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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맛집/서구맛집

탄방동맛집 | 추억의 1980 돈까스, 장지동 돈까스





탄방동맛집 | 추억의 8090 돈까스, 장지동 돈까스

 


 ***



중학생일 때까지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등교했습니다.

덕분에 어머니의 아침도 더욱 바빠지셨을 테지요.

등교길에 가방을 등에 메고 한손에는 실내화가방을 들고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보온도시락통을 들고 다녔습니다.

무겁기도 무거웠거니와 두 손을 모두 사용해 등교길에 올라야했기에 귀찮음이 많았었죠.

후에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급식을 운영한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희 어머님께서는 만세삼창을 부르셨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은 도시락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특히, 어머니께서 반찬통 구석에 싸주셨던 케찹범벅 돈까스가 말입니다.

돈까스는 인기 반찬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돈까스를 나눠먹으며 품평회아닌 품평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은 한 번 반 친구녀석이 피자맛 돈까스를 싸왔는데

꽤나 크게 문화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요즘에는 여러 돈까스 식당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패티 사이에 부드러운 피자치즈가 들어 있는 돈까스,

바삭바삭 튀겨나온 돈까스를 소스에 찍어먹는 일본식 돈까스 등

이처럼, 너무나도 많은 돈까스를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요.

 

그런데, 왜 저는 그렇게도 경양식 스타일의 옛날 돈까스가 좋은 것일까요.

큼직하고 얇게 나온 돈까스에 카레색깔의 소스가 부어져 있는 돈까스.

생각만해도 군침이 돕니다.





▲ 오늘 방문한 둔산동에 위치한 장지동돈까스입니다. 이름이 생소하죠?


제가 어렸을 적에는 추억의 세대라고 하면 7080이었는데,

요즘은 슬슬 8090이라는 간판이나 표어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세월은 인정할 때 편한건데 막상 인정하려니 불편합니다.

마음만은 젊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오늘 방문한 곳은 추억의 1980 돈까스를 맛볼 수 있는 '장지동 돈까스'입니다.

탄방동과 둔산동의 경계선에 위치한 로데오타운의 뒷편입니다.

지나다니면서 자주 보아왔지만, 실제로 방문하는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갑자기 친구녀석이 돈까스를 먹고 싶다는 말에 떠오른 곳입니다.

저도 돈까스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제 절친한 친구들도 대부분 돈까스를 좋아합니다.

한 때는 대전 시내를 돌며 돈까스 투어를 다니던 적도 있었지요.

오늘은 일본식 돈까스를, 내일은 치즈돈까스를,

좋아합니다.

꽤.

 

어중된 음식점에 가면 뭘 시킬까를 고민하다가 결국 고르는게 돈까스입니다. 

돈까스는 못해도 중간은 가는 전천후의 매력이 있는 메뉴라 

당황하지 않고 원래 알던 것 처럼 돈까스를 주문합니다. 

새콤달콤한 향이 풍겨나는 소스의 맛을 느끼자마자 바삭바삭거리는 튀김옷의 식감이 저를 사로잡습니다. 

으아.

거두절미하고 입장하겠습니다.

 



 

▲ 장지동 돈까스의 메뉴판입니다. 신기했던 점은 한우소국밥을 판다는 점이네요.

돈까스전문점이니까 돈까스를 파는 것은 당연할텐데 말이죠.

 

자리에 착석합니다.

돈까스를 먹고 싶다는 녀석은 돈까스를 고릅니다.

저도 돈까스를 먹고 싶기 때문에 돈까스를 골랐습니다.

두 명 다 돈까스를 골랐습니다.

한 명쯤은 다른 메뉴를 골라 나눠먹을만도 한데 고민할 것 없이 돈까스를 2개 주문.

남자들은 왜 그럴까요.

ㅋㅋㅋㅋ

 

 

▲ 오른쪽으로 보이는 파란 팔이 제 친구녀석입니다. 저 만큼이나 답답하기 그지없는 친구죠.

