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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상/대전사람들

한국화 그리는 경비아저씨, 고묘석 선생님을 만나다.




한국화 그리는 경비아저씨, 고묘석 선생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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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를 그리는 경비아저씨를 만나 인터뷰하고 왔습니다.

우리가 잘 느끼진 못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으신 

이웃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인터뷰는 가수원 동의 한 교회 내 카페에서 진행되었습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아파트경비로 일하고 있는 고묘석이라고 합니다. 

젊었을 땐 은행, 모나미 지점장으로 일을 하다가

 IMF가 터지고 명예퇴직을 당하게 되었죠. 

그 후에 사업을 하다가 잘 안되어서 아파트 경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아파트 경비로 일한지 11년차가 되었습니다. 



Q2. 저도 아파트에 사는데요. 경비아저씨를 자주 뵙긴 하지만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 몰라서요

경비아저씨는 어떤 일을 하나요?


A. 먼저 경비아저씨는 24시간씩 근무한답니다. 

24시간이 지나면 새벽에 교대를 하죠.

그래서 비번인 날에만 쉴 수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크게 네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첫번째는 아파트내 치안관리입니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아침과 새벽에 순찰을 돌며 이상한 사람이 있진 않은지 확인합니다.

두번째는 교통정리에요. 

복잡한 시간대에 교통이 혼잡해지지 않도록 정리를 하지요.

세번째는 청소입니다. 

아파트 내를 청소하고 화단도 가꿉니다.

네번째는 기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분리수거도 준비하고,

무거운 거 옮기기 힘드신 분들을 도와드리기도 하고, 택배도 받아드려요.

아파트 내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지요





Q3. 그림을 그리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계기로 그리게 되셨나요?


A. 그림을 그린지는 6-7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특별히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 같진 않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죠. 

하지만 제가 태어났던 때가 6.25전쟁이 끝난 후 얼마 안된 때였어요. 

모두가 다 가난한 시기였죠. 그래서 크레파스 하나 사는 것도 어려웠었죠.

 그래서 미술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순 없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일을 해야했으니까요.


하지만 6-7년 전에 어린 시절의 모습들,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겐

전설이나 역사 속 같은 그런 시대겠죠. 

그런 시절에 관한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림도 그리구요.


떠올려보자면 그 때는 폭격을 맞아서 제대로 된 학교가 없어 

다리 밑이나 나무 밑에서 수업을 받았어요. 

학교까지 10리가 되는데 책보에 책과 필통을 싸서

 짤그랑짤그랑 연필소리를 들으며 매일 뛰어다녔죠.

그때는 거의 다 초가집이었어요. 그래서 그런 집의 풍경들, 

마당의 풍경들, 어머니가 다듬이질 하는 모습이 다 마음 속에 남아 있답니다.

그래서 제 마음 속에 남아있는 것들이 제 시와 그림으로 표현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운 시절


-고묘석


(전략)...먼 옛날 이야기 전설속에 주인공

학교 가는 길 십리도 넘어

보자기 어깨에 둘러 메고

뛰어갈 때 양철 필통에서 나는 소리.

뛰는 리듬에 맞춰 땡그랑 땡그랑

듣기 좋아 자꾸 자꾸 뜀박질

좁디 좁은 밭두렁 논두렁 길

아침 이슬 털면서 달려가면

바짓 가랭이가 흠뻑 젖어 휘어 감겨

어머니가 베짜는 소리마냥 철거철거...(후략)





Q4. 미술교육을 받으신 적이 없으시다고 하셨는데 

이런 그림을 처음 그리실 때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A. 처음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데, 

붓으로 물감을 찍어서 종이에 칠하니까 

덕지덕지 뭉치기만 하고 제가 생각하는 것 처럼 칠해지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그림그리시는 분들이 

농도를 조절하는 걸 보고 따라 했습니다.

그렇게 붓칠하는 것 부터 배웠던 것 같아요.

지금은 사진을 보고 풍경을 그리고 있어요. 

그래서 그 사진 속에서 제 개성을 살릴만한 부분을 살려

저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눈을 그리는 기법을 물어보시고 배우고 싶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강연 요청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저의 개성을 조금더 연구하고 살려보고 싶어요.



Q5. 목표가 있으시나요?


A. 신춘문예에 몇년간 계속 지원하고 있어요. 하지만 계속 떨졌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꼭 당선이 되고싶어요. 

제가 표현하는 한국의 옛모습을 이야기 하는 시가 꼭 당선되었으면 좋겠어요. 



Q6. 마지막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A. 제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요.

예술이라는 것이 어떠한 특징, 어려운 해석이 있는 것도 좋지만 제 생각에는 

관심이 없고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렵지 않게 다듬고 다듬는 것, 마음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예술작품을 통해 작가가 생각하는 것과 독자, 

감상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의 거리가 가까워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여러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고묘석 선생님


고묘석 선생님과 인터뷰를 하는 것이 참 제 가슴을 뭉클 뭉클 하게 하였답니다. 

대답을 해주시는 것, 시를 읽어주시며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는데

 정말 그 때가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생생하고 감동적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선생님께서 일과 작품활동을 

지금같이 열정적으로 이어가실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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