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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산(山)ㆍ천(川)

대전 가볼만한 곳 l 여름에 올라보는 도심속 숲 이야기 "보문산 시루봉"




대전 가볼만한 곳 l 여름에 올라보는 도심속 숲 이야기 "보문산 시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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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수은주가 33˚~ 35˚를 웃도는 

폭염이 시작된 삼복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짧은 장마가 지나가긴 했지만, 

오랜 가뭄으로 목말랐던 농작물에 단비로 해갈이 되었음 하는 주말입니다.

오후에 비소식은 있지만,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 한낮.

번잡한 도심속 높은 빌딩 숲 대신 

오늘은 푸른 숲, 맑은 공기 , 편안한 산책길이 있는 곳.

도심속 한가운데 자리한 대전의 허파로 불리우는 

보문산의 푸른 숲 속. 시루봉 올라 봅니다.


 

유래없는 심한 가뭄으로 초복을 맞을 때까지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하염없이 그냥 바라만 봐야하는 농민들에게 

미약하나마 요 며칠 내려준 단비가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습니다.

애써 가꾼 농작물이 다시 생기를 찾고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보문산으로 오르는 초입의 텃밭에는 조그마했던 생물들이 크게 자라있고

주변의 텃밭에는 참깨, 옥수수, 고구마, 고추, 상주 깻잎등이

한여름 따가운 햇살을 받아 한창 이쁘게 커가고 있습니다.

 텃밭지기 농부는 밤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따가운 햇살을 등지고 감자캐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냥 걸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여름 한낮인데,

 작정하고 운동을 할 요량으로 산길을 뜀박질 합니다.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선 부지런히 달리는 사람, 걷는 사람 등 

요즘 부쩍 산과 숲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오랫동안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도 이제 물러 갔습니다.

삼삼오오 모이는것 자체를 꺼렸던 지난 6월을 참으로 힘들게 보냈습니다.

친구와도, 연인과도, 심지어 가족과도 

서로 견제해야했던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

산을 오르다 벤취에 앉아 "쉼"을 하며 

오랫만에 만난 지인들과 오손도손 안부를 전합니다. 

 


 


요즘들어 가끔 오르는 보문산 숲 속 산길..  

언제 어느때 찾아와도 "쉼"하기 참 좋은 곳입니다.

몸 속 깊숙히 폐까지 산 속 공기를 깊게 들이키고 

오랫만에 산새소리도 소리도 들어 봅니다.

귓전에 울리는 시끄러운 매미와 곤충의 소리들도 

오늘은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려 옵니다.
 그런 내 맘을 아는지 어디서 날아 온듯한 곤충이

 내 손등에 앉아 떠날 생각을 않고 있어요.

숲 속으로 살짝 날려 보내 줍니다.

 

 


산행객이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닌 한적한 길로 들어 섭니다.

예쁘게 가꿔 놓은 묘지 주변 회양목에는 묵은 열매와 

올해 새로 생긴 열매가 함께 달려 있습니다.

1년전의 삶과 현재의 삶이 함께 공존하는 순간입니다. 

회양목의 열매는 영락없는 부엉이를 닮았습니다

아름답게 피었던 꽃들이 떨어지고, 

조그만 열매들이 맺혀 있는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산 속에서 피는 야생화는 은은한 향기와 소소한 아름다움을 전해 주며

마음속 깊이 자리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보라색으로 예쁘게 다가온 왼쪽의 야생화는 

"석잠풀"이란 이름을 가졌구요.


그리고 오른쪽은 노란꽃은 

이른봄에 나물로 먹는 "원추리꽃"입니다.

 


 


일년내내 예쁜꽃을 볼 수 있는 석죽과의 쇠별꽃,

자세히 보면 아주 작은 하얀 꽃이 꼭 별을 쏙~ 빼 닮았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쇠별꽃입니다.

 

길 섶에서 꼬개를 쭈~욱 빼고 산행객을 맞이하는 왕고들빼기.

일명 씀바귀라고도 부르죠.

 덥다는 핑계로 천천히 걷다 보니 식용 나물과 

야생화를 많이 만나는 오늘입니다.

 

산을 오를땐 힘들게 앞만보며 산을 오르지 마세요!!

숲 속 친구들인 예쁜 꽃들과 나무들과 눈맞춤 하며 천천히 걸어 보세요.




