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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판화가 이철수, 대종경 가르침을 205점의 판화로 그린 까닭은?

 

판화가 이철수

 

이철수 판화가는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줄 때, 그 작품에 대한 기억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내놓는 순간 부터 작품의 흠만 보여서 관객들에게 죄송스런 마음이 더 앞선 다고 하셨습니다.

솔직한 어른, 행동하는 판화가, 소통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철수 판화가가 얼마전 대전을 찾았습니다. 그는 원불교 경전인 '대종경'의 가르침을 205점의 판화로 그려냈는데요. 지난 14일까지 대전예술가의집에서 열린 신작판화전 ‘네가 그 봄꽃 소식해라’에서 작가와 대화의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다음은 작가의 이야기를 인터뷰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판화가 이철수

 

-판화를 어떻게 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50년대에 데모 하기에 좋은 그림입니다. 80년대 작품들은 많이 가져다 쓰셨으면 했습니다. 화가 우악스럽고 거친 이미지를 생산하는데 쓰는 장르인 것처럼 오해 하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초기작품을 보면 우악스럽고 무섭습니다. 군사독재 이후 전두환정권 군부독재 시대라서 그런 그림이 당연한 시대이고, 당연한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판화가 그렇게 단순한 것만이 아니었는데 시대의 심부름을 열심히 하느라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대종경을 판화의 주제로 삼은 배경은?
“오늘 자리는 원불교인은 아니나 원불교 경전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바랍니다. 왜 갑자기 대종사인가 일반 관객들이 보시기에 조심스러웠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설명해보자면 원불교는 소태산 대종사라는 어른이 혼자서 수행 하다가 깨달음 얻으시고, 그 결과로 천천히 만들어지게된 종교입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불교적이고요. 생활적이고 가르침은 구체적입니다. 미신적인 요소는 적은 지혜서입니다. 원불교 100주년을 기념해서 이철수식 해석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판화가 이철수

 

-이번 판화의 창작 과정을 설명하자면?
"30대에 한번 대종경을 만나본적있지만 50년 중반 넘겨서  새삼스럽게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서른 살에는 좋은 지혜서인줄 몰랐습니다. 일로 만나긴 했지만 일로라도 다시 만나게 된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3년을 쉬지않고 작업을 해야 205점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이 행복해서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100점인데 결과적으로 양이 두배가 넘도록 늘어난 것도 좋아서 였습니다."

 

판화가 이철수

 

-농사를 하면서 지혜서를 많이 보게 됐다고?
"요즘 마음과 힐링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고 마음공부가 필요한 때라고 느꼈을 것입니다. 저도 종교인은 아니고 판화 새기고 30년을 살아온 사람입니다. 농사도 하고 그렇게 살면서 많은 지혜서를 뒤지게 되었습니다.

그 지혜서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는데요. 그냥 살아서는 충분치 않다는 느낌이 있어서였습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집안이 망해서 어려웠고, 등록금을 낼수 없어서 쫒겨나는 경험도 있고 아부지에게 원망도 많았습니다.

아부지에 관한 미움을 거두지 못하고 살다가 군대 생활할 때 역사관련 논문을 읽다가 4‧19, 5‧16 대목에서 머리속이 하얀광채로 가득 차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바꾸는 역사적 사회적 변화가 있어서 우리 아부지도 많은 사람들처럼 치명상을 입은 거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사도바울이 가다가 자빠져서 새 사람이 된 것 처럼 충격적인 경험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말 밝은 빛이 꽉 찬 느낌처럼 다가왔습니다.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 느낌 그 이후로 미움이 사라지고, 일종의 영적인 느낌이들었습니다. 내가 변해서 아버지와의 관계도 변하게 되고 완전하게 정상이되고 살면서 불화해본 적이 없다, 이런 변화도 가능하구나를 알게되었습니다."

 

판화가 이철수

 

-이번 판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얻을 수 있는 것은 돈이나 구체적인 이익이나 특별한 기회도 아닙니다. 읽어보면 좋습니다. 상상 할 수 없이 쉽게 쓰여져서 이처럼 순진하게 생긴 경전이 다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지혜서나 성서, 불교경전을 읽으면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어서 많이 머뭇머뭇해야 합니다. 그런데 신약성서는 어려운 게 없습니다.

싯타르타의 초기 목소리는 쉽습니다. 그런데 많은 불교경전은 어렵습니다. 원불교 경전은 수백년의 결집 경전이 아니고, 당대에 직접 집필하거나 구술하거나 한 경전입니다. 그냥 요즘말로 하면 녹취록 형태입니다.

