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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맛집/유성구맛집

지족동맛집 | 시원하고 담백한 짬뽕국물, 매화교자



지족동맛집 | 시원하고 담백한 짬뽕국물, 매화교자


 

***

 


어렸을 적, 유독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친할아버지가 좋아, 외할아버지가 좋아"

어린 제가 고민하며 어물쩍거리는 모습이 재밌으셨는지 주위 어른들이 자주 묻곤 하셨죠.

지금도 여전히 그에 대한 대답을 쉽게 하기 어렵습니다만

딱! 잘라 대답하진 못해도 구차한 부연설명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ㅋㅋ

이와 유사한 질문으로

'짜장면 vs 짬뽕' 만큼이나 현대인에게 있어 어려운 문제가 없을 듯 보입니다.

'족발 vs 보쌈' 만큼이나, '물냉면 vs 비빔냉면' 만큼이나 말이죠.

위에서 전했다시피 다른 메뉴들은

 구차한 부연설명으로 대신할 수 있겠습니다만,

'짬뽕 vs 짜장면'에 있어서만은

전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짜장면을 더 좋아합니다.

이유는 없습니다.

좋아하는데 이유있나요.

 


 

오랜 사랑은 익숙해지기 마련입니다.

익숙함은 편안함으로 이어져 상대에 대한 고마움을 점차 잃어가죠.

짜장면에 대한 제 마음이 그러했습니다.

한 번쯤은 외도를 해도될 것 같았습니다.

친구들과 거나하게 술을 마신 뒤 다음 날 해장을 위해 찾았던 어느 짬뽕전문점에서도

저는 짜장면을 주문했으니까요.

이 정도면 충분했으리라.

그 동안의 짜장면에 대한 사랑은 한 번쯤은 접어두고

오늘은 짬뽕을 먹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오늘 방문한 곳은 지족동에 위치한 매화교자입니다.

이번의 방문이 두번째가 되겠군요.

그래요.

지난 방문에서 저는 짜장면을 먹었드랬죠.

그리고 옆테이블을 힐끔힐끔 쳐다보다

붉게 물든 국물의 색감과 짬뽕사발의 수심을 넘나드는 건더기의 양을 보고 홀딱 반해버렸습니다.

길거리에서도 예쁜 여성분이 지나가면 한 번씩 눈길이 가게되는 것처럼 말이죠.

근데 그 눈길이 한 번이면 되는데 잠시 정신줄을 놓고서 멍하니 쳐다보고 말았습니다.

불어가는 짜장면과 식어가는 만두가 절 기다리고 있었지만

마음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다시 돌아와 너를 만나겠다고.



 

 

오랜만의 방문은 아닙니다.

불과 한 달 전이었습니다.

식당 입구를 들어서기 전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장님께서 손수 만두를 빚고 계시네요.

어서 그 .. 그 붉게 물든 그 짬뽕을 달라 !

나는 지금 배가 고프단 말이다 !

 

만두도 달라 !


 

 

매화교자의 내부 전경입니다.

인테리어 느낌으로 봐서는 전형적인 중화요리 전문점 같지요.

전 어렸을 적 보았던 이연걸 주연의 무협영화 '황비홍'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메뉴를 살펴보면 반드시 중화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아닙니다.



 

메뉴판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중화요리와 한식의 경계선을 교묘히 넘나들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중국집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한국음식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처음 방문했을 당시는 당연스레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을 요량으로 방문을 했더랬습니다.

타.. 탕수육이 없다니 !!

아니 어떻게 짬뽕도 있고 짜장면도 있는데 탕수육이.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하겠습니까?

우리는 짬뽕을 만나러 온 것이니까요.



 

매화교자에서 제공되는 밑반찬입니다.

간단합니다.

똑같아요.

단무지에는 식초를 부을 예정입니다.

남들이 그리 먹길래 저도 따라하다 들어버린 습관입니다.



 

 

 

매화교자에서 탕수육의 빈 자리를 채워주는 것은 바로 이 만두입니다.

만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지난 방문에서 김치만두를 먹기도 했고

환상적인 듣기능력으로 다른 테이블 손님들의 만두 주문내역을 종합해보니

바로 이 부추새우 군/찐만두를 자주 시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부추새우 군/찐만두를 시키지 않았던 이유라 한다면

전 원래 대담하지 않습니다.

 


  

 

부추새우 군/찐만두의 속을 들여다봅시다.

부추새우 군/찐만두라는 이름자체가 부드럽게 인식이 잘 안됐어요.

김치만두 or 고기만두만 먹어왔던 저니까요.

아 여기 또 난제가 나타났네요.

하지만, 전 당황하지 않습니다.

고기만두가 더 좋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부추 새우 군/찐만두의 속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하죠.

통새우 한마리가 통째로 들어가있습니다.

새우를 중심으로 부추와 만두속이 둘러쌓여 있는 만두죠.

저는 바다친구들의 비린내를 재빠르게 느끼는 예민한 혀를 가진 사람이라

사실 저 주문을 할 때만 해도 같이 갔던 지인과 조금 의견다툼이 있었습니다.

새우도 새우지만 우선 대담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부추 새우 군/찐만두를 주문한 판단은 옳았습니다.

비린내는 커녕 맛있어서 한입에 먹을 수 있었지만 두번에 나눠서 아껴먹었어요.

그렇게 먹었다간 짬뽕이 나오기도 전에 다 해치워버릴 것 같았으니까요.



 

간장도 있지만,

괜히 찍어먹었습니다.

그냥 만두만 집어먹어도 간은 적절합니다.

그래도 굳이 찍어드시겠다면 말리진 않습니다.

취향은 존중해줘야합니다.