 

 이렇게 더운 여름날이면 땅속 식물과

 나무의 열매들도 빈 속을 채우고, 영글어가기 시작합니다.

어릴적 산에서 많이 따 먹었던 개암나무 열매가 벌써 익어 갑니다.

커다란 비늘잎에 싸였다가 벗겨지니 동그란 열매의 모양이 나왔습니다.

제가 자란 경상도에서는 깨금나무라고 부르며, 

아주 오랜 옛날엔 이 열매를 밤 대신 제사상에도

올렸다고 하는 개암나무예요..   

요걸 따 먹을라치면 꼭 풀쐐기한테 물리곤 했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엉겅퀴.

요것도 조금전 회양목 처럼 지난해 꽃을 그대로 달고 있네요. 1년전과의 공생이죠.

간을 건강하게 해 주는 엉겅퀴.. 

 

은은한 녹차 빛보다 연한 엉겅퀴 꽃차는 입 안에서 향긋함이 오래 남습니다.

엉겅퀴꽃은요~~ 단 맛과 쌉싸름한 맛, 구수하고 향긋한 맛으로 

즐길 수 있는 꽃차를 선사합니다. 

 

  

 

  흰색또는 연한 홍자색 바탕에 짙은 반점이 있으며

 긴 꽃줄기 끝에서 아래로 향해 피는 초롱꽃.

웬지 이 꽃을 보면 슬프다는 느낌이 들어요. 

 

고개를 못들고 늘 이렇게 아래로만 보고 있어서일까요?

집 주변, 산과 들에 흔하게 자라는 풀로 

분홍빛 꽃이 참 예쁘게 다가오는 패랭이꽃입니다. 

  

 


 


요맘때즘이면 어느 산엘 가나 때죽나무가 눈에 많이 띕니다.

노오란 꽃술을 본지가 엊그제 같은데.

열매가 한창 익어 곧 벌어져 까만 씨앗을 드러낼 때가 되었습니다.

 

때죽나무열매는 "에고사포닌"이라는 독성이 있어서 열매를 찧어서

냇물에 풀게 되면  물고기가 순간 마취되면서 물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잠시 기절하는 거지요. 그래서 물고기가 떼로 죽는다하여 이름 붙여진 때죽나무.

또는 수피가 까맣다고해서 때가 묻었다는 표현으로 때죽나무라고 명명하지요.

봄에 하얗게 피는 꽃도 이쁘고 열매도 대롱대롤 참 귀엽게 달립니다.


 



 야생화 꽃구경을 하며 천천히 오르다보면 어느새 중간쯤에 도착합니다.

 대전이 낮은 분지형태라선지 그리 높게 오르지 않았는데도

이곳에선 대전의 전경이 제법 그럴싸하게 보여집니다.

중구 주택가를 중심으로 금병산 자락의 엑스포 과학공원, 스마트시티까지  보입니다.

 


 


 불과 얼마전에 진한 밤꽃향기를 맡으며 

오르던 이 길엔 벌써 까칠하니 밤송이가 생겼습니다.

몇몇그루의 올밤나무가 추석전에 제대로 영글어 벌어지는 밤나무들입니다. 

이곳은 60년대 식재한 밤나무들고 매년 초여름엔 밤꽃향기가 가득하고, 

추석무렵엔 엄청 많은 밤들이 떨어 집니다. 

산행객들의 등산가방이 무거워지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보문산을 오르면 간혹 이렇게 맨발로 걸으시는 분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밤송이가 더러 있어 위험한데도 

오랜 경험으로 전혀 서툴러 보이지 않습니다.

 건강하신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바로 이곳 보문산입니다.




보문산에도 참 귀한 서어나무 한그루가 있다는거 알고 계셨나요?

 지난해 보니까 이렇게 이름표를 떡~하니 달고 있더라구요.

  참 보기 드문 나무수종인만큼 잘 가꿔야겠습니다.

 

 

 

  한시간 정도 오르면 이곳 과례정에 닿습니다.

지난 봄날 벚꽃터널로 화려하게 꽃비가 내리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숲 치유센터와 아쿠아월드가 나오며,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오월드가 나옵니다. 

그리고 바로 길을 건너 오르면 시루봉으로 가는 길입니다.

 딱 반으로 가른다면 이곳 과례정이 중간기준점쯤이 되는 거지요.