쉽고 우리 땅에서 만들어진 경전이라 번역이 필요 없었습니다. 종교색을 지우고 일상적인 지혜의 목소리를 들려주도록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림을 그릴거리가 없어서 고민이었습니다. 삽화를 그리라는 것은 아니니까 고민됐습니다.

대전에 타로랑 점집이 많았습니다. 천지의 도는 길흉이 없는 것이며 천지의 도를 본받아 살아라. 내년은 괜찮을까? 이것은 순하게 받아들입니다. 길흉은 잘못 들어선 길에서 만나는 것입니다. 돌부리는 큰 길에는 없습니다. 제 길에 들어서면 돌부리에 걸리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무념보시, 예수님은 왼손이 모르게 하라, 마음에 자취를 남기지 말아라하셨습니다. 어른들 말씀을 들어서 잘못된 거 없습니다."

-물질 개벽에 관한 말씀도 하셨는데….
"물질이 개벽하니 정신을 개벽하자. 우리시대의 좋은 표현같습니다. 돈에 관한 공부나 신앙심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말이죠. 돈 전도사 만든 사람있느냐 돈세례를 받은 사람있느냐하면 없는데도 돈에 관한 믿음이 무한합니다

자발적이고 즉시로 용맹하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걸 잘 들여다 보면 수행법도 믿음도 다 해결될 것 같습니다

물질 개벽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모니터를 열면 초기화면 뜨기 전에 깜깜한 것 보이는데 깊이를 알 수 없는 늪 같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질은 단순한데 만나는 것은 정신계이기도 하고, 인문예술 사회문제도 들어가게 되있습니다.
물질이 물질 이상이 되면 놀라게 되어있습니다.

라디오나 자동차도 낯설어 하는데 지금은 컴퓨터만 스마트폰만이 아니게됐습니다. 인공지능,  증강현실, 생명복제 등 다양한 프로그래밍이 된 컴퓨터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시대야 말로 물질개벽을 실감할 수 있는 세대인데 물질이 정신계를 넘나들거나 너무 깊이 들어와 버렸습니다. 마음보다 앞으로 더 가게 된 시대입니다. 정신 개벽도 더 내놔야 할 경고가 아닐까요.

마음공부를 통한 모든 통찰과 어른스러움, 깊이 까지도 물질적으로도 제공하겠다라는 이야기도 나올수 있습니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포기하자라고 체념하고 받아들이자라고 할 만큼 물질 공세가 엄청납니다.

물질 개벽 신자유주의 시대에 일자리를 누리지 못하는 결핍감은 크지만 정신을 돌아볼 여유는 별로 없었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 하거나 할 때 조심스러워 지는 것도 공감력이 많은 사람입니다. 이런 공감력이 많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세상일에 관심없다고 생각 하는 사람이 많아서 속상합니다.

없는 놈은 숨죽여도 된다는 말은 어느 경전에도 없습니다. 불교나 기독교가 그 종교다워 지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불교도 새로워져서 불교가 불교 다워 져야 할 것입니다. 마음 공부 하는 사람과 세상일 하는 사람이 분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만 챙기는것은 도의 가치와 멀리 있는 것이 됩니다."

 

-신작 판화전을 통해 관람객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어려운 말은 한순간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내 이야기로 조금씩 화해하기도 한다 싶어서 이렇게 그림그렸습니다.

그림들 속에 현실을 살아가면서 만나게되는 여러가지 삶의 문제와 갈등, 인간관계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어떤것은 할아버지 세대는 실감하지만, 2030세대에는 실감하기 어려운 표현도 많습니다. 그런 것들은 바꾸어 놓았습니다.

제일 인상적인 것은 테이크아웃 선입니다. 걷고, 머물고, 눕고, 앉고, 떠들고, 입닦고, 움직이고 가만히 있는 모든것속에 선이 가능 하다, 마음공부가 가능 하다는 것이죠.

소태산 어른은 앉아서는 하고 서서는 못하는 선은 병든 선이라고 했습니다. 경전의 말을 알아 들었다고 내 것이 될 때까지 지니고 살지 못하면 헛수고 하는 것입니다

시간 낼 수 있는 사람만 하는것이 아닌, 방석위에 앉아서 하는 선이 아닌, 일상을 온통 수행의 장으로 들어 올리자 하는 제안이 담겨 있습니다. 마음이라는 것이 방석에 앉아 있을 때만 작동 하는 것이 아닙니다.


판화에도 그런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3년 고생해서 그려 놨으니 보시는 수고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가 그 봄꽃 소식해라 현장 스케치>

판화가 이철수

판화가 이철수

네가 그 봄꽃 소식해라 특별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

작가와의 대화

이철수 신작판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