한 명이 돈까스를 시켰으면 자기는 다른 걸 시켜야할꺼 아닙니까. 서로 속이 터집니다.




 

▲ 밑반찬들과 함께 제공되는 국물입니다. 간은 좋았는데 미지근했습니다. 따끈했으면 더 맛있었을텐데 말이죠.




 

▲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고추와 고추장, 깍두기입니다. 물론 오이고추입니다. 맵지 않아요.




 

▲ 돈까스집은 역시 식전 스프죠. 으아 어렸을 때 진짜 좋아했는데 !

지금도 좋아합니다.

꽤.

 

녀석과 티격태격하면서 왜 돈까스만 두개를 시켰냐고 언성을 높이는 사이 밑반찬들이 도착합니다.

먹을게 나왔습니다.

우리들은 점차 차분해집니다.

 

우선, 신기했던 점이 돈까스집에서 고추와 고추장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대체적으로 김치와 단무지가 제공되기 마련인데 장지동 돈까스는 신기하게 고추와 고추장이 제공됩니다.

친구녀석은 고추가 나오자마자 저부터 먹어보라고 말합니다.

전 싫다고 답하고 네가 먼저 먹어보라고 말합니다.

매울까봐 손을 못 대고 있었는데, 다시금 발현되는 돼지매의 눈.

다른 테이블 손님들이 편하게 먹는 걸 보니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오이고추였습니다. 안맵습니다.

 

다음은 스프입니다.

알랍스프.

스프에는 당연히 후추를 부려줘야겠... 아 너무 많이 뿌려버렸습니다.

살짝 걷어내고 스프를 먹습니다.

스프의 맛은 그냥 그런  우리가 기대하는 그 맛입니다.

어렸을 적 먹었던 그 맛.

후루룩 접시를 비웠습니다.

 

 


  

▲ 드디어 '장지동돈까스'가 나왔습니다. 미모가 상당하죠.




  

▲ 클래식 돈까스의 매력은 얇은 패티 위로 덮혀 있는 저 돈까스 소스입니다.

 

드디어 돈까스가 나타났습니다.

생김새는 우리가 기대했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별 다른 데코레이션 없이 넓은 접시에 투박하게 담겨 있는 저 모습.

일본식 돈까스가 찍먹(찍어 먹는)이라면 한국식 돈까스는 부먹(부어 먹는)입니다.

이게 바로 클래식 돈까스의 매력이죠.

먹다보면 나중에 소스가 돈까스에 흡수되어 혼연일체가 되는 그 맛.

 

 


  

▲ 아 저는 참 이 맛이 좋습니다. 케찹과 마요네즈만 뿌려진 양배추 샐러드.

  

돈까스만 클래식한 것이 아닙니다.

함께 접시에 놓여 있는 샐러드 또한 클래식합니다.

화려한 드레싱이 어우러진 샐러드가 아닌 양배추만 홀로,

그 위로는 케찹과 마요네즈만이 뿌려져 있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제가 케찹과 마요네즈가 섞인 저 오묘한 맛을 좋아해서

어머니께서 가끔씩 식탁에 올리곤 했지요.

패밀리레스토랑에 가면 나오는 이름도 모르는 새콤새콤 소스도 그 특별한 맛이 있지만,

저는 저 케찹과 마요네즈의 콜라보레이션을 가장 좋아합니다.

요즘은 전통이 있는 오래된 식당에서나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안타깝지만요. 

 

 

 ▲ 육질이 보이시나요. 패티가 꽤 부드럽습니다.




 

 ▲ 난도질 된 돈까스는 돈까스의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돈까스가 나온 뒤로 친구녀석과의 언쟁은 점차 식어가는 듯 했습니다.

하. 지. 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드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탕수육은 소스를 부어먹는게 맞는 것일까요? 찍어먹는게 맞는 것일까요?

맞다는 표현보다 어떻게 먹는 것이 더 맛있을까요?

