건 이혜정 편집인이 합류하고부터입니다.

서울의 유명한 문예지 '문학사상'에서 편집을 맡았던 경력자입니다.

 

대전에 온 지는 몇년 되지 않아 대전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이야기를 더 신선하게 느끼고 객관적인 관점으로  책을 준비할 수 있었다는군요.



월간토마토 북콘서트


 

 

편집인의 인사말로 출판기념회가 시작됩니다.


 


월간토마토 북콘서트


 

 

개성넘치는 싱어송라이터 이란씨의 축하 공연을 브릿지로 책을 낭송하고, 취재기자들이 소감을 나누는 형식의 출판기념회였는데요, 미니 콘서트같은 느낌으로 청중과 호흡하는 분위기가 정감있었습니다.


 

월간토마토 북콘서트


 

 

출판기념회 장소는 월간토마토에서 운영하는 공유공간 '딴데'입니다.

1층은 커피숍 '이데'가 있고 2층은 북까페로 꾸몄는데 간단한 무대장치가 있어서 각종 콘서트와 행사들이 자주 열리곤 합니다. 

 


월간토마토 북콘서트



 

지금도 도시 골목안, 구석구석에서는 이 시대가 주목하지 않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며

따뜻한 숨결을 도식 곳곳에 퍼뜨리는 사람과 공간이 존재한다

-11쪽, 책머리에

 


 

월간토마토 북콘서트



 

낡은 카운터 한쪽에는 이제는 쓸모를 잃은 듯한 손때 묻은 시간표 뭉치가 있었다...

사람이 붐빌 때는 없으면 안될 물건이었겠지만,

이제는 옛 시절을 추억하는 용도로만 쓰였다.

주인아저씨의 말마따나 만화방은 그렇게 '존재'하고 있었다 .

- 198쪽, 다방 커피 한잔 잡술래요? 만화방

 

 

 

 

 

 

책의 목차입니다.

대전에서 오래 터를 닦아온 사람들과 공간의 모습들은 '대전의 스토리'라는 기록 차원에서도 꽤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직접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던 월간토마토의 기자들입니다. 

아무 특이하달 것도 없어보이는 사람들과 공간을 찾아내 특별한 이야기로 엮어낸 이들이죠. 

취재 후기와 소감들을 이야기했는데요 맑은 미소가 모두 닮은 꼴입니다.

이들에겐 이 잡지회사가 단지 직장 이상의 무언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사말을 하는 이용원 편집국장의 신발에 시선이 갑니다.

꽤 많은 곳을 다닌 것 같지요?

대전이라는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간들의 가치를 섬세하게 살펴보고 기록하겠다는 월간 토마토의 행보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기에 응원합니다.

 



 

 

많은 분들이 출판기념회에 오셨어요.

오신 분들 모두가 그간의 행보에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시간의 풍경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1층 이데에서 커피한잔 시켜놓고 책을 펼쳐봤습니다.

이날 밤 책을 거의 다 읽었지요.

이야기 하나 읽고 생각에 잠겼다가 이야기 하나 읽고 멍하니 있다가...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실까? 대전의 어느 책상앞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읽으며 인생이나 삶에 대한 단상들을 떠올릴 줄은 상상이나 하실까 싶습니다
 




 

 

글을 쓴 기자들에게 사인을 받았습니다.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성수진 취재팀장의 글귀가 마음에 닿네요.

 

당연히 읽을 만한 이야기입니다.

더 많은 분들에게 읽혀서,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대전이라는 공간 속에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소중히 여겨야할 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책은 계룡문고, 알라딘이나 yes24에서도 구매하실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