  

뜬금없지만, 새우 꼬리입니다.

 


 

이렇게 만나서는 아니됐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갑자기 만나서는 아니됐습니다.

당신을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만났어야 했는데

젓가락도 사용하지 아니하고

오른손으로 부추 새우 군/찐만두를 집어먹다

만나서는 아니됐습니다.

 

진짜로

손으로 집어먹다가 짬뽕이 나와버렸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붉게 물든 저 바다, 깊고 깊은 저 바다

꽃게가 뛰어다니고 홍합이 춤을 추고 오징어가 노래를 합니다.

바다 앞 해변, 다시마를 이불 삼아 돼지고기가 누워있네요.

어부의 마음으로

젓가락을 타고 이 바다를 헤메고,

숟가락을 들고 질 좋은 해물을 건져냅니다.

 

 

 

매화교자의 짬뽕은 달랐습니다.

짬뽕은 말 뜻대로 짬뽕입니다.

맛만 있다면 모든 재료가 함께 움직이는 행복한 음식입니다.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수심을 뛰어넘는 건더기의 양.

보이십니까.

홍합산만 솟아있는 여느 짬뽕과는 다릅니다.

바다와 육지를 넘나드는 재료가 짬뽕의 완성을 말해줍니다.



 

우선 홍합산부터 해치우기로 합니다.

짬뽕을 후루룩 먹기위해서 홍합껍데기는 방해물이 될테니까요.

식사중이실 수도 있으니 매너있게 모자이크처리했습니다.

근데, 모자이크를 하고나니 더 어째 느낌이 ㅋㅋㅋ

미안합니다.

 


 

홍합산을 해치우고 나니 이제서야 망망대해 짬뽕바다가 보입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이제 면을 먹어야할 차례니까요.

근데, 사진에서도 볼 수 있으시다시피 돼지고기 보이시죠?

해물짬뽕에 돼지고기가 들어가있습니다.

바다에서 육지동물을 만난 기분입니다.

용왕님은 토끼의 간을 꺼내려 바다로 불러들였지만

저는 이 곳에서 돼지를 만났습니다.

 


 

매화교자의 짬뽕면은 기존에 흔히 먹던 짬뽕면과는 달랐습니다.

손짜장면이라고 해야할까요?

면의 굵기가 일정치 않음을 우리는 육안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기계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혹시 저렇게 뽑아내는 기계도 있으려나요.

있으면 뭐 할 수 없고요.

여하튼 면발이 탱글탱글 쫄깃쫄깃합니다.

 


 

쫄면이나 물냉면을 먹다보면 이상하리만큼 삶은 계란을 끝에서야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꼭 아껴뒀다가 먹으려고 그렇게 먹는게 아닌데, 꼭 마지막에 먹게 되더라고요.

오늘 만난 이 꽃게친구가 그런 꼴인 격입니다.

여타 짬뽕집에서 보아왔던 '국물을 위한 게'가 아닌

'건더기를 위한 게'입니다.

몸통을 부여잡고 후루룩 먹어버렸습니다.

 

 

 

정신없이 면과 건더기를 어느 정도 해치우니

한겨울인데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합니다.

국물을 빼놓을 뻔 했네요.

짬봉의 외관만 보아서는 간이 세거나 매울 것이라고 예상하실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꽤나 담백하고 깔끔합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조미료는 절대 넣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직 저의 혀는 그 정도를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맛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결국 푸짐양에 굴복하고 국물을 남기고야 말았습니다.

식당에 입장했을 당시의 패기라면 공기밥까지 말아먹고 나올 기세였는데

겨우 건더기와 면만 먹고 백기를 들었습니다.

곱배기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수심을 넘나드는 건더기양 !

 


 

먹고나서 소화도 시킬겸 식당 내부전경을 둘러봅니다.

한 켠에 플랭카드형식으로 매화교장의 메뉴사진이 걸려있습니다.

혹시 그런적이 있으실런지요.

전단지에 실려 있는 진수성찬같은 사진에 혹해 주문을 했다가 낭패를 보셨던 적.

일명 낚시사진.

대체적으로 웬만한 식당은 샘플 음식사진을 이용해 전단지에 싣거나 홍보하는데

매화교자는 직접 메뉴를 사진촬영한 티가 납니다.

본 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죠.

사장님이 그 만큼 음식에 자신이 있다는 말씀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어때요?

실제 제가 찍은 사진하고 플랭카드에 실린 사진하고 비슷한가요?

 

 

 

 

식사를 다하고 사장님께 양해를 구한 뒤에 식당 내부를 촬영했습니다.

왜냐하면 매화교자는 1층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고 2층까지 테이블이 완비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마침 저녁시간 전이라서 손님이 없어 촬영을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손님들 먹고 계신 사진 찍을 때가 제일 민망합니다.

일일이 설명드리기가 애매해서ㅋㅋㅋㅋㅋㅋㅋ

  

가끔씩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언제나 나오는 단골스토리는 삼각관계입니다.

정말 뻔한 짝사랑의 트라이앵글이지만 그래도 그 것만큼 재밌는 구도가 없기 때문에

뻔한 구조라도 드라마가 흥행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오늘 저는 매화교자의 짬뽕을 먹고나서

한 동안 삼각관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짜장면과 나와 짬뽕.

그 동안의 충성과 사랑을 어기고 새로운 그녀에게 가야하나.

흔들리는 나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 자책을 해봅니다.

하지만 날씨가 추운 밤,

자꾸만 떠오르는 그 맛은 저를 설레게 합니다.

 

어찌합니까아.

 

짬뽕에 충실한 짬뽕

매화교자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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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대전광역시 유성구 지족동 901-3 매화교자

전화번호 : 042-824-9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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