저는 이 세기의 논쟁에 앞서 앞에서 돈까스를 무자비하게 난도질하고 있는 친구녀석을 보며

다시 한 번 언성을 높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이프와 포크를 이용하여 조금씩 돈까스를 썰어 먹고 있는 저와

돈까스가 나오자마자 나이프로 돈까스를 먹기 좋게끔 썰어 포크만을 이용하는 제 친구.

돈까스만 2개를 시켰을 때부터 우리는 맞지 않던 것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먹냐고 친구에게 물어보니 '먹기 편하니까'라고 답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먹는 것도 편해' 라고 말하니

'그 방법은 속도가 나질 않는다.' 라고 답합니다.


덧붙여서 친구 녀석이 말합니다.

아니 어차피 배로 들어가는 것 똑같고 남이사 이렇게 먹건 저렇게 먹건 무슨 상관이냐.

 

그러게요.

거 참 효율적으로 사는 친구네.



 

 

 ▲ 저는 고기보다 채소를 좋아한다고 누누히 말씀드렸던 것 만큼 샐러드를 리필해 먹었습니다.

아름다운 분홍 빛깔이여.




 

 ▲ 돈까스만 크고 밥은 적다?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장지동 돈까스는 공기밥리필이 가능합니다.

 

클래식 돈까스의 묘미는 밥과 돈까스의 균형입니다.

여타 돈까스들은 밥과 돈까스의 양분배가 불균형하죠.

대부분 돈까스가 제공되는 밥양에 비해 더 많지만,

장지동 돈까스는 그 균형을 알고나 있는 듯 공기밥 리필이 가능합니다.


저희는 맞추기나 한 듯 서로를 쳐다보며 당연스레 공기밥을 리필해 먹었고

먼저 배가 불렀던 제가 돈까스를 한 덩이 나눠 주었습니다.

 

'아니야. 난 배가 부르단다. 네가 먹으렴.'

'무슨 소리야. 네가 잘 먹어야지. 나는 배가 부르단다.'

 

훈훈한 결말로 우리는 점차 사라져가는 각자의 돈까스를 보면서

언제 그랬냐는듯이 아까의 언쟁은 사그러들고야 말았습니다.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는 것이 대인관계의 가장 기본적 요건임을

돈까스를 먹으며 깨달았습니다.

 

미안하다.

나도 한 번 너처럼 미리 잘라서 먹어볼게.

너도 한 번 나처럼 조금씩 잘라먹어보면 안되겠니.



 


▲ 마지막 돈까스.

 ' 이 돈까스를 먹으면 우리의 식사도 끝나겠지? '

(feat. 마지막 잎새)

 

장지동 돈까스는 패티가 꽤 부드럽습니다.

식사를 하면서도 주방에서 고기를 두드리는 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었고요.

위에 뿌려져 있는 소스는 진짜 추억의 그 맛입니다.

별 다른 특이한 맛이 느껴지지 않은 완벽히 기초에 근거한 맛이지요.

간혹 머스타드향이 난다거나 카레향이 물씬 풍겨나는 그 맛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조용한 맛을 즐기시지 않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애초에 이 맛을 기대했고, 먹고 싶었기에 조금은 심심했던 소스의 맛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친구녀석도 어렸을 때 먹던 동네의 경양식집 맛이라고 평했는데,

추억의 맛에 잠기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 장지동 돈까스 내부전경, 오른쪽에 보이는 점원 옆으로도 매장공간이 있습니다.

 

'인생이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영국의 유명한 코미디언 찰리채플린은 인생을 이렇게 비유했습니다.

인생 뿐만 아니라 추억 또한 당시에는 비극이었을지 몰라도 멀어지고 나면 희극이 되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어렸을적 가족과 함께 방문해 먹었던 돈까스도 기억나고

친구녀석과도 오랜만에 옛날을 추억하며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주셨던 어머니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돈까스를 주시거든 친구 녀석처럼 미리 잘라서 먹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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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탄방동 719  장지동 돈까스

전화번호 : 042-488-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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