 

 

보문산 만남의 광장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곳 과례정 앞에는 

각종 운동기구가 많아 아침마다 체조하는 등산객들로 가득합니다.

큰길가에도 새로 운동기구를 추가로 설치해 놓아 

이곳을 오가는 산행객들도 한번씩 이용하고 갑니다.

더운 여름 이곳까지만 오르면 시원한 아이스깨끼를 사 먹을 수 있습니다.

무조건 1개 1,000원. 브랜드도 가리지 않습니다.


 

 

큰 길가에  덩그러지 고즈넉하게 자리한 과례정

어르신들의 쉼터로 빈자리가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쉬었다 가는 곳..

 


 


 하산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회귀하여 내려 갑니다.

저도 항상 이곳까지만 왔다가 내려가는데, 

오늘은 시루봉까지 오를 요량입니다.




 

 오랫만에 시루봉으로 올라 봅니다.

걷기좋게 길위에 다시 뭔가를 깔았는데요.

누런 베보자기 같은건데, 

미끄럽지도 않고 발에 닿는 촉감도 좋고 걷기에도 훨씬 좋습니다.

 

 

 

 시루봉으로 오르는 조용한 산 속 숲길엔 

이들의 재잘거림으로 시끌벅적 합니다

주말이어선지 함께한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네요.

 

 

 

여러차례 산행객들이 오르고 내립니다.

시루봉까지 오르는 동안 깔딱고개가 두어개 있어 숨이 턱까지 차곤 하지만,

 숲에서 나오는 신선한 공기와 

천연항균 물질 피톤치드(phytoncide)를 마시며

쉼을 하다가 천천히 오르기로 합니다. 
오늘같이 더운 날씨엔 숲 속만이 최고의 피서입니다.
간간이 불어주는 산바람이 몸 속 깊숙한 폐까지 들어 가는 느낌입니다.

 

 


산 속에서 가끔 위험에 처할때가 있을 수도 있지요.

그럴때 알릴 수 있는 위치와 번호가 적혀있는 표지가 새로 세워졌습니다.



가쁜 숨을 내쉬며 마지막 나무계단을 오릅니다.

고지가 바로 저기거든요.

 


 

 드디어^^  보문정에 올랐습니다. 

보문산의 주봉인 시루봉 정자까지 올라 왔습니다.

이 시루봉은 백제말 신라와의 전투가 치열하던 때

인근의 산성들과 쉽게 연락을 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선 다시 오도산 대전둘레산길 2구간인 금동고개방향으로 갈 수 있으며,

그리고 이사동 전망대와 보문산성으로도 갈 수 있지요.




 

  대전둘레산길에서 만들어둔 둘레산길 12구간이

 아주 상세하게 지도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제 대전둘레산길 12구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예요.

시루봉을 제1구간으로 해서 12구간인 서구 복수동 쟁기봉까지

 이 지도에서 자세히 둘러 볼 수 있습니다.


 

 

보문정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훤히 대전시내가 내려다 보이는데요.

대전 시내를 구경할라치면 이곳보다 

보문산성에서 보는게 훨신 전망이 좋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분지형의 대전 시내는 참 아담한 분위기로 다가 옵니다.

최근 서남부권 개발로 신도시로 떠오르는 

도안 일대가 멀리 뚜렷한 실루엣으로 다가 옵니다. 

 



 산 넘어 산. 첩첩 산중이란 말이 요런걸 보고 하는 말인듯 싶습니다.​

산 넘어 산이 보이고 또 산을 너머 또 산이 보입니다.

이곳은 어드메며, 저곳은 어디메고, 한참을 짚어 봅니다.
 

숲 속에는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맑아진 머리, 비워진 마음, 가슴 가득 채워진 무언가를 그대로 손에 담아

꼭 쥐고 하산하는 이 기분..​ 

 

 

 

 신록이 가득한 7월의 숲을 품어 본 오늘..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몸과 마음의 병을 다스릴 수도 있다는 건강한 보문산 시루봉 숲 속.

이것이 바로 '치유의 숲'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대전의 보문산이 대전시민들에게 분명 치유의 숲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가볍게 등산을 할 수 있는 등산길과 산책로가 그 어느 숲 속보다 넓게 잘 조성되어 있는 곳.

남은 여름을 치유의 숲 속에서 힐링을 하고 싶으시다면 꼭 한번 찾아 보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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