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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대전전시ㅣ 사진 작가 김규식의 세계 [A MAN]-사진갤러리 누다


 사진 작가 김규식의 세계 [A MAN]-사진갤러리 누다

~ 2015.4.3


대전도시철도 월평역 1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지만 보석같은 공간이 숨어 있습니다.

주로 다세대 주택인지 다가구 주택인지 하여튼 그런 비숫한 종류의 원투룸이 있는 건물이 가득한 동네인데,

골목으로 들어서다 보면 놀이터 바로 앞에 주변의 비슷비슷한 건물과는 조금은 다른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이 건물 지하에 대전의 사진 전문 갤러리 중의 하나인 갤러리 누다 자리하고 있습니다.





갤러리 누다의 큐레이터이자 관장은 김태정 님인데,

대학과 문화센터에서 사진과 관련된 인문학 등 고품격 강의를 하는 분입니다.

외부 강의가 있을 때와 갤러리가 문을 닫는 월요일을 제외하면 갤러리 누다를 방문할 때마다

항상 김태정 님과 사진 전시 관련, 그리고 주변의 다양한 이슈 등으로 대화의 시간을 갖곤 하는데요,


갤러리 누다가 지하에 있는 갤러리이긴 하지만, 건축 설계상 외부의 빛이 직접 들어오는 작은 정원이 있고

관장님의 취향과 성격이 담겨있는 깔끈하고 현대적인 갤러리의 분위기가 좋아서

더욱 이야기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는 '흔하지 않은 의미있는 작품'(내 생각)을 하는 사진작가 김규식의 개인전 [A MAN]입니다.


독특한 분위기의 심상치 않은 사진이 걸려있고,

여유있게 걸린 그 빈 공간이 여러가지 감상자의 생각으로 채워졌다가 지워졌다가 하는데요~

작가의 노트를 들여다보면 그의 의도가 뚜렷해집니다.





<작가 노트> A Man and Scattered Images 김규식

 

이미지 하나가 나를 괴롭혔다. 그것은 사진이 아니다. 단지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기억이 불확실하다.

나의 앨범 속 사진들에서는 나는 있지만 내가 본 것들은 없다. 그래서 사진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하는 것일까?

사진 속 당시의 상황은 기억하지만 사진 이외의 이미지는 기억 속에 없다.

사진은 허구라고도 한다. 요즘은 허상이 더 어울리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진 속에 나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다른 것은 본 장면과 보여주려고 하는 것에 대한 차이이다.





잊지 못하는 그 이미지는 어디에도 없던 엄마의 치마 속 모습이다.

꽃무늬 치마로 들어오는 태양은 눈을 뜰 수 없었다. 마치 판타지처럼 비현실적이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나타나는 상은 그립다기 보다는 고통에 가까웠다.

이미지가 무엇을 말하는 듯하였으나 나는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시각적인 것이 아니라 감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하나씩 되살아났다.

촉촉하고 미끄러우며 까끌거리며 부드러운 것들이었다.


욕심이 생겼다. 앨범 속에 그 기억을 넣고 싶은 것이었다. 감촉이 사라질까 두려웠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스케치를 했다. 그렇게 모아둔 것들을 사진으로 만들었다.

그렇다고 무언가 완성한 모습은 아니었다. 마치 영화처럼 기억 속을 들여 보는 모습들은 끝내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다.

전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다른 층위에서 생겨났다. 성정체성문제가 그것이다.

나는 남성성이 오히려 판타지에 의해서 생겨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분명 그 감촉들은 남성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작업이 하나 둘 쌓여 갈수록 기억은 사진으로 대체되었다.

이미지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고 손끝의 감각은 무뎌져갔다.

이럴 줄 알았다면 시작도 안했을 작업인데 지금은 나의 사진만 남아있다.

이제 다시 죽은 이미지를 되살려 내야 한다. 프레임 밖에서 일어나던 기억들은 내 사진에 없기 때문이다.

흩어진 조각들을 다시 맞춰야 한다.


<작가 노트>   A Man and Scattered Images  김규식 





사진 작품 감상과 함께 작가의 노트를 들여다보면 작가의 주관적인 작품의 의도나 스토리를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지만, 작가 자신의 말씀 만큼이나 그의 의도를 함께 파악하기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테이블이 있는 공간에서 밖으로 들어오는 조금은 따스해진 봄빛의 즐기면서 대화를 나누는데요,

유리너머 외기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전시 오프닝 같은 행사 등을 할 때 아주 유용할 듯합니다. 

이번 전시는 4월3일 까지 입니다.


이 봄에 약간의 여유시간이 있다면 

갤러리 누다에서 의미가 다른 사진 세상을 